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문창과 합격 후기

제가 드디어 고도를 졸업합니다.

작성자18정서림|작성시간18.12.15|조회수776 목록 댓글 8

후배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수시 2차 때 고도를 탈출 졸업하고, 백석예대에 가게 된 정서림이라고 합니다. 정말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합격 수기를 쓰는 이 시간이 정말 설레고 즐겁기만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부모님을 설득해서, 고3 때 겨우 고도에 오게 되었어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필과 시를 썼어요. 전국대회도 많이 나갔고요. 그런데 수상실적이 좋지 않고, 이렇게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아서 고도에 오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나서야 부산대에서 상을 탔어요. 그때 부모님께서 제 가능성을 인정해 주시고 고도에 보내 주셨습니다. 오랜 설득 끝에 고도에 오게 된 거라, 고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어요. ㅎㅎㅎㅎㅎㅎ 아직도 고도에서 첫 수업 하던 때가 생각나요. 그때 정말 떨리고 좋았어요. 배쌤, 혜림쌤, 혜인쌤 같은 좋은 선생님들께 글을 배울 수 있다는 게 너무 좋고 행복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 못할 비밀을 글로 쓰면, 신기하게도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어요.  문학을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여러가지 이유로, 고도는 저의 놀이터였습니다. 매일 학원에 가는 날이 기다려졌어요.


  그런데 9월달쯤 되니까 마냥 즐겁지만은 않게 되었어요. 저도 슬슬 흔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원장선생님께서 100편 넘게 산문을 쓰면 1등 상이 적어도 하나는 나온다고 하셨는데, 저는 120편 넘어갈 때까지 1등 상이 하나도 없었어요. 하위 상만 8개 정도 있었는데, 1등 상이 없으니까 항상 불안하더라고요. 설상가상으로 9월 말에는 실기고사를 치르게 되었는데, 정말 실기고사 성적이 처참했습니다. 단국대, 명전, 동국대, 추계예대, 동아방송예대, 서울예대를 모두 떨어졌어요. 심지어 문창과는 예비를 하나도 못 받았어요. 겨우 예비 받은 게 동아방송예대인데, 270번……. 심지어 동아방송예대는 문창과로 넣은 것도 아니고 영화과였어요.


  사실 저는 고도를 다니게 된 게, 치유의 목적도 있었어요. 자잘한 문제 때문에 옛날에 정신과를 다녔거든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저한테는 그게 일생일대의 고민이었어요. 잠을 못자서 잠 좀 자게 해달라고 정신과에 갔었는데, 일단 상담을 먼저 해야 한다고 해서, 상담을 했어요. 그런데 불면증은 치료가 안 되고 정신과에 대한 불신만 쌓여 갔어요. 그때 찾은 게 고도였는데, 고도에 다니고 글을 쓰니까 신기하게도 잠이 잘 오더라고요. 진짜 살 것 같았는데, 수시 1차 실기를 다 광탈당하니까 다시 잠이 안 오더라고요. ㅠㅠㅠㅠㅠㅠ 음 그때의 기분은…… 와우 (말잇못). 제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떨어진 거라 기분이 진짜 이상했어요. 1년 동안 거의 140편의 산문을 썼고, 인장스도 50편을 썼고, 다큐도 많이 봤어요. 심지어 저는 준비작도 5편이나 있었어요. 그중에서는 14번 퇴고한 작품도 있었고, 심지어 그 작품은 A,B,C 버전이 다 있었어요. 과제의 양이 곧 질인 것 같아서 웬만하면 과제를 10장은 하려고 했고, 과제를 제일 많이 했을 때는 17장씩 하기도 했어요. 대회도 빠지지 않고 나갔어요. 통원 왕복이 4시간이 넘는데, 학원에 두 시간씩 일찍 와서 자습도 했었는데 ㅠㅠㅠㅠ. 수시 1차를 다 떨어지니까 모든 게 다 부질없어 보였어요. 어떤 집단에서 저를 거부했다는 게 생각보다 너무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때 휴대폰에 한강물 수온 재는 어플을 깔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평생 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수능을 보게 됐어요. 수능을 보는 내내 딴생각에 빠져서 수능을 망쳤어요. 애초에 공부를 무척 못하기도 했었고요.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어요. 그래서 수능 시간 내내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탈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수능을 보는 내내 정신이 모락모락 증발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수능 점수는 뭐…… 하하 그냥 멘탈붕괴될 정도? 그러고 다시 고도에 돌아오니까, 친했던 친구들은 모두 대학에 합격했더라고요. 저만 혼자 남았어요. 다행히 그때 혜림쌤께서 저를 잡아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혜림쌤. 아, 그리고 그때 수시 2차 보는 분들도 저를 잡아주셨어요. 정현아, 서현아, 마트료시카야 너희들 덕분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어. 그리고 수정 언니 초콜렛 잘 먹었어요! ㅎㅎ


  수시 1차 다 떨어지고 동태눈깔로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드디어 백석예대 합격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기분이 참 묘하네요. 학원이랑 대학교가 엄청 가까워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ㅋㅋㅋ. 백석예대는 정시에 한번 더 기회가 있으니까,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 정시에 다시 도전할 생각입니다. 결과에 상관 없이, 서울예대 극작과 시험은 꼭 보고싶었으니까요.


