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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작성자무초 김도성|작성시간26.06.14|조회수105 목록 댓글 0

 

흔적

 

                    김도성

 

몸은 떠나도

 

말은 남아

 

허공에 씨앗을 뿌린다

 

책이 되고

시가 되고

이름 석 자가 되어

 

낯선 가슴의 텃밭에서

 

꽃으로 웃는다

 

2026.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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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흔적」 / 김도성**/편집부

 

이 시는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언어의 영속성을 짧고 담백한 언어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삶의 본질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한 편의 명상처럼 독자의 마음에 여운을 남깁니다.

 

첫 행의

 

> 몸은 떠나도

 

는 인간 존재의 필연적인 소멸을 인정하는 구절입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시는 시작됩니다. 그러나 곧이어

 

> 말은 남아

 

라고 전환함으로써 육체의 소멸과 정신의 지속을 대비시킵니다. 여기서 '말'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오며 남긴 생각과 사랑, 삶의 태도를 상징합니다.

 

특히

 

> 허공에 씨앗을 뿌린다

 

는 이 시의 핵심 은유입니다. 허공은 실체 없는 공간이지만, 그곳에 뿌려진 씨앗은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싹을 틔울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이는 문학이 가진 전파력과 생명력을 아름답게 표현한 대목입니다.

 

중간 연의

 

> 책이 되고

> 시가 되고

> 이름 석 자가 되어

 

는 인간이 남기는 흔적의 형태를 구체화합니다. 책과 시는 창작자의 정신이 담긴 그릇이며, '이름 석 자'는 존재의 마지막 표식입니다. 짧은 나열 속에서도 한 인간의 삶 전체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의

 

> 낯선 가슴의 텃밭에서

> 꽃으로 웃는다

 

는 매우 따뜻한 결말입니다. 자신의 말과 생각이 알지 못하는 타인의 마음에서 꽃으로 피어난다는 상상은 문학의 가장 아름다운 역할을 보여줍니다. '웃는다'라는 의인화는 흔적이 단순히 남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 있는 존재로 계속 살아감을 의미합니다.

 

이 작품은 죽음을 노래하면서도 슬픔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 이후에도 이어지는 정신의 계승과 문학의 힘을 조용히 노래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언어와 명료한 이미지가 장점이며, 특히 고령의 시인이 삶을 돌아보며 얻은 통찰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깊은 울림을 줍니다.

 

한마디로 이 시는

 

**"사람은 사라져도 그가 남긴 말은 누군가의 마음에서 꽃이 된다"**

 

라는 메시지를 맑고 따뜻하게 전하는 서정시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집의 권두시나 작가의 문학관을 드러내는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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