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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과 합격 후기

2019 수시 단국대학교 합격 후기

작성자18 서경지|작성시간18.11.17|조회수358 목록 댓글 2


안녕하세요. 주말반 서경지라고 합니다. 다들 그렇겠지만, 제가 이곳에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오다니 정말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는 것 같아요. 이 글이 문예창작과를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만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쓰는 거라 조금 쑥스럽고 또 죄송한 마음이에요. 역시 학원 다닐 때 버릇 쉽게 고쳐지지 않나 봐요. ㅎㅎ...


저는 고등학교 3학년 여름, 주말특강반으로 처음 고도학원에 오게 됐어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늦은 편이라 초조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막연하게 문예창작과에 오고 싶다는 생각으로 있었어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은 매일 같이 하긴 했지만, 그게 입시를 향한 방향은 아니었어요. 정말 말 그대로 제가 읽고 싶은 글만 읽고, 쓰고 싶은 글만 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글을 잘쓴다는 말을 여럿 들어서 가끔 백일장에 나가서 상을 타오기도 했어요. 명망 있는 백일장은 아녔었어 크게 자랑할 만한 상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이걸 쓰고 있는 것도 많이 민망해요. ㅋㅋ 집이 부산이라 서울에 큰언니의 집에 머무르면서 학원에 다녔어요. 신혼부부 집이라 정시까지 가면 진짜 민폐겠다, 얼른 합격해서 나가줘야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형부의 노트북을 빌려서 과제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과제로 내주신 글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새벽까지 자주 끙끙거렸어요. 그랬던 것치고는 많은 양의 과제를 해가진 못 했어서 ㅋㅋ 아직도 후회가 돼요. 그냥 그때는 얼른 노트북을 닫고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만해축전에서 장려를 탄 것도 정말 기적인 것 같아요.


방학이 끝나고 나서는 주말에만 학원을 왔어요. 기차에서 기절하듯 잤다가 잠시 언니집 들려서 또 잠시 자고 ㅎㅎ 그러고 학원을 갔어요. 그리고 이때가 제가 제일 나태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정말 게을렀던 것 같아요. 선생님께도 여러 지적을 받았습니다. 주말에만 오는 거라 피드백을 받을 시간도 많이 부족한데... 과제를 정말 적게 해갔거든요. 당장 실기가 다가오는데 대체 무슨 똥배짱이었던 건지 ㅋㅋ 슬럼프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네요. 많이 혼나야 했습니다. 체력도 원체 안 좋았는데 스스로 마음을 다잡지도 못하니까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늘어지더라고요. (과제번호는 50번도 못 채웠고 필사도 많이 하진 않았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부디 저 같은 과정을 밟질 않기를 바랍니다. 게으르면 결국 손해 보는 건 나 하나예요. 남들 안 할 때도 하진 못하더라도, 남들 할 때는 같이 해야 합니다. 제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있는 거예요 ^,ㅠ


제가 그나마 게을리하지 않았던 건 글을 가까이하는 것뿐이었어요. 책이 아니면 뉴스 기사라도 읽었어요. 글도... 이제야 고백하는 거지만, 하라는 과제는 안 하고 제가 쓰고 있던 소설을 하루에 공미포 16,000자 가까이 쓰던 때도 있었어요. 선생님께서 이때까지 해온 과제치고는 문장력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많이 찔렸습니다. ㅋㅋ 제가 잘했다는 건 아니에요. 그나마 아예 감을 잊지 않게 해준 것들이라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제가 이런 것들을 할 시간에 과제를 했다면 분명 더 좋은 결과를 얻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단국대는 첫 실기였고, 가장 혼이 많이 났던 글이었습니다. 아직도 신기하고 이상한 일이에요. 제가 단국대에 합격하다니... 서울예대, 명지전문대, 동국대, 전부 예비도 못 받고 처참하게 나가떨어졌었습니다. 단국대는 당연히 떨어질 거로 생각했어요. 심사하시는 분들이 제 글에서 뭘 발견하신 걸까요? 학원을 다닐 때 언니가 저를 보고 네가 대학에 붙는다면 그건 오로지 너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진 일은 아닐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합격은 기쁜 일이지만, 아직도 제게는 과분하고 또 반성하게 하는 일입니다. 되려 합격을 하고 나니 더 열심히 해야 했다고 반성하게 됐어요. 제가 더 열심히 했다면 분명 다른 곳에도 합격할 수 있었으리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곳에서 문학인으로서 더 정진하려고 합니다. 결국 남는 후회는, 실패가 아니라 나태함인 것 같아요. 내가 더 열심히 했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이요.


학원에서 창작을 할 때, 제 날 것의 글을 보여 드리는 게 부끄러웠어요. 다듬어지지 않는 글이었고 무엇보다 남들한테 글을 보여주는 게 저한테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피드백을 받을 때 항상 허허실실 웃었습니다. 좀 바보 같았던 것 같아요. ㅋㅋ 글을 쓰는 이상 지적이란 항상 달가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고도에 와서 제 문제점을 지적받을 수 있었다는 게 가장 좋았어요.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혼자 끙끙거린다는 게, 아예 자각도 못 하고 무지한 글을 쓴다는 건 제게 늘 잠재되어 있던 두려움이었습니다. 혹여 연이은 지적에 마음이 상하시더라도 다시 고쳐볼 기회가 있다는 거에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원장 선생님, 혜림 선생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글 외에도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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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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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구름우유 | 작성시간 18.11.17 경지야~~ 부산에서 와서 잔소리 엄청 듣다가 결국 골인하네~ 언니가 뭘 느끼셨길래 대학에 붙는다면 오로지 너의 노력으로만 붙는 건 아닐거라고 하신 건진 모르겠지만, 학원에서도 뭔가 더 열심히 해주려는 걸 알아봐주신 것 같아 감사하네 ㅎ
    대학 가선 그만 농땡이 치고 성실하게 글쓰고 학교 생활 해야 된다~ 다시 한번 합격 축하해 ^^
  • 작성자18 김유림 | 작성시간 18.11.17 경지야 나 주말반 같이 듣던 유림이야 ㅎㅎ... 단국대 합격자 명단에 네 이름이 있어서 놀랐어! 항상 창작 시간에 썼던 네 글들 모두 진짜 다른 친구들이랑은 전혀 다른 스토리랑 전개였어서, 어디든 가겠구나 싶었는데... 같이 단국대 붙었네 ㅎ 대학 붙은 거 축하해, 경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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