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아래, 나의 하루
김도성
아침 일곱 시
병든 달처럼 누운 아내 곁에서
작은 식탁을 차립니다
젓가락 끝에 머문 침묵은
내 마음속 바람처럼
조용히 흔들립니다
가슴 한편 시리지만
나는 내 길이 있어
열 시, 아내를 맡깁니다
믿음이란 이름의 시간
요양사의 손에 하루를 건네고
여덟 시,
나는 나를 향해 걸어갑니다
운 좋게
조 기반 테니스 동호인들이 손짓하면
그건 내겐 대박
삶의 복권, 작고 소중한 기쁨입니다
라켓을 쥔 손이 살아 있고
땀방울이 햇살을 꿰찼을 때
나는 다시 한번
내 안의 봄을 느낍니다
운동을 마치고
테니스장 옆 낡은 창고
그곳은 나만의 성소
칼과 망치로 나무를 두드리며
내 안의 침묵을 깎아냅니다
틈틈이 시를 쓰며
나는 나무에게 말을 걸고
시간에게 귀를 기울입니다
점심이면
배달된 외로움 위에
고량주 한두 잔을 붓고
짧은 무심함 속으로
나를 잠시 던져놓습니다
작업장 앞
이름 없는 야생화가
작은 노래로 나를 불러주고
화성 안 소나무들은
푸른 기도로 내 어깨를 감쌉니다
누가 뭐라 해도
이곳은 내 천국
나는 오늘도
천천히, 묵묵히
나를 살아냅니다
202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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