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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과 합격 후기

2024 숭실대, 백석예대 합격 후기

작성자김규영|작성시간24.02.15|조회수250 목록 댓글 0

안녕하세요~ 24학년도 숭실대, 백석예대 정시에 합격하게 된 김규영입니다! 사실 합격 수기를 올릴까 말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번에 숭실대 합격자가 많이 나온 것도 그렇고 후기를 올리신 분들처럼 오래 준비한 편은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저처럼 단기간에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작년에 원래 정시러였어요. 고3때 정시 공부를 하다가 문득 5월 즈음 문창과에 가고 싶어져서 아빠한테 진지하게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서로 정보가 부족했기에, 문창과를 준비하기엔 늦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저는 그냥 하던 수능 공부나 하자고 마음을 다잡고 오로지 수능에만 시간을 쏟아부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수능날이 가까워질수록 공부는 손에 안 잡혔고... 결국 수능장에서 최악의 영어점수를 맞았어요. 그래도 늘 모의고사에서 3등급은 나와줬던 영어가 수능에서 2점차이로 5등급이 떠버리니... 대차게 수능을 말아먹은 저는 재수하고 싶다는 간절함과 에너지조차 없었어서 당시 엄마께 대학 안 가고 사업하겠다고 말했어요.(지금 보니 회피하려고 했던 말인 것 같네요..) 더는 대학 생각하기도 싫어서 며칠 동안 방에 틀어 박혀있기도 했구요. 그러다가 엄마가 너 문창과 준비해 보는 거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제가 계속 국문과 가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가 뒤늦게라도 문창 실기하자고 하는 거에요. 그렇게 문창과를 정시로 가자는 결정을 내리고 또 며칠 동안 엄마랑 과외를 찾아보다가, 고도를 알게 됐어요. 주말에 택시를 타고 간 학원에서 ot를 들었는데 그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정말 너무 싫었거든요..ㅋㅋ 수능 망쳐서 뒤늦게 대학 가려고 온 패배자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어요. 하필이면 바보 같이 질문란에 '두달 준비해서 합격할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써서 더 그렇게 느낀 걸지도요. 제 형편없는 등급이 원장님 입에서 나오며 2합 9 밑으로는 어렵다는 말이 당시에는 진짜 고통스러웠어요. 하지만 원장님이 최대한 재수 하지 말고 한양여대 가서 편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얘기해주신 게 그래도 학생을 생각해주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글쓰기 수업이 단순 입시를 넘어서 어디 가서 듣지 못할 강의 같아 고민이 됐죠. ot가 끝나고 근처 교대곱창에서 곱창을 먹으며 엄마랑 얘기를 했어요. 대화하며 내린 결론은 '만약 대학에 다 떨어지더라도 의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였어요. 그리고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구요.

바로 다음 주부터 수업에 들어갔는데 2주 동안은 적응하는 데 좀 힘들었어요. 그 전 주부터 수업에 들어간 애들과 진도를 맞춰야 해서 수요일에 6시간 동안 보충을 들어야 했거든요. 게다가 학교도 나가야 했기 때문에 처음엔 시간관리를 하는데 애먹었어요. 하지만 뒤로 갈수록 서서히 적응이 됐고 번아웃 같은 게 올 새도 없이 실기일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하루하루 과제하고 연극보러 다니고 책 읽느라 정신 없었어요. 그러다가 헤이해질 때쯤 원장쌤이 해주시는 말씀들이 참 도움이 됐어요. 그 중 하나 기억나는 게 있는데 자신이 노력해서 매력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거였어요. 밤새서 과제하고 무언가에 열정을 쏟는 일이 청춘다운 거고, 매력있는 거라고 하셨던 게 떠오르네요. 그 기점부터 중간만 가자는 무의식을 벗어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가장 먼저 과제를 올리기도 하고 더 괜찮은 글을 학원에서 즉석으로 쓰려고도 하는 둥 저에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었어요. 물론 너무 밤새면 학원에서 졸게 되서 항상 밤을 새진 않았지만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이렇게 합격 후기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준비작을 만들기란 어려워서 전 세모를 받은 준비작 하나를 들고 추계예대 시험장으로 향했어요. 첫 실기라 정말 얼렁뚱땅 봤는데 수험표가 수능 수험표인줄 알고 실기 수험표를 출력하지 않은 채 갔어요... 감독관님이 신분증과 책상 위 수험번호를 보며 따로 확인해주셔서 시험은 볼 수 있었는데 정말 식겁했었네요. 여러분도 꼭 수험표 출력해서 가세요!!

