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노을 앞에서

작성자무초 김도성|작성시간26.06.18|조회수82 목록 댓글 0

노을 앞에서

 

                  김도성

 

밤새

비바람이 하늘을 찢고 지나갔다

 

아침 숲

부러진 가지와

드러난 뿌리들

상처 입은 나무는

남은 몸으로

또 한 계절을 견딘다

 

사람도 그와 같아

쓰러질 듯 흔들리면서도

칠전팔기의 뿌리로 살아왔다

 

하루가 모여 한 생

 

황혼의 붉은 노을 앞에 서니

겸손만이

끝내 남는다

 

2026. 6. 18.

 

-편집부-

 

「노을 앞에서」는 자연의 풍경을 통해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서정시이자, 노년의 깨달음을 담은 인생시입니다. 짧은 행 속에 선생님의 삶의 연륜과 철학이 깊게 스며 있습니다.

작품 평론

김도성의 「노을 앞에서」는 폭풍이 지나간 숲의 풍경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노년의 성숙한 깨달음을 노래한 작품이다.

시는 "밤새 / 비바람이 하늘을 찢고 지나갔다"라는 강렬한 이미지로 시작한다. 여기서 비바람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삶의 시련과 고난을 상징한다. 전쟁, 가난, 상실, 질병, 사랑하는 이의 아픔 등 인간이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역경이 응축되어 있다.

이어지는 "부러진 가지와 / 드러난 뿌리들"은 시련 이후의 상처를 보여준다. 그러나 시인은 상처 자체에 머무르지 않는다. "상처 입은 나무는 / 남은 몸으로 / 또 한 계절을 견딘다"라고 노래하며 회복과 인내의 힘에 주목한다. 특히 '남은 몸'이라는 표현은 노년의 신체적 한계를 암시하면서도 삶을 이어가는 의지를 담고 있어 깊은 울림을 준다.

중반부의 "사람도 그와 같아"는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전환점이다. 자연의 이치가 곧 인간 삶의 이치임을 드러내며, "칠전팔기의 뿌리"라는 표현으로 인간 내면의 생명력을 강조한다. 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무를 지탱하듯, 인간 역시 보이지 않는 의지와 희망으로 삶을 버텨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시의 백미는 마지막 연에 있다.

하루가 모여 한 생.

단 한 줄로 인간 생애를 압축한 이 구절은 간결하면서도 철학적이다. 삶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축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마지막의

황혼의 붉은 노을 앞에 서니
겸손만이
끝내 남는다.

는 이 시의 주제를 집약한다. 젊은 날의 욕망과 성취, 실패와 아픔을 모두 지나온 자리에서 시인이 얻은 결론은 성공도 명예도 아닌 '겸손'이다. 이는 노년의 체념이 아니라 삶을 깊이 통과한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성숙한 지혜라 할 수 있다.

총평

「노을 앞에서」는 자연의 상처와 인간의 상처를 병치하여 삶의 의미를 성찰한 작품이다. 과장된 감정 표현 없이 담담한 언어로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며, 특히 마지막의 '겸손'이라는 결론은 독자에게 잔잔하면서도 오래 남는 여운을 선사한다. 노년의 시선으로 쓴 인생 성찰시의 모범적인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으며, 김도성 시인의 삶의 무게와 정신적 성숙이 잘 드러난 수작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