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국대 수시에 합격한 구수현입니다. 저는 2024년 8월부터 고도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고3이라는 부담감과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가 엄청났어요. 이 상태로 있다가는 정말 아무런 대학도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빠르게 학원을 찾아 등록했죠. 하지만 문제는 많았습니다. 저는 세종에 살고 있었는데, 일주일에 2~3번을 서울에 있는 학원에 와야 했어요. 학원비도 (저는 쌍둥이라서 더더욱) 부담인데 교통비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습니다. “이렇게까지 엄마 아빠가 돈을 쓰시는데,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 걱정뿐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수시반이었고, 결국 이런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정시까지 가면 돈이 더 많이 들 테니까 무조건 수시에서 끝내야만 해.”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너희는 멀리서 오는 걸 좋게 생각하라고 말입니다. 그 당시에는 그 말에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교통비도 아깝고, 이동시간도 아깝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선생님의 말씀이 맞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고 계속해서 생각했고 계속해서 행동했으니까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작품을 좋아했습니다. 영화, 책, 드라마, 시, 만화, 뮤지컬 등 가리지 않고 모든 작품을 좋아했죠. 무언가를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것이 하고 싶어집니다. 저는 대회를 나간 적도 없고 관련 수업을 받은 적도 없이 그저 혼자서 글을 끄적였습니다. 시, 소설, 가사, 시나리오 등 많은 것을 써 내려갔습니다.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줄 때는 떨리기도 했지만 저마다의 반응을 보는 게 굉장히 흥미롭고 설렜습니다. 제가 문예창작과를 가겠다고 한 것도 어느 한순간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는 입시를 하면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글을 잘 쓰는 재능도 없이 입시를 위한 글을 쓰면서, 저는 한없이 작아졌습니다. “내가 이 길로 가는 게 맞는 걸까? 내가 과연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책을 좋아하긴 했던가?” 애초부터 저는 작품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이 길을 선택한 것이었는데, 그때는 그 마음마저 잃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그 마음이 없으면 저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데 말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입시 기간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책을 좋아하는 마음도, 미래에 대한 설렘도 아닌 그저 책임감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제 인생에 대한 책임감, 저에게 헌신하는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 저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에 대한 책임감. 어쨌든 이런 저도 대학에 합격했으니 혹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다행히도 지금 저의 마음은 회복되었습니다.
고도는 입시 때문에 다니긴 했지만, 사실 더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경험이나 생각 같은 것들을 듣다 보면, 현재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미래에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같은 것들에 대한 방향이 잡히고는 했죠. 그리고 주말 수업에선 소설을 배웠는데, 왠지 그 수업은 미래의 저희를 위한 수업 같더라고요. 입시를 위한 글이 아니라, 책을 쓰기 위한 글인 거죠. 그래서 재미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고도 선생님들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주인공에 대한 설정은 저도 굉장히 공감이 갔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저부터도 작품을 볼 때 ‘인물’을 가장 중요시 여겼기 때문입니다. 한 명이라도 매력이 느껴지는 인물이 없다면 그 작품은 지루했고, 스토리가 엉망이어도 인물이 좋다면 그 작품은 재밌었습니다. 고도를 다니고부터 작품을 보다가 맘에 드는 인물이 나오면 “역시 이래서 고도쌤들이 인물을 강조한 거라니까?”라고 장난스레 말하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제가 이 글에서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은 좋은 인물을 만들라는 겁니다.
동국대 실기를 보러 갔을 때, 정말 너무나도 떨렸습니다. 저는 백일장 같은 대회를 나간 적도 없었고, 실기는 동국대가 가장 먼저였기에 이런 상황은 아예 처음이었기 때문이죠. 고사장에서 제발 잘 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빌었습니다. 저는 세모를 받은 준비작이 있었는데, 그 준비작의 인물과 정보들을 끌어다 썼습니다. 그렇게 좋은 준비작도 아니었는데, 어쩌면 저는 천운이 따라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실기로 대학에 붙긴 했지만 그래도 절대, 공부를 놓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내신은 정말 중요하고, 내신을 공부해 봤어야 정시 공부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정확하게 진로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주어진 시험들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했기 때문에 실기 준비를 조금 늦게 시작했어도 대학에 붙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고,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는 힘은 중요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선생님들께,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고문 같은 제 글을 읽고 피드백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고도가 아니었다면 저는 정말 대학을 못 갔을 것 같아요. 고도를 다니는 모든 학생들이 선생님들께서 해주시는 모든 말씀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배정원 선생님, 남숙 선생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 학원을 다니면서 제 글에 대한 비평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정말 가끔씩 선생님께서 칭찬을 해주실 때면 미친 듯이 기뻤습니다. 그 칭찬 하나가 그 당시 저의 가장 큰 행복이었죠. 모든 수험생 여러분,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시길 바랍니다.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