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의 한시 한 수]〈10〉
백거이의 中隱
길조든 흉조든 세상이 넓든 좁든 제 방식대로 살아가는 법.
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對酒 五首(대주오수)
<술울 마주하고> 白居易(백거이)
[其一]
巧拙賢愚相是非(교졸현우상시비),
何如一醉盡忘機(하여일취진망기)。
君知天地中寬窄(군지천지중관작),
雕鶚鸞皇各自飛(조악난황각자비)。
재주가 있고 없고 잘나고 못나고 서로 따지지만
한번 취해 모든 욕심 다 잊어봄이 어떠한가.
그대는 아는가, 세상이 넓고 좁은 데가 있고
독수리나 봉황새도 제 나름대로 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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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巧拙(교졸) : 교묘(巧妙)함과 졸렬(拙劣)함. 익숙함과 서투름
○ 賢愚(현우) : 어짊과 어리석음. 어진 이와 어리석은 이
○ 機(기) : 욕심. 권세. 거짓.
○ 寬窄(관작) : 넓고 좁다. 寬은 너그러울 ‘관’, 窄은 좁을 ‘착’.
○ 雕鶚(조악) : 독수리.
○ 鸞皇(난황) : 난새와 봉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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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二]
蝸牛角上爭何事(와우각상쟁하사),
石火光中寄此身(석화광중기차신).
隨富隨貧且歡樂(수부수빈차환락),
不開口笑是痴人(불개구소시치인).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로 다투는가?
부싯돌 번쩍이는 불꽃같은 이 내 몸이라네.
부유한 대로 가난한 대로 즐거움은 있는 법,
입 벌리고 웃지 않는 사람은 바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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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蝸牛(와우) : 달팽이.
○ 蝸牛角上爭(와우각상쟁) : 달팽이 뿔 위에서 싸움. 莊
子(장자) 則陽篇(칙양편)에 나오는 우화.
<참고> 莊子 雜篇 第25篇 則陽(칙양)
第3章/ 04.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는 것과 같다(蝸角相爭)
http://blog.naver.com/swings81/221114894946
달팽이 왼쪽 뿔에 사는 촉씨(觸氏)와 오른쪽 뿔에 사는 만씨(蠻氏) 두 부족이 영토 다툼을 벌이다가 큰 희생을 치렀다는 우화가 나오는데, 이로부터 좁은 세상에서 하찮은 다툼을 벌이는 것을 비유하는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는 고사성어가 유래되었다.
○ 石火光中(석화광중) : 부싯돌의 불이 번쩍이는 것처럼 지극히 짧은 시간을 이르는 말.
○ 不開口笑是痴人(불개구소시치인) : 입 벌리고 웃지 않는 사람은 바보라네.
<참고>장자(莊子) 雜篇/ 제29편 盜跖(도척) 7.공자의 도는 본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http://blog.naver.com/swings81/221021828793
其中開口而笑者(기중개구이소자),一月之中不過四五日而已矣(일월지중불과사오일이이의)。
그 짧은 인생 속에서 입을 벌리고 웃으며 지낼 수 있는 것은 한 달 중에 사오일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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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三]
丹砂見火去無迹(단사견화거무적),
白髮泥人來不休(백발니인래불휴).
賴有酒仙相暖熱(뇌유주선상난열),
松喬醉卽到前頭(송교취즉도전두).
단사는 불 만나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백발니인(白髮泥人)은 내게 와서 쉬지를 않네.
주선(酒仙)의 힘을 입어 서로들 따뜻해지고
적송자나 왕자교도 취하면 쓰러지고 만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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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丹砂(단사) : <丹沙ㆍ丹砂>수은으로 이루어진 황화 광물을 말하며 신선이 되려면 단사(丹砂)를 복용했다. 《廣宏明集(광굉명집)》에, “丹砂(단사)를 태워 수은(水銀)을 만들고, 수은을 되돌려 단사(丹砂)를 만들기 때문에 還丹(환단)이라고 한다.[燒丹成水銀 還水銀成丹 故曰還丹]”라고 하였다.
○ 酒仙(주선) : 세속(世俗)에 구애(拘礙)됨이 없이 두주(斗酒)로써 낙을 삼는 사람
○ 松喬(송교) : 신선인 적송자와 왕자교를 말함.
* 赤松子(적송자)는 말하며 전설 속의 선인(仙人)이다. 《漢書(한서)》 안사고(顔師古)의 주(注)에, “적송자는 선인(仙人)의 호(號)이다. 신농씨(神農氏) 때에 우사(雨師)였다.[赤松子仙人號也 神農時爲雨師]”라고 하였다. 음식으로 물을 먹고 옥으로 옷을 해 입은 적송자는 신농에게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견디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금화산(金華山)에 살다가 스스로 몸을 태워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 王子喬(왕자교)는 태평광기(太平廣記) 제4권 신선4(神仙四)에 실려있으며 그 첫 부분은 다음과 같다. (王子喬者,周靈王太子也。好吹笙作鳳凰鳴。游伊洛之間,道士浮丘公,接以上嵩山,三十余年) : 왕자교는 주나라 영왕의 태자이다. 생황을 잘 불어 봉황의 울음소리를 낼 수 있었다. 이수와 낙수 사이를 노닐었는데 도사인 부구공이 그를 데리고 숭산에 올라 30여 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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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四]
百歲無多時壯健(백세무다시장건),
一春能幾日晴明(일춘능기일청명).
相逢且莫推辭醉(상봉차막추사취),
聽唱陽關第四聲(청창양관제사성).
백 살을 살아도 몸 성할 때 많지 않고
봄 중에 맑은 날은 또 며칠이겠소.
서로 만났으니 또 사양 말고 취하여
양관(陽關)의 이별가를 들어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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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推辭(추사) : 물러나며 사양함.
○ 陽關第四聲(양관제4성) : 陽關(양관)은 고대 관문(關門)의 명칭으로, 지금의 감숙성(甘肅省) 돈황현(敦煌縣) 서북쪽이다. 양관곡은 〈위성곡(渭城曲)〉 혹은 〈陽關三疊(양관삼첩)〉이라고도 불리며, 소동파는 이 시의 창법을 여러 가지로 정리하기도 하였는데, 그 창법 중에 하나가 앞의 세 구는 한 번 창(唱)하고, 제4구만 세 번 중첩하여 창(唱)하는 방법인데 간단하면서도 음악적인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훗날, 벗을 송별할 때 불러주는 송별가(送別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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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五]
昨日低眉問疾來(작일저미문질래),
今朝收淚吊人回(금조수루조인회).
眼前流例君看取(안전류례군간취),
且遣琵琶送一杯(차견비파송일배).
어제 고개 숙여 병문안하고 왔는데
오늘 아침 눈물을 거두며 조문하고 돌아왔네.
눈앞에 흐르던 눈물 사이로 그대를 보고
비파 한 곡조와 술 한 잔을 그대에게 보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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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低眉(저미) : 고개를 숙임
○ 看取(간취) : 보아서 내용을 알아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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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거이의 '대주오수(對酒五首)'는 모두 5수로 전당시《全唐詩/卷449》에 실려 있으며 헛된 명예를 추구하지 말고 삶은 짧은 것이니 술이나 즐기면서 모든 것을 잊자는 내용으로 이와 유사한 시로는 이백의 對酒行(대주행)이 있다. 대주행(對酒行)은 조조(曹操)가 지은 시 〈단가행(短歌行):대주당가〉에서 유래하였으며, 짧은 인생 중에 세간의 헛된 명예를 추구하지 말고 술을 즐기자는 내용으로 악부(樂府) 상화가사(相和歌辭)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