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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파도

작성자무초 김도성|작성시간26.06.10|조회수75 목록 댓글 0

첫사랑의 파도

 

           김도성

 

스물넷

 

바람의 교실에서

가난한 봄들을 가르치던 날

 

한 송이 해당화가

가슴의 바다에 떠내려왔다

 

떠남의 노래 흐르던 시절

달빛은 천수만에 그물을 치고

 

우리는 물새 같은 발걸음으로

젊음의 물결을 건너갔다

 

세월은 조개껍데기만 남긴 채

먼 수평선 너머로 물러가고

 

오늘

 

청소나무에 새 한 마리 울고

맥문동 사이 바람 지나가면

 

나는 다시

 

달빛 속 그녀와 춤추던

스물넷의 파도가 된다

 

2026. 6. 10.

 

https://youtube.com/shorts/iRG8XPhIPmM?si=vWlZF2WGepYcZeAF

 

 

 

 

「첫사랑의 파도」 평론/편집부

 

김도성의 「첫사랑의 파도」는 단순한 연애의 추억을 회상하는 작품이 아니다. 이 시는 1960년대 가난했던 농어촌 사회의 청춘과 교육, 그리고 첫사랑의 기억을 한 편의 서정적 풍경 속에 담아낸 회고시이다. 개인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한 시대의 정서와 삶의 결을 기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시의 출발점은 스물넷 청년 교사 시절이다. 천막학교에서 고향의 후배들을 가르쳤다는 사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당시 사회의 어려운 현실과 교육에 대한 열망을 상징한다. "가난한 봄들을 가르치던 날"이라는 표현은 아이들의 삶을 봄에 비유함으로써 희망과 성장의 의미를 부여한다.

 

첫사랑은 시 속에서 직접 설명되지 않는다. 그녀는 어느 날 "가슴의 바다에 떠내려온 해당화"처럼 등장한다. 이는 첫사랑이 의지로 선택한 대상이 아니라 운명처럼 밀려온 존재임을 암시한다. 특히 바다와 파도의 이미지는 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상징이다. 사랑은 파도처럼 다가오고, 세월이 지나도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출렁인다.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사기포 백사장의 장면이다. 돈을 아껴 마련한 휴대용 전축과 달빛 아래의 서툰 춤은 물질적으로는 가난했지만 정서적으로는 풍요로웠던 청춘의 초상을 보여 준다. 당시 유행하던 「떠날 때는 말없이」라는 노래는 사랑의 결말을 미리 예고하는 상징 장치로 작용한다. 결국 두 사람은 노랫말처럼 헤어지지만, 사랑은 끝난 것이 아니라 추억으로 남아 삶의 일부가 된다.

 

후반부의 시선은 현재로 이동한다. 수원화성 동북포루 앞 청소나무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맥문동 잎을 흔드는 바람은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다. 그것들은 과거를 불러내는 기억의 매개체다. 현재의 바람은 곧 과거의 파도이며, 새소리는 청춘의 메아리이다. 자연은 시간의 경계를 허물고 노년의 화자를 다시 스물넷 청년으로 되돌려 놓는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절제된 감성에 있다. 사랑을 과장하지 않고, 이별을 원망하지 않으며, 지나간 세월을 한탄하지도 않는다. 대신 파도와 바람, 달빛과 새소리 같은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독자는 첫사랑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결국 자신의 청춘과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결국 「첫사랑의 파도」는 첫사랑에 대한 시이면서 동시에 청춘에 대한 시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 기억의 힘을 노래한 작품이다. 시의 마지막에서 화자가 "스물넷의 파도가 된다"는 고백은, 육신은 늙어도 마음속 청춘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 주는 아름다운 선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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