추계가 끝나고 나머지 대학의 실기들도 봤는데 대체적으로 저에겐 괜찮은 글제였어요. 이번에 독특했던 서울예대 극작과 주제마저도 막힘없이 술술 써졌던 것 같아요. 학원에서 우수작이라고 보여준 것보다 제가 훨씬 더 잘썼다는 생각이 들자 1차는 붙을 거라고 착각했죠..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숭실대 실기가 이틀 후에 남아있었어요. 만약 제가 방심하고 이틀 동안 대충 했었다면 저는 모든 대학에 떨어졌을거에요. 원장님이 우리에겐 많은 합격작들과 숭실대 실기까지 40시간의 준비 기간이 남아있다는 말이 절 더 움직이게 했어요. 집 가자마자 지금 받은 세모보다 더 괜찮은 준비작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렇게 준비작 하나를 만들게 됐는데, 그게 실기 전날 원장님께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기존의 준비작 말고 이걸 실기장에 쓰라고 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또 집에 갔어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생각하며 밤새 원고지에 준비작을 옮겨 써보고 더 괜찮은 표현이 있다면 그걸로 수정해나갔어요. 결국 밤을 새고 수정한 준비작을 가져다가 외웠죠. 택시를 타고 가는데 저도 모르게 자버려서 애매하게 비몽사몽한 상태로 실기장에 갔어요. 그 날의 제 컨디션은 경험한 실기장들 중 가장 최악이었던 것 같아요. 추위에 떨리는 몸과 비몽사몽한 정신상태에다가 밀집되서 묘하게 불편한 공간까지. 어느 것 하나 저를 위해 있는 것 같지 않았지만 정신을 부여잡고 첫문단이라도 정확하게 쓰려고 외웠어요. 그리고 감독관이 들어오고 글제가 칠판에 써졌는데, 제 준비작과 어울리는 글제가 나온 거에요. 저는 침착하게 제가 준비한 모든 걸 다 쓰고는 터덜터덜 학교 밖을 나왔어요. 마지막 실기였기 때문에 그저 끝난 것만으로도 기뻐서 택시를 타고 바로 집가서 잤네요ㅋㅋ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숭실대를 합격할 거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어요. 앞서 밝혔다시피 저는 수능 평균 5등급에 국영 합이 9가 넘어가니까요. 그치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28명의 합격생을 뽑는다면 중간에 있는 14명이 4등급이고 나머지 7명은 3등급, 나머지 7명은 5등급이다 그러니 쫄지 말고 실기나 잘 보고 오자..' 그 생각을 하니 더 이상 성적에 연연하지 않게 되더라구요. 만약 성적 때문에 대학에 합격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좌절하는 분들이 있다면 절대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쨌거나 성적 반영 비율보다 실기 반영 비율이 더 높은 대학이 대다수고, 성적이 정말 낮지 않은 이상은 그것이 불합격의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문창과 입시를 위해 헤매지 않고 첫 학원을 고도로 골랐다는 게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고도 아니었음 바로 합격하지 못했을 거에요🥲 운도 운이지만 좋은 학원과 노력이 먼저 선행되야 하는 듯요!!

합격했을 당시, 친구 졸업식 가기 전에 은행 안에서 돈 넣고 있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요. 숭실대 합격했다고. 그 소리 듣자마자 엄청 기뻐서 막 소리질렀어요. 안 믿기기도 해서 재차 확인했는데 합격이더라구요. 엄마랑 아빠가 엄청 좋아하셨어요 가족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지고 친구들과 고등학교 은사님께도 합격 소식을 알렸어요. 그 중 은사님이 보내신 기특하다라는 답장이 지난 3년 간 힘들었던 시절을 떠오르게 해서 울컥하더라구요. 문과로 갔다가, 이과로 갔다가, 예체능으로 가기까지 그 순간순간 정말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고뇌를 많이 했는데 그 종지부가 이제서야 찍어진 느낌이 들었어요. 대학이란 게 어쩌면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을 위한 보답일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성인으로서, 대학생으로서 새 출발을 할 생각에 가슴이 뛰어요. 앞으로가 시작이고 더 힘든 일들도 있겠지만 잘 헤쳐나가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특 b반 가르쳐주신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카운터에서 제 이름 기억해주시고 인사해주신 남숙쌤께도 감사드립니다. 같은 b반이었던 학우분들도 수고했어요! 수능 고사장 복도에서 본 문구가 떠올라 적어볼게요. "모두가 빛나는 별이야 저마다 빛나는 때가 다를 뿐이지." 올해 괜찮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꼭 다음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요. 그럼 안녕👋

+) 백석예대를 추가합격하게 되서 덧붙입니다! 문창과랑 극작과는 둘 다 본질은 같아요. 극작과가 극적인 부분을 좀 더 중요시하는 건 맞지만, 그 전에 문창과 못지 않게 문장력이 훨씬 더 중요해요. 그리고 그 문장력은 보여주기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것 같아요. 우수작 읽고 필사하고, 개성있는 인물&의도로 여러 번 글을 쓰다보면 문장력은 저절로 좋아져요. 백석예대 복원작을 평가해주실 때 , 원장쌤이 '너 정도 쓰는 애도 잘 없다' 라는 말을 듣고 문장력이 전보다 좋아졌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학원에 처음 왔을 땐 엄청 일기처럼 썼거든요. 그리고 꼭 준비작을 쓰지 않더라도 학원이 시험 당일날에 주는 도움이 큰 것 같아요. 전 백석예대 당시 초고를 썼는데, 그 초고의 인물이 예전에 썼던 개성있는 인물을 조금 변형해서 쓴 거였어요. 정말 문창/극작 입시는 성실하게 글을 써나간다면 무조건 도움이 될 거에요. 눈에 보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글을 쓰면서 성장하게 되더라구요. 진짜 마지막 인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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