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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별 아래서》 연작소시집

작성자무초 김도성|작성시간25.10.08|조회수93 목록 댓글 0

 

🌾 연작소시집

 

《불타는 별 아래서》

(김도성 연작 10편 시집 구성)

 

불타는 별 아래서

― 김도성 연작 소시집 ―

 

서문 ―

 

그 시절, 불빛은 희미했으나 별은 눈부셨다

 

나는 젊은 날의 기억을 돌아본다

전기도 전화도 없던 시골 마을,

가난은 하루의 언어였고 배움은 꿈이었다

 

가정형편상 학업을 잇지 못한 후배들에게

내가 배운 것을 나누고 싶었다

낡은 천막 아래, 등잔불 하나 켜고

야학을 열었다

 

그곳에서 나는 사랑을 배웠다

가르침의 자리에서 찾아온 불꽃은

삶 전체를 태우는 불이 되었다

그 불은 오래도록 내 가슴을 태우며

지금까지도 희미하게 남아 있다

 

이 시집은 그때의 나,

그리고 그때의 그녀를 향한

한 사람의 긴 고백이자,

청춘의 한쪽 모서리에 새겨진 이야기다

 

 

 

 

 

 

 

Ⅰ. 별빛 아래의 약속

<천막 학교 – 어둠 속의 등불>

 

가난한 아이들 눈동자마다

배움의 별 하나씩이 떴다

나는 그 별들을 모아

천막 속에 학교를 세웠다

 

낡은 교과서, 희미한 등잔불

글자보다 먼저 배운 것은

살아가는 법과 기다림이었다

 

그녀는 조교처럼 매일 가장 먼저 와

칠판을 닦고, 내 말을 듣던 미용사

그날부터 내 가슴에도

불빛 하나가 켜졌다

 

 

Ⅱ. 첫 눈빛의 번개

<눈 속의 불꽃 – 마른날의 사랑>

 

그녀의 눈에 번개가 쳤다

말보다 먼저 마음이 흔들렸다

어느 날, 내 안의 봄이

그녀의 웃음에서 피어났다

 

교실 끝에서 바람이 지나가고

분필 가루가 별빛처럼 흩날릴 때

세상은 잠시 멈춰 있었다

그녀는 내 삶의 문장, 첫 줄이었다

 

 

Ⅲ. 장군묘의 상석

<금지된 성소 – 별들이 엿본 밤>

 

밤마다 달이 기울면

우린 서로의 그림자를 따라갔다

장군묘 상석 위, 별빛이 내려앉고

우리의 체온이 돌 속에 스며들었다

 

묘비에 새겨진 이름들 사이로

우리의 숨결이 부딪쳤다

은하수는 고개를 돌렸지만

북두칠성은 우리를 지켜보았다

 

Ⅳ. 외투와 별

<잃어버린 외투 – 살쾡이의 장난>

 

늦가을 새벽, 찬 바람에 깨어보니

함께 덮던 외투가 사라졌다

누가 우리의 비밀을 훔쳐갔나

묘지 주변을 헤매던 새벽

 

여명 속에 소나무 가지에 걸린 외투

찢긴 자국 사이로 냄새가 흘렀다

간밤 오징어 조각을 훔쳐먹은

스라소니의 짓이었다

 

그날, 우린 웃었다

사랑은 언제나

두려움보다 강했다

 

 

Ⅴ. 눈덩이 같은 소문

<바람의 입 – 마을이 나를 삼켰다>

 

사랑은 속삭임으로 시작해

소문으로 부풀었다

누군가 간첩이라 불렀고

예비군이 금광으로 달려왔다

 

한 마디 말이

한 사람의 세상을 바꾸었다

불타는 소문은 나비의 날개를 찢고

우린 서로의 그림자를 버려야 했다

 

Ⅵ. 어머니의 반대

<닫힌 문 – 사랑은 아프다>

 

그녀를 데려오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말했다

“그 아이는 약하다”

 

그 말 한 줄이 내게는

천둥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조용히

“좋으면 그걸로 족하다” 하셨다

 

그날 밤 나는 울었다

사랑과 효도는

서로 다른 두 강의 물줄기였다

 

Ⅶ. 떠남

<기찻길의 그림자 – 떠나는 청춘>

 

더는 고향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안 날

나는 대전에 있는 중학교에 근무했다

 

기적 소리에 섞인 울음

창밖으로 스치는 들판

그녀의 얼굴이

바람에 흔들렸다

 

이별은 언제나

삶의 또 다른 출발이었다

 

 

 

Ⅷ. 유구의 약속

<미장원의 창가 – 다시 피어난 사랑>

 

그녀는 유구에 미장원을 차렸다

거울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주말마다 찾아온 그녀는

철없는 망아지처럼 웃었다

사랑은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나 끝은 이미 예감 속에 있었다

 

Ⅸ. 전보

<부친 사망 급래요 – 한 줄의 천둥>

 

가죽 가방을 멘 집배원이

짧은 전보를 건넸다

“부친 사망 급래요”

 

그 한 줄의 글이

하늘을 찢었다

나는 말없이 가방을 들고

기차에 올랐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그 순간 멎었다

 

Ⅹ. 고무신

<빈 신 – 남은 자리의 온기>

 

고향집 대문을 열었을 때

안방 마루 끝 댓돌 위에

대문을 향해 놓인 아버지의 고무신

한 켤레 놓여 있었다

 

발은 사라지고

자국만 남아 있었다

그 빈자리에서

나는 세상의 무게를 배웠다

 

사랑도, 이별도, 죽음도

결국은 한 켤레 신처럼

삶의 흔적이었다

 

 

 

맺음말 ― 불타는 별 아래서

 

이 시집의 모든 이야기는

한 남자의 청춘이자

한 시대의 초상이다

 

사랑은 비밀 속에서 자랐고

소문 속에서 사라졌으나

그 불빛은 여전히 가슴속에 타오른다

 

별빛이 흘러내린 묘비 위에서

나는 배웠다

사랑은 금지될수록

더 순수해진다는 것을

 

 

발문 ―

 

불빛은 사라져도 별은 남는다

이 시집을 덮으며 나는 오래된 기억 하나를 다시 불러낸다

불빛도 전기도 없던 시절

가난은 내 삶의 교과서였고

사랑은 세상을 견디게 한 유일한 문장이었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흙빛이었다

그러나 그 흙빛 속에서 나는 별을 보았다

하찮은 오징어 조각 하나에도 향기가 있었고

마른 묘지의 상석에도 체온이 있었다

 

사랑은 비루했으나 순수했고

청춘은 어두웠으나 눈부셨다

지금의 나는 세월의 먼 길을 돌아

그때의 소년을 마음속에서 다시 본다

 

지게를 지고 산을 넘던 어깨가

이제는 글자를 짊어지고 있다

사랑은 흩어졌지만

그 불빛이 나를 이 자리까지 이끌었다

 

이 시집은 단지 한 사람의 청춘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가 지나온 젊음의 초상이며

가난한 시대를 살았던 우리 세대의 기록이다

 

별빛 하나에도 가슴이 뛰던 그 시절

나는 분명 살아 있었다

이제 그 불빛을 당신에게 건넨다

 

비록 사라진 불이라 해도

당신 마음 어딘가에서

다시 타오를 수 있기를

불빛은 사라져도

별은 남는다

 

2025년 늦가을

 

김도성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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