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7157]李商隱이상은-登樂遊原(등락유원)
등락유원 登樂遊原 (낙유원에 오르다)
당(唐)나라 이상은(李商隱, 812-858)은
어느 우울한 날 석양 무렵의 감회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등락유원 登樂遊原 (낙유원에 오르다)
향만의부적 向晩意不適 해질녘 마음이 울적하여
구거등고원 驅車登古原 수레 몰아 언덕에 올랐네.
석양무한호 夕陽無限好 석양빛 한없이 좋으나
지시근황혼 只是近黃昏 오호라 황혼이 가깝다네.
일상의 삶이 반영된 문학작품 속에서 석양(夕陽)이나 황혼(黃昏)은
종종 노년의 삶이나 한 국가의 패망에 비유되곤 한다.
그런데 정작 이 두 단어는 비슷하긴 해도 약간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
곧, 오후 늦게까지 아직도 태양이 하늘에 떠 있는 상태를 '석양'이라 하고,
태양은 이미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해가 질 무렵을 '황혼'이라고 이른다고 보면 될 것이다.
중국 만당(晩唐) 때의 시인 이상은(李商隱)은 「등락유원(登樂游原)」이란 시에서,
"석양은 한없이 좋으나(夕陽無限好) / 다만 황혼이 다가옴이라(只是近黃昏)."라고
노래했는데, 이 시는 당(唐)나라의 쇠망이 목전에 임박했음을 황혼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고려조 말기의 대표적 인물인 이색(李穡)과 원천석(元天錫)은
국운이 다했을 때,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혹은 "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겨워 하노라."라고 제각기 읊었다.
한편 일반적으로 시문에는 인생 노년기의 상징어로 '백발(白髮)'이라는 단어가 우선하고 있다.
옛사람들은 늙음의 한탄을 '백발가(白髮歌)'류의 시문을 지어 위안 삼았다.
고려조 우탁(禹倬)의 시조는 유명하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어 /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터니 /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곧 '늙는 길'과 '백발'을 내세워 늙음을 탄식하면서도
해학적인 자세로 세월의 무상함을 관조하는 작가의 심경을 엿볼 수 있다.
또 당(唐)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추포가(秋浦歌)」에서
"백발이 삼천장이나 되는 것은(白髮三千丈),
/ 바로 시름에서 이처럼 자라났다(緣愁似箇長)."라고 했고,
또 당대 시인 두목(杜牧)은 「송은자(送隱者)」에서
"세간의 공평한 도리란 오직 백발뿐이니(公道世間唯白髮),
/ 귀인의 머리라고 해서 일찍이 봐준 적이 없다네(貴人頭上不曾饒)."라고 노래했다.
자신의 신장은 칠척(七尺)에 불과한데, 백발이 삼천장이라고 하는 호방한 과장법 사용과,
백발은 하늘이 내린 공평한 도리라고 표현한 시인들의 안목에는
그저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은 과거처럼 백발에 대한 근심이나 걱정은
비교적 덜한 편이다. 인생 백 세를 사는 시대에 걸맞게 머리형의
스타일 또한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백발을 검게 물들여 쉽게
단장하는가 하면, 은발인 채 그냥 두어 성숙한 인간의 징표로 삼기도 하고,
검은 머리를 백발로 염색해서 개성을 발휘하는 부류 등 각양각색이다.
『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편에 나오는 일화가 생각난다.
관중(管仲)이 제나라 환공을 따라 고죽국(孤竹國) 정벌에 참여했다가,
안개로 길을 잃게 되자 "늙은 말의 지혜가 쓸 만하다."고 제안한다.
이에 늙은 말을 풀어놓아 뒤를 따라가니 마침내 대로를 찾아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출처] 등락유원 登樂遊原 (낙유원에 오르다)|작성자 moonkok711
登樂遊原 - 李商隱
向晩意不適 驅車登古原.
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
저물녘 마음이 편치 않으매,
수레를 몰아 古原에 오르다.
지는 해 무한히 좋다마는,
다만 황혼에 가깝구나.
2.通釋
해 저무는 시간, 마음이 무슨 일인지 편안하지 않아
수레를 타고 옛 언덕에 올라 장안의 풍경을 바라본다.
지는 해에 비친 경관이 무한히 아름다워 사람을 감동시키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 광경이 오래가지 못하고 황혼을 맞이하리라는 사실이다.
3.解題
樂遊原에 올라 저물녘의 풍경을 보고 느낌을 적은 시이다.
이상은의 七言絶句에 같은 제목의 시가 있고,
杜牧의 작품에도 七言絶句의 〈登樂遊原〉 등이 있어
같은 소재로 쓴 시가 적지 않다.하지만 이 시가 가장 유명하다.
저물녘을 나타내는 시어로 ‘向晩’ ‧ ‘夕陽’ ‧ ‘黃昏’ 등을 써서
시간의 추이와 변화를 잘 드러냈는데,
특히 마지막 구절의 ‘황혼에 가깝다[近黃昏]’는 표현은
무한한 감회를 자아낸다.이 말은 눈에 비치는 풍경을 뛰어넘어
그 너머의 무엇을 상상하고 해석하도록 이끈다.
晩唐시인이 본, 한 시대가 저무는 장엄한 落照의 風光으로
‘黃昏’을 읽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시인을 시대의 예민한 感知家로 보는 견해가 있는데,
이런 시를 그 증거로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화려했고 아름다웠던 한 시대의 凋落을
가장 압축된 언어로 담아낸 절창이다.
