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4일(목) 건강한 죄인의 교회
성경 마가복음 2:13-17
찬송 335장
예전에 ‘강남 8학군’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강남에 모여 있는 명문 고등학교들을 통칭하는 말이었는데, 자녀를 8학군 학교로 진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의 열의가 너무 뜨거워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맹모삼천지교'가 배우는 장소, 머무는 장소, 만나는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성공에 이르고자 한다면 그럴 만한 장소와 사람을 가까이해야 한다는 것은 오랜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전통을 따르지 않고 거꾸로 살아가신 분입니다. 예수님은 유명한 사람보다 무명한 사람을 더 많이 만났고, 힘 있는 사람보다 힘없는 사람에게 더 가까이 갔으며, 남의 시선에는 아랑곳없이 비난과 멸시를 받는 부류와 함께 공동체를 만드셨습니다.
기독교가 시대의 앞길이 되려면 먼저 예수님이 어떤 길을 걸으셨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기독교가 세상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시대라도, 예수님이 걸으신 그 길이 아니라면 그것은 한낱 조직에 불과하고, 그 시대의 한 흐름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믿음의 대상으로 삼는 예수님은 조직을 위해 일하거나 성공을 위해 뛰어들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상처받은 알갱이들 가까이로 다가가서 그들의 회복을 위해 자신 또한 하나의 알갱이로 그들 안에 들어가셨습니다. 위에 서지 않고 아래에 섰고, 앞에서 호령하지 않고 뒤에서 밀어 주셨습니다. 또한 예수님은 좋은 장소보다 필요한 장소에 가셨고, 우러름을 받는 사람 주변이 아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 곁에 계셨습니다. 때론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불편해도 곁을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요란하고 일시적인 친절을 베풀기보다 묵묵하게 변함없이 친절하셨습니다. 그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 주는 게 아니라 함께 먹고 마셨습니다. 위에서 아래로의 분배가 아니라 옆에서 옆으로의 나눔을 보여 주셨습니다.
건강한 교회는 바로 이런 일이 일상인 교회입니다. 친절이 있고, 나눔이 있고, 회복이 있고, 낮아짐이 있는 그런 교회입니다. 우리 교회가 그런 교회일 때 세상의 앞길에 설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를 예수님 닮은 교회로 만들어가고 있습니까?
주님, 천대받는 이들과 함께하신 주님을 닮아가게 하소서, 높은 데만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낮은 데 임하는 천국으로 나아가게 하소서. 낮은 곳에서 묵묵히 친절을 베풀고 이웃을 돕는 주님의 참된 제자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형국 목사 / 양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