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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과 합격 후기

2016년 수시 연세대 인문과학부 합격 후기

작성자15박소연|작성시간15.11.17|조회수617 목록 댓글 4

안녕하세요 올해 15년도에 수특 산문 A반에서 수업 들었던 박소연입니다. 올 한해 내내 과연 내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차라리 짐을 꾸려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한 여로에 올라버리는 건 어떨까 수없이 고민했지만 결국 어떻게든 합격해서 후기를 남기게 되었네요. 살아남았구나 싶습니다. 기쁘다기보다는 안도감에 가까운 것 같아요.

아무튼 후기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부터 뒤늦게 다른 친구들과 선배님들의 합격후기를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뭘 써야 하는 건가 싶어서요. 그전까지는 합격후기를 읽은 적이 없었거든요. 저는 쓸 땐 쓰느라 바쁘고 쉴 땐 쉬느라 바빠서 학원 카페를 많이 드나들지 않았어요. 다들 주로 후기에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써두곤 하던데 그런 줄 알았으면 미리 짬을 내서 읽어봐도 좋을 뻔 했죠.

후배님들한테 할 조언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제가 과연 남에게 조언이란 것을 해도 괜찮을 사람인지 그 자격 여부에 대한 문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더라고요. 제가 보기에 저는 스스로를 지나치게 갉아먹지 않는 적정한 선까지 노력해서, 타인들의 것에 비해 그리 뛰어나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적당한 성과를 얻어낸, 평범한 입시라는 개념의 표준규격에 부합해야 할 입시를 마친 보통 입시생이지만, 요즈음의 기준으로 보자면 남들에 비해 좀 더 운이 좋았던 게으름뱅이가 분명하니까요. 심지어는 마지막까지 이정도 했으면 붙었겠구나하는 확신조차 없었죠. 제가 하지 않았던 노력들을 하라고 말하기도 민망하고 후배님들도 저처럼 적당히하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심지어 제겐 이렇게만 하면 분명히 합격을 한다는 그런 노하우도 없습니다. 다시금 생각하더라도 요즈음의 실정을 보자면 오히려 붙었다는 점에 더 의문을 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남에게 조언을 하는 일 같은 건 생각도 하면 안 될 것 같고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일단 뭐든 적어보겠습니다. 어쩌면 그중에 후배님들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신입생 분들께

우선 올해 사월 경 학원에 처음 온 신입생 신분이었을 때 저는 여러모로 학원의 수업방식이나 분위기 등을 따라가지 못해서 혼란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제가 비록 남들보다 학원을 덜 다닌 축이라고는 하지만 이 학원에 처음 왔을 때는 세상에 이렇게 신입생한테 아무런 관심이 없는 학원도 있었나 싶었다니까요. 이정도로 신입생에게 불친절한 학원도 드물 거라고 생각해요. 반도 편의를 위해 나눴을 뿐 수업 교실도 정확히 정해져 있지 않고, 실력 테스트 이후에는 가타부타 무얼 하라는 설명도 없이 기성 반에 내던져지고, 혼란스럽죠?

괜찮아요. 누구나 대부분 그래요. 나도 그랬어요.

이 학원이 원래 신입생들에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게임으로 치자면 듀토리얼이 없는 관계로 진입장벽이 높다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반이 편성되는 시점에 들어간 학생들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미 편성된 반에 끼어들어가게 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다들 거의 2주 정도는 지나야 적응이 되었다고들 말합니다.

아무튼 그 생략된 듀토리얼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우선 수업 시간에 다들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본인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때엔 칠판을 확인하세요. 아마 대개 그림자나 거미, 거울 같은 단어들이 적혀 있을 텐데 그중에 하나를 제목으로 골라서 글을 쓰면 됩니다. 또 교실 같은 경우에는 수업에 몇 번 들어가다 보면 거의 특정한 한 교실에서만 수업을 받게 될 텐데, 그러면 별 일이 없고서야 거기가 정해진 교실인 것이니 제시간에 그 교실에 들어가서 기다리면 되겠고요. 그리고 그 외에 숙제 제출 방법 같은 건 학원에서 철저하게 알려주므로 제가 따로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써놓고 보니 다 적당히 눈치 보면서 주변 따라하면 되는 일들이었네요.

 

실력을 키우기 위한 팁

사실 저도 글을 잘 쓰는 축이 아닙니다. 그런 만큼 별다른 말씀을 드리겠다는 것보다는, 그냥 수업 열심히 들으라는 소리를 하고 싶어서 적어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필사나 다작보다도 수업을 듣는 일이 훨씬 중요한 것 같아요. 글이라는 건 배우지 않고도 어떻게든 쓸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 받는 글, 합격하는 글을 쓰려면 정확한 방향과 규격이 필요할 거예요. 이걸 제시하는 게 수업인 것 같습니다.

첨삭은 선생님들께서 학생 하나하나의 글을 다 읽고 따로 시간을 들여 해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실제로 부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당장 그 글 하나에 대한 고칠 점이나 비문 몇 개 같은 건 바로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후배님 개인의 전체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엔 지나치게 시간이 부족할 거예요.

