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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후기

희양산

작성자산찾사|작성시간26.06.20|조회수2 목록 댓글 0

 

산행지 : 희양산

산행일 : 2026년 6월 02일 화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산행 지도)

이젠 기억조차 희미한 산행지를 찾아간다.

희양산은 이번이 세 번째....

처음 희양산을 찾은 건 90년 후반으로 기억한다.

그땐 연풍에서 은티마을을 못 찾아 헤맸던 기억이 뚜렷하다.

그만큼 그곳은 완전 깡촌이었고 외진 곳였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가을날 아내와 단둘이 찾았을 땐 구왕봉을 내려선

지름티재에서 길목을 지키던 스님에게 잡혀 은티마을로 내려선 게 마지막이었다.

그땐 혈기 왕성하던 시절이라 스님과 한판 붙을 기세로 대들었었다.

그 당시 스님에게 이게 니들 땅이냐 물어보니 스님이 그런다.

죄다 사찰 땅이 맞다고...

그럼 니들은 니들 땅만 밟고 다니냐며

난 꼭 거길 가겠다며 무턱대고 들어섰는데

그런 내 손목을 부여잡은 스님의 완력이 어찌나 세던지

도저히 내가 당해낼 재간이 없었는데

이건 뭐~

소림사에서 평생 무술만 수련한 스님보다 더 강했다.

그땐 힘으로도 안되자 그게 또 어찌나 억울하던지?

나는 마지막으로 스님에게 어거지 땡깡을 부렸었다.

스님은 길목을 지키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주워 담았었나 보다.

그때 내 눈엔 도토리가 스님의 바랑에 가득 찬 게 보여

그거라도 줘야 내려가겠다고 지름티재에 주저앉아 버렸다.

순간 황당해 하던 그때 그 스님의 표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ㅋㅋㅋ

이후...

희양산은 부처님 오신 날만 개방을 했지만

그날 이후 그곳은 정나미가 떨어져 갈 생각도 안 하다

그러다 이젠 완전 개방이 되어 언제든 갈 수 있는 산행지라

가긴 했는데 여기도 이젠 많이 변했다.

내 기억엔 그 이후로 마분봉 산행을 위해 은티마을을 몇 번 찾아왔지만

이런 번듯한 주차장은 없었다.

주차장 입구엔 소형 주차비가 5천 냥으로

적혀 있지만 주차비를 징수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평일이라 그런가?

참고로 이날은 산행 후 나갈 때도 주차비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

본격적인 산행을 위해 은티마을 입구의 주막집을 지나

마을 앞에서 희양산과 마분봉으로 나뉜 갈림길에서

이정표가 가리킨 희양산을 향하자마자

민가 옆 울타리의 장미꽃이 초록잎새의 발목을 잡았다.

장미꽃은 풍성하고 이쁘다.

얼마 후....

우린 은티산장을 스쳐 지나

시멘트 도로를 타고 오르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은티 마을이 멀리 달아나 있다.

희양산을 향한 등로는 마지막 농막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서면

상세한 지도가 반겨준 갈림길이 맞아준다.

이곳에서 우측 길은 구왕봉을 향한 길이나 이제 우린

저질 체력이라 곧장 희양산을 향한 좌측의 직진길로 들어섰다.

숲속 길은 지름티재까지 완만하게 경사를 올리고 있다.

드디어 우린 옛 추억이 서린 지름티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잠시 쉼으로 숨을 돌린 후

본격적으로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 희양산을 향한다.

쉬엄쉬엄 체력을 안배한 발걸음이 첫 조망터에 올랐다.

이곳에선 바로 코앞으로 구왕산이 조망된다.

다시 시작된 발걸음은 미로 바위를 거처

황장목이 시선을 압도하던 목책이 설치된 등로에 올라서자

히유~!

본격적인 험로가 시작되었다.

옛날엔 참 쉽게도 올랐지만 이젠 아니다.

시루봉과 희양산 갈림길의 안부로 올라설 동안 우린 아주 죽을 똥을 쌌다.

이제 우린 이곳 삼거리에서 희양산을 다녀와야 한다.

희양산을 향한 등로에선

조망이 좋고 쉽게 걸을 수 있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우리가 또 언제 올 수 있을까?

그러니 우리 부부는 조망터마다 선경을 마음껏 즐겼다.

 

아래 사진은 줌으로 당겨서 본 조계종 특별선원 봉암사.

드디어 우리 부부는 희양산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999m의 희양산은 산 전체가 거대한 하얀 바위로

이루어져 햇빛만 비치면 하얗게 빛나는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희양산 정상에 서자 험로를 올라설 땐

그만큼 긴장이 되어 그랬나 전혀 느끼지 못했던 허기가 느껴진다.

우린 정상을 되돌아 나와 조망 좋은 암릉에 식탁을 차렸다.

이럴 때 마시는 맥주 한 잔은 완전 죽음인데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 후 곧바로 마시던 그 맛과 똑같다.

맛나게 식사 후 호화롭게 후식까지 즐긴 우린

되돌아 내려선 삼거리 안부에서 시루봉을 향하다.

성터의 삼거리에서 또다시 은티마을로 방향을 틀었다.

내리막길은 비교적 편안했다.

물론 풍광도 좋았고...

내려서다 보면 이쯤에선 희양폭포가 보여야 하는뎅~!

갈수기라 그런지 계곡엔 물이 말라붙었고 폭포답게 생긴 건 보이지 않았다.

굳이 폭포라고 우겨 본다면 아래 사진에 보이는 일자 바위인데

지도에 표기된 위치에 가장 근접해 있던 건 저곳뿐였다.

쉬엄쉬엄 안전을 최우선으로 걸었던 산행을 끝냈다.

요즘 맨날 둘레길만 걷다 오랜만에 산다운 산을 타고났더니

ㅋㅋㅋ

초록잎새가 그런다.

내일은 온몸이 쑤시고 아플 것 같다나 뭐라나?

하긴...

암릉을 오르느라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썼으니 그럴 수도....

대략 20년 넘었던 산행지를 다시 찾아 오른 앵콜 산행지는 참 새롭다.

내게 희양산이 바로 그런 산행지였다.

그건 스님과의 옛 추억이 떠올려져 더 그런듯싶다.

옛말에 이르기를

산에 오르거든 험한 비탈길을 견디고

눈을 밟거든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걸 견디라 했다.

즉 견딜 내(耐)의 깊은 뜻만 잘 알면 험한 인정과 고르지

못한 세상이라도 그나마 무난히 살 수 있는 법인데 젊어서 내겐

그 점이 부족하여 참 힘들게 살아왔던 것 같다.

그 당시 못된 성질을 참지 못하고 바락바락 스님께 대들던

산찾사도 이젠 다 늙어서야 겨우 그 성질이 좀 죽었다.

하긴....

마눌님 말에 의하면 그건 니 생각뿐이라지만

나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ㅋㅋㅋ

그때 정말로 도토리를 내게 나누어 주려고 하던

그 스님은 참으로 참을성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빙그레 미소 짓던 그때 그 스님....

부디 큰 스님이 되셨거나 성불하여 부처가 되셨기를

이 글을 빌어 진심으로 기원한다.

(동영상으로 보는 후기)

https://youtu.be/KMHZuS80uRA?si=Op2r_J8msLwywi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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