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산하 / 정 순준
유월이 오면
산하는 아직도 붉은 기억을 더듬고 있다
푸른 강물은 말없이 흐르지만
그 물결 아래에는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젊음들이 별이되어 잠들어 있다
한 줄기 바람에도
백두에서 한라까지 이어진 그리움은
녹슬은 철조망에 걸려 긴 한 숨으로 흔들리고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말을 쓰면서도
반세기를 훌쩩 넘긴 기다림은
아직도 강을 건너지 못한 채 눈물의
강둑에 머물러 있다
산마다 총성이 스쳐 간 상처가 남고
들마다 피로 물든 슬픔이 스며 유월의
꽃들은 더 붉게 피어오른다
누군가의 아들은 돌아오지 못했고
누군가의 어머니는 영영 마르지 않는
눈물로 세월을 견너다 떠나갔다
아 조국이여
찢긴 가슴으로도 강물은 바다를 향하여
흐르듯
언젠가 이 땅의 상처도 평화라는 이름으로 아물어
백두의 바람과 한라의 햇살이 서로의
품을 다시 찾는 날
피로 얼룩진 유월이라는 눈물 대신 하나의 노래로 일어설 것이다
20250602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