그래서 중요한 게 수업 듣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수업에서는 말하자면 잔가지를 쳐내고 핵심만 짚어내서 제시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들으면서 스스로 자신의 글이 지닌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완할 부분을 찾아내는 게 실력을 늘리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참고로 수업시간에 원장선생님이 하루는 자신을 담아서 쓰라고 말씀하시다가 다음날이면 무조건 특이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쓰라고 하실 때가 있는데 이건 전날 하신 말씀을 뒤엎는 게 아니라 그냥 둘 다 하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간단하죠? 그냥 침착하게 둘 다 하시면 됩니다. 자세한 건 우수작을 참고참고서 해내세요. 힘내라 후배님들.

 

내가 너무 쓰레기 같을 때 해야 할 일

우선 근처 도서대여점으로 갑니다. 그리고 도서대여점의 벽면에 꽂힌 양산형 판타지 소설 또는 양산형 무협지 소설을 집어 듭니다. 연애소설 같은 것도 괜찮습니다. 이때 책은 되도록 규격화된 사이즈에 평범하게 싸구려 같은 표지로 제본된 것을 고르면 좋습니다. 또 가능한 한 공을 들이지 않고 썼다는 아우라를 뿜어내는 책이면 좋습니다. 그 외의 요소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후배님의 취향 또는 기호라든가 책의 제목 같은 건 전혀 상관없습니다. 집어든 책이 시리즈의 1권이 아니라 3권이나 4권정도 된다고 해도 별 상관은 없습니다. 아무튼 책을 고르셨다면 빌려 와서 읽으세요.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으시면 됩니다.

혹은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핸드폰으로 네이버 웹소설 사이트에 접속한 뒤 공식 연재되고 있는 소설들 중 아무거나 하나를 골라서 읽으세요. 위의 방법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늘 마음속 깊이 새겨두도록 해요. 후배님은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이에요.

 

성적에 대해

학원을 다니다 보면 성적을 챙기기 어렵게 되거나, 또는 선생님들께 3등급 아래는 어차피 성적으로 갈 대학이 없으니 성적을 버려라, 라는 말씀을 듣게 될 거예요. 그러면 자연히 성적에 대해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고요.

근데 그러면 안 됩니다.

안 된다고요.

성적은 꼭 챙기도록 하세요. 올리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학원에 안 다니고서도 못 올린 성적을 이제 와서 어떻게 올리겠어요. 우리 사실 다들 소설과는 친할지언정 교과서와 친한 부류는 아니잖아요? 그냥 조금 힘들더라도 성적이 더 떨어지지는 않도록, 최소한 막장으로 치닫지는 않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내신이 좋으면 쓸 수 있는 대학의 폭이 넓어지거든요. 또 성적을 버렸다가는 여기만은 내신이 없어도 괜찮겠지하면서 지원한 대학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을 수도 있습니다. 피눈물 나는 경험이에요 그거.

물론 이건 내신 5등급 안쪽 후배님들에 한정된 이야기고요, 저처럼 내신 6등급에 달하는 후배님들은우린 뭐 공부 놓아봤자 더 떨어질 바닥도 없잖습니까. 사실 다들 공부 하고 있다 한다 한다 이야기해봤자 시험 하루 전날에 교과서 한 번 훑어보는 게 다라는 거 서로 다 알잖아요. 그냥 시험 칠 때 잠만 자지 말고고도가 하나 남은 동아줄이다 생각하고 붙들고 늘어지세요. 우리한텐 그것밖에 답 없어요. 백일장에서 이 악물고 써서 상장 많이 챙겨두고요. 문예특기자 노려야죠.

 

그 외에 숙지해두면 좋을 사항들

백일장과 실기를 대비해서 아날로그 시계를 하나 구비해두는 게 좋습니다.

백일장을 많이 다니며 실기에 대비해 시간 내에 글을 완성하는 연습도 해두면 좋아요.

대부분의 백일장이나 실기시험에서는 연필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펜으로 한 번에 글을 쓰는 연습을 하도록 하고, 수정테이프는 늘 구비해 두세요.

또 우울하다고 해서 인물 죽이지 마세요. 선생님께 혼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열심히 하세요. 입시 진짜 지옥같잖아요. 2년 하다가는 어지간한 멘탈 아니고서야 영혼이 굴비처럼 메마르고 말 거에요. 노력이 늘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함으로서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는 있을 거예요.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가끔은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고요. 다들 그렇다는 사실이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아무튼 어떤 형태로든 끝은 나기 마련이니까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먼저 가서 기다릴게요. 17년도에 대학에서 만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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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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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구름우유 | 작성시간 15.11.18 청개구리 소연이 ㅋㅋ 결승선 멋지게 통과한 걸 축하해! 또 한번의 기적이 일어났네.
    후배들을 위한 알찬 합격후기 고맙고, 앞으로 즐거운 대학 생활 누리길~^^
  • 답댓글 작성자15박소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11.18 개골개골 ㅇ.< 전 진짜 기적이었죠. 고맙습니다!
  • 작성자Reve | 작성시간 15.11.18 오와 길게도 썼네 ㅋㅋㅋ
    맨날 지각에 복원도 잘 안하는..이하 생략ㅎㅎ
    여튼축하해ㅋㅋㅋ 학교 열심히 다니길 !
  • 답댓글 작성자15박소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11.18 선생님 아닙미다 정말 아닙미다 복원은 그래도 잘 했던 것 같습니다 복원만큼은... 복원은...
    아무튼 감사합니다 ㅋㅋㅋ큐ㅠㅠ 가면 정말 공기만 맑아서 대학생활을 열심히 할수밖에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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