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 안견은 세종 때에 도화원의 종6품 벼슬인 선화(善畵)에서 체아직(遞兒職)인 정4품 호군으로 승진되었는데, 이는 조선 초기의 화원으로서 품계의 한계인 종6품의 제한을 깨고 승진한 최초의 예가 된다. 그는 안평대군(安平大君)을 가까이 섬기면서 안평대군이 소장하고 있던 고화(古畵)들을 섭렵함으로써 자신의 화풍을 이룩하는 토대로 삼았다.
〈몽유도원도〉는 현재 일본의 천리대학 중앙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어떤 경로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황수영박사에 의하면 임진왜란 때가 아닌 현대에 들어 와서 서울의 진고개 부근에서 일본인의 손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있다고 하나 더 이상 확인할 길이 없다.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이 세종 29년(1447) 어떤 날 꿈속에서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여행하고 거기서 본 바를 안견에게 설명해 주어 3일만에 완성된 그림인데,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조선 최고의 그림이며, 한국회화사 전반에 걸쳐서도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두루마리 안쪽에는 첫머리에 〈몽유도원도〉라고 쓰여진 제첨(題簽:제목)이 붙어 있고, 그 다음에는 폭 25cm의 푸른색 비단 바탕에 여섯 행의 붉은 글씨가 쓰여 있다. 이 주서(朱書)는 안평대군이 1450년, 즉 〈몽유도원도〉가 완성된 3년 뒤에 쓴 것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세상 어느 곳이 꿈꾼 도원인가
이 시문에 이어서 몽유도원의 세계가 전개된다. 그림을 보면 화면의 왼쪽 아래에서부터 오른쪽 위로 꿈속에 나타났던 장면이 점층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화면의 왼쪽은 현실 세계가, 화면의 중간은 도원으로 들어가는 동굴과 험난한 길이, 오른쪽에는 복숭아꽃이 만발한 도원의 이상세계가 그려져 있다. 이런 장면들은 안평대군이 정유년(세종 29년) 4월 20일 밤에 꾸었던 꿈에 나타난 장면들을 기초로 한 것이지만, 이 꿈의 내용은 〈도화원기 桃花源記〉와 관련되어 있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대강 이러하다. 동진(東晉)의 태원(太元) 연간에 무릉(武陵)의 어떤 사람이 고기를 잡아 생활을 했는데, 내를 따라 가다가 길을 잃게 되었다. 이때 갑자기 복숭아꽃 나무숲을 만났다. 냇물 양쪽 수백 보에 걸쳐 복숭아나무 이외에는 잡나무가 일체 없고, 향기로운 풀들만이 산뜻하고 아름다우며 떨어지는 꽃잎들이 펄펄 날리고 있었다. 어부가 이것을 매우 이상히 여기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 그 복사꽃 숲이 끝나는 곳까지 가 보았다. “선세에 진(秦)나라 때의 난을 피하여 처자와 읍인(邑人)들을 이끌고 이 절경에 와서 다시 나가지 않았소. 그래서 드디어 바깥 사람들과 떨어지게 되고 말았소.” 라고 말하면서, “요즘은 어떤 세상이오?” 라고 묻는 것이었다. 한(漢)나라가 있는 것도 모르고 위진(魏晉)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어부가 일일이 들은 바를 말하니 모두들 놀라고 탄식하였다. 안평대군이 쓴 발문의 내용을 살펴보자. 정유년 4월 20일 밤에 바야흐로 자리에 누우니, 정신이 아른하여 잠이 깊이 들어 꿈도 꾸게 되었다. 그래서 박팽년과 더불어 한곳 산 아래에 당도하니, 층층의 멧부리가 우뚝 솟아나고, 깊은 골짜기가 그윽한 채 아름다우며, 복숭아나무 수십 그루가 있고, 오솔길이 숲 밖에 다다르자, 여러 갈래로 갈라져 서성대며 어디로 갈 바를 몰랐었다. 한 사람을 만나니 산관야복(山冠野服)으로 길이 읍하며 나한테 이르기를, “이 길을 따라 북쪽으로 휘어져 골짜기에 들어가면 도원이외다.” 하므로 나는 박팽년과 함께 말을 채찍질하여 찾아가니, 산 벼랑이 울뚝불뚝하고 나무숲이 빽빽하며, 시냇길은 돌고 돌아서 거의 백굽이로 휘어져 사람을 홀리게 한다. “바위에다 가래를 걸치고 골짜기를 뚫어 집을 지었다더니, 어찌 이를 두고 이름이 아니겠는가, 정말로 도원동이다. ” 라고 하였다. 곁에 두어 사람이 있으니 바로 최항, 신숙주 등인데, 함께 시운을 지은 자들이다. 서로 짚신감발을 하고 오르내리며 실컷 구경하다가 문득 깨었다.(하략) 결국 〈몽유도원도〉는 왕자로서의 안평대군이 현실에서 겪어야 하는 고민, 즉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하면서 오히려 거기에서 오는 갈등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찰과 번민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심정에서 그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고, 또 알고 있었던 도연명의 〈도화원기〉의 세계를 찾아 꿈속에서 홀연히 도원의 세계를 여행하였으며, 그가 꿈속에서 경험한 황홀한 이상세계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그리게 한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