4.集評
○ 洪覺範……作冷齋夜話 有曰詩至李義山 爲文章一厄
僕讀至此 蹙額無語 渠再三窮詰洪覺範
(洪邁)이 《冷齋夜話》를 썼는데 거기에
“詩가 李義山(李商隱)에 이르러 문장의 재앙이 되었다.”는
내용이 있으므로, 내가 책을 읽다 여기에 이르러 이마를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그가 거듭 캐묻고 따졌다.
僕不得已曰 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 覺範曰 我解子意矣 卽時刪去
내가 어쩔 수 없이 이르기를 “지는 해 무한히 좋다마는, 다만 황혼에 가깝구나.”라고 하니,
覺範(洪邁)이 그제야, “내 자네 뜻을 알았네.” 하고는 즉시 그 말을 지워 없앴다.
今印本猶存之 蓋已前傳出者 - 宋 許顗, 《彦周詩話》
지금 이 말이 적혀 있는 책이 여전히 있는데,
이는 이전에 전해진 것이다.
○ 宋之最著者蘇黃 全失唐人一唱三嘆之致 況陸放翁輩乎송나라의 가장 저명한 시인
蘇軾‧黃庭堅도 당나라 시인들의 一唱三嘆의 운치를 잃었는데,
하물며 陸放翁(陸游) 같은 무리들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但有偶然撞著者 如明道云 未須愁日暮 天際是輕陰
忠厚和平 不減義山之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矣 - 淸 吳喬, 〈答萬季埜詩問〉
다만 우연히 뜻밖에 만나는 것이 있으니,
예를 들어 程明道(程顥)가 “해 질 녘이라고 시름에 잠길 필요 없으니,
하늘 끝이 옅게 어두워지는 것일 뿐.”이라고 하였는데,
忠厚하고 和平한 맛이 義山의 ‘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보다 덜하지 않다.
○ 銷魂之語 不堪多誦 - 淸 姚培謙, 《李義山詩集注》
넋이 빠지게 하는 말이라 많이 외울 수가 없다.
○ 時事遇合 俱在个中 抑揚盡致 - 淸 屈復,
《玉溪生詩意》時事와의 우연한 합치가 모두 이 시 가운데 있으니
文章抑揚의 극치이다.
○ 百感茫茫 一時交集 謂之悲身世可 謂之憂時事亦可
아득한 온갖 느낌이 일시에 착잡하게 모여드니,
이를 두고 신세를 슬퍼한다고 해도 되고,
이를 두고 時事를 근심한다고 해도 된다.
下二以向來所賞마지막 두 구절은 종래부터 상찬받아 온 곳이다.
然得力處在以向晩意不適句倒裝而入 下二句已含言下 - 淸 紀昀,
《玉溪生詩說》
하지만 힘을 준 곳은 ‘向晩意不適’ 구절을 도치시켜 놓은 부분이니,
마지막 두 구절은 이미 이 말 속에 포함된 것이다.
○ 李義山樂遊原詩 消息甚大 爲絶句中所未有 - 淸 管世銘,
《讀雪山房唐詩序例》李義山의 〈樂遊原〉 시는 변화가 아주 커서
絶句 가운데 없었던 작품이다.
○ 戴叔倫三閭廟 沅湘流不盡 屈子怨何深 日暮秋風起 蕭蕭楓樹林
幷不用意 而言外自有一種悲涼感慨之意
五絶中此格最高戴叔倫의 〈三閭廟〉 시에
“沅水와 湘水 끝없이 흐르니, 屈子(屈原)의 원망 얼마나 깊은 것인가.
해 저물고 가을바람 일어, 쏴아 단풍나무 숲에 분다.”라고 한 것은
의도한 바가 없으면서 말 밖에 저절로 悲感하고 감개한 뜻이 있으니,
五言絶句 가운데 이러한 격조가 가장 높은 것이다.
義山向晩意不適 驅車登古原 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 嘆老之意極矣義山의 시
“向晩意不適 驅車登古原 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은 늙음을 탄식한 뜻이 지극하다.
然只說夕陽 幷不說自己 所以爲妙하지만 ‘夕陽’을 말했을 뿐
자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으므로 묘하게 된 것이다.
五絶七絶 均須如此五言絶句‧七言絶句는 모두 이와 같아야 한다
此亦比興也 - 淸 施補華, 《峴傭說詩》이 또한 比이면서 興이다.
5.譯註
▶ 登樂遊原 : 제목이 ‘樂遊原’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樂遊原’은 地名으로 장안 시내 동남쪽에 있는데,
지세가 높아 장안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원래는 秦나라 宜春苑인데, 漢나라에 들어와 宣帝 神爵 2년(B.C. 59)에
樂遊廟를 설치하면서 樂遊原이 되었다.樂遊苑이라고도 한다.
唐나라 武后 치세 때 太平公主가 이곳에 정자와 누각을 세웠다.
매년 정월 그믐, 삼월 삼짇날, 구월 중양절에 장안의 남녀들
대다수가 이곳에 모여 경치를 즐기며 놀았다.
▶ 古原 : 樂遊原을 가리킨다.
▶ 只是 : 보통 ‘단지……에 불과하다.[只不過 但是]’로 해석한다.
하지만 ‘바로……이다.[就是 正是]’의 뜻으로 보아,
‘바로 당시[只是當時]’로 보는 의견도 있다.
그렇게 보면 ‘지는 해 무한히 좋으니, 바로 황혼에 가까워서구나.’
정도로 의미가 약간 변한다.일단은 일반적인 해석을 따랐다.
▶ 해 질 녘이라고……뿐 :
程顥의 시 〈陳公 廙園修禊事 席上賦〉의 마지막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