  이쯤에서 고도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글을 마무리지으려고 해요.

혜림쌤, 항상 조금이라도 더 봐주시려고 하시고, 피드백도 꼼꼼히 해주시고 정말 감사했어요. 제가 멘탈 나가 있을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셔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잖아요. 고도에 대한 인상을 좋게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나중에 놀러갈게요, 고도에.

원장쌤, 입시를 떠나서, 인생에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수업 정말 재미 있었어요. 말씀은 못 드렸지만 정말 존경했어요ㅎㅎㅎㅎㅎㅎ (으아 오글거린다….)

혜인쌤, 저 예술원 간다고 헛소리할 때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 며칠 전까지 예술원 포트폴리오 준비했었어요. ㅋㅋㅋㅋ 항상 밝은 모습으로 맞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균쌤, 저 영화과 시험 전날 떨지 말라고 전화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게 정말 큰 힘이 됐어요. 항상 눈높이 맞춰서 피드백 해주셔서 영화과 수업이 참 좋았어요.

고도 쌤들… 저 때문에 힘드셨죠? 이제 저 졸업하니까 걱정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다시 놀러가겠습니다.


그리고 수특 A반 친구들. 유진아, 소담아, 서연아, 정현아, 채환아, 수지야, 서현아, 나경아, 인기야. 너희 덕분에 고도 다니는 게 정말 행복했어. 너희들한테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 특히 유진아, 서연아, 소담아 항상 웃는 얼굴로 격려해줘서 고마워. 너희들하고 같이 있으면 내가 정말 글쟁이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 혹시라도 길에서 만나면 아는 척해! 우리 팸 영원하자ㅠㅠㅎ


저는 이제 고도를 졸업합니다. 돌아보면, 정말 힘든 만큼 행복했습니다. 고도 친구들, 선생님들한테 너무 많은 걸 받아가는 것 같아요. 오랫 동안 잊지 못할 거예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18김소담 | 작성시간 18.12.15 ❤️ 사룽
  • 작성자18최유진 | 작성시간 18.12.15 서림이 역시 후기 글에서도 글 잘 쓰는 게 느껴진다. 멋있다 서림. 소담이 댓글 보면서 생각났는데 우리 예대 전에 같이 모의실기 보고 합평한 날, 그날이 아마 제일 힘들면서도 행복했던 날이었던 것 같아. 힘들었던 기억도 전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단 게 좋다ㅠㅠ 결과가 어떻든 너는 누구보다 노력했고 그래서 멋졌어. 너는 어디서든, 어떤 모습으로든 꼭 원하는 목표를 물고 늘어질 수 있는 사람이야!! 1년 간 고도에서 보낸 시간이 그걸 증명해 주고 있단 생각이 들어. 합격 다시 한 번 축하하고, 정시까지 계속한단 말 너무 멋있다!! 늘 진심으로 응원해👏😆🥰❤️🥳😍
  • 작성자18정서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12.16 ㅠㅠ 얘들아 진짜 벌써 보고싶다. 정말 너희들하고 같이 글 쓴 거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소담아 항상 내 헛소리를 받아줘서 고마워. 너도 멘탈이 나갔을 텐데, 내 헛소리까지 듣느라 정말 고생했어. ㅠㅠ 소담아 유진아, 내가 실기 앞두고 덜덜덜 떨고 있을 때, 너는 무조건 될 거라고 응원해 준 거 정말 고마워. 너희들은 항상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준 것 같아. 너희도 진짜 고생했어. 연락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진아, 소담아 항상 응원할게. 우리 꽃길만 걷자 ㅎㅎ
  • 작성자Reve | 작성시간 18.12.18 서림아~ 마지막에 맴 고생 하느라 힘들었지... 수시에 입시가 끝나서 정말 다행이다!!!
    어디서든 고도에서 한 것처럼 열심히 하면 또 새로운 길이 열릴거라 생각해 (๑•̀ω•́)۶ 
    합격 축하하고~ 입학 전까지 신나게 놀기 바라 ㅎㅎㅎ
  • 작성자18정서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12.21 쌤 항상 좋은 말씀 감사해요! 합격한 애들이랑 내년에 놀러갈게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