SPY에 왔다. 당연히 알고 온 것은 아니다. 역 근처를 서성이다 라이브 음악 소리에 이끌려 왔다. 아기자기한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으니 자연스레 미녀들이 몰려와 뭘로 주문하겠냐고 묻는다. 가격이 착해서 칵테일 한잔만 주문했다. (100바트 미만으로 기억한다)
보컬의 노래도 좋고 연주도 좋고 그들의 음악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런 곳을 태국에 와서 처음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라이브 바의 디자인도 훌륭하다.
별 다른 주문 없이 앉아있는 손님들도 보인다. 저 멀리 늘씬한 미녀도.
보컬이 참 잘 생겼다. 목소리도 좋고.
기타는 대학 후배처럼 생겼다.
전체적으로 케릭터의 조화가 훌륭하다.
사진을 찍으니 포즈를 취해주었다.
우리가 먼저 와서 앉아 있으니 하나 둘 손님이 몰려든다. 여행 첫날부터 사기꾼을 만나고, 소란스러운 카오산에서 머물다가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중심가에 와서 가만히 앉아 있으니 왠지 모를 여유가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 내가 다른 나라에 와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태국 노래를 라이브로 듣고 있으니, 이방인 둘이 태국에 왔구나란 고독감이 다시 한번 엄습했다.
혹시나 싶어 아무 팝송이나 불러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불행히도 보컬이 노래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자 갑자기 보컬이 내게 마이크를 넘겨주고, 내가 요청한 노래의 코드를 연주자들이 막 찾기 시작했다! 어안이 벙벙했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 바로 무대에 섰다. 다른 나라와서 쉽게 해볼 수 있는 경험은 아니지 않은가.
Bruno Mars의 Just the way you are를 불렀는데 가사가 기억나지 않아 애먹었다. 구경할 때와 달리 무대에서는 내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부르기가 더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팝송을 불러 그런지, 갑자기 사람들이 막 몰려들기 시작했고 호응해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고바리형이 흥겨운 한국적인 춤을 추자 사람들이 너무 좋아했다. 이로써 외국인에 대한 경계가 풀렸던 것이 아닐까.
음악이란 참 신비롭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방인이란 느낌에 우리만이 이 도시에 겉돌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들이 우리의 흥겨움에 호응하고 같이 호흡하고 있다. 내가 가사를 까먹든 삑사리를 내든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같이 웃고 좋아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 어느 때 불렀을 때보다 못 부르고 엉망이었는데 이때 찍어두었던 영상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현지 사람이 우리 캠코더로 찍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