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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과 합격 후기

명지대 합격 후기

작성자12장명수|작성시간13.02.08|조회수372 목록 댓글 1
  먼저 제 소개를 해야겠네요. 저는 중국에서 9년 반 정도 살다 온 유학생입니다. 하지만 그 어떠한 메리트도 없이, 한국에서 공부하던 여러분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 명지대 문창과에 합격했습니다. 수시를 보고, 전혀 준비하지 않던 수능까지 치른 뒤 정시 실기를 거쳐서 말입니다. 명지대 문창과, 남들이 보기엔 초라한 곳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이곳은 그 어떤 대학보다 더 소중합니다.


  저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제 친구들이 그랬듯 홍콩 쪽 대학을 목표로 두고 공부를 하고 있었죠. 그런 녀석이 왜 문창과에 지원하게 되었을까요? 혹시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방향을 돌린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한국으로 가기로 결심한 뒤, 선생님들은 모두 제 결정을 바보 같다고 했습니다. 왜 괜히 어려운 길로 돌아가려고 하느냐고. 간단히 홍콩으로 갈 수 있음에도 왜 힘든 길을 선택하느냐고요. 그런데도 모든 걸 포기하고 한국에 들어온 건 그만큼 제게 이 길이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쉽게는 말하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두고 저도 몇 달간이나 고민을 했습니다. 글쟁이가 돼서 뭐하고 살 것이냐는 말이라든가, 글은 대학 가서도 충분히 쓸 수 있다는 주위의 설득이 쏟아졌죠. 하지만 저는 지금 당장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예전부터 좋은 글을 읽을 때면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가면 갈수록 커져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문창과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온전히 글만을 위해 공부를 할 수 있는 곳, 문학을 잔뜩 접할 수 있는 곳에 대한 갈망이 생겨난 거죠.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처음 고도에 발을 내딛었을 때 그 결과는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만화 같은 데서 자주 나오는 것처럼, 낯선 것을 접한 주인공이 사실 천재였다는 전개는 전혀 없었죠. ^^;;;; 하지만 말입니다, 목표의식도 없이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해서 공부했던 학생 시절과는 달리, 살아 있다는 걸 느꼈던 기간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괜히 생각한 게, 역시 글 쓰는 것보다 재밌는 건 없다는 것이었죠. 게임 같은 걸 해봤자 잠시 내 본질을 속이는 것에 불과한 것이죠. 게임도 물론 재밌긴 하지만, 내 깊이를 넓혀주면서 동시에 나를 이끄는 것은 '글'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도 사람인만큼 가끔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대학에 합격했다는 말이 들려올 때마다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나 싶기도 했죠. 그 생각은 수시에 모두 떨어지고 수능을 준비하기 시작할 때 정점을 찍었습니다. 손쉽게 특례를 통해 명문대에 들어가는 친구들을 보면 정말 실수했구나, 그냥 나도 특례로 입학한 뒤 전과나 편입을 할 걸, 하는 마음도 들었죠. 왜 수능까지 치르면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싶은 마음. 겨우 3개월 준비하고 치는 수능이었지만, 결과가 겨우 정시에 넣어볼 만큼 나오는 걸 보니 제 자신이 한심하게까지 느껴질 지경이었죠. 그 때문에 정시특강 와중에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2주나 무단으로 결석하는 짓까지 저질렀답니다 ㅠㅠ.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큰 목표가 제 앞에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에나마 최선을 다해 준비작을 다듬는데 공을 들였고, 결국 명지대라는 큰 선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합격 발표가 나는 날, 명지대에 합격했다는 말에 제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온갖 명문대에서 합격했다는 말을 들었어도 그때보다 더 기쁘진 않았을 겁니다.



  저 같이 해외에서 오는 극단적인 친구가 앞으로 또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문창과를 꿈꾸는 친구들은 많이 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그분들에게 충고를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어디어디 붙었는데, 너는 문창과? 그거 해서 뭐하고 살 거니? 라는 말 같은 걸 꽤나 많이 들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특히나 좀 심한 편이었죠.


  한국으로 온 친구들 중 한 명은 연세대, 한 명은 성균관대에 특례로 갔어요.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저보다 공부 못했는데도 특례로 더 좋은 곳에 들어간 셈이죠. 지금 보면, 문창과 가면 그 친구들보다 대학 네임벨류는 떨어지는 곳 가는 겁니다.


  근데 그게 인생 실패냐, 하면 그건 아니라는 거죠.


  홍콩 쪽 대학들 다 포기하고, 한국 상위권 특례로 들어갈 기회도 다 포기하고 문창과 가는 게 실패일까요?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걷겠다는데 태클 거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끔 연대, 성균관대 합격한 친구들 소식 페북에서 봐도, 문학도 길을 걷겠다는 목표 때문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제게 그런 말을 해도 전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자기가 뭔데 내 목표를 두고 성적 안 돼서 갔다, 인생 실패했다 하는 말을 한답니까?


  절대 좌절하지 마세요. 지금 자기가 가는 길이 자신이 오랜 기간 숙고해서 선택한 길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마세요. 그러면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 2014년도 합격생은 꼭 이 글을 보는 당신들이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화이팅!



   +


  10주간의 정시 특강 기간에 대해 한 말씀 더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수시 때부터 준비해왔던 터라 2주 가까이 빠졌음에도 나름 승부를 볼 수 있는 준비작의 "씨앗"을 이미 여러 개 갖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다만 10주 전 뒤늦게 정시를 시작한 분들은 정말, 잠도 거르며 그 씨앗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는 결코 합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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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구름우유 | 작성시간 13.02.09 명수야, 고생했다! 즐거운 대학 생활 보내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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