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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냐 친구야

밭뙈기

작성자이 재 열|작성시간26.06.07|조회수60 목록 댓글 4

1759. 6. 6. 토요일 밤.

어영부영하다 보니 밤이 늦었다.

모두 별고 없으시겠지?

 

오늘은,

호국 영령들의 충절을 기리는 ‘현충일’이다.

예전에 비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한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날이다.

전쟁 중인 시기에 태어나,

반공교육과 함께 잔뼈가 굵었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까지 다녀온

사람의 단편적인 생각일는지 모르지만,

조기(弔旗)를 단 집은 보기 힘들고,

다들 공휴일 즐기기에만 진심인 것 같고.

휴전(休戰) 중인데도 나라의 주적(主敵)이 누구인지

특정해서 대답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일부 고위직 관료들의 고약한

심사도 그렇고···.

 

모두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경제적 풍요로움이

오직 호국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 때문임을

간과하거나 아예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각설하고.

 

어느새,

아홉 번째 절기인 '망종(芒種)'에 닿았다.

‘가시랭이(芒)’가 있는 곡식인 보리는 수확하고

또, 나락 묘를 심기 시작하는 절기다.

지금쯤 보리나 밀이 노랗게 익었으려나?

아니면 벌써 타작이 끝났으려나?

사는 게 뭔지,

올해도 보리 이삭 하나 구경하지 못한 채

절기가 망종까지 와버렸으니

이를 우짤꼬.

·한 평 남짓 될까?  (위 사진)

동네 자투리 땅에 누군가 아담한 밭뙈기를 일궜다.

강냉이 대여섯 포기, 호박 한 구덩이를 심었다.

자기 땅도 아닌 도회지 화단 구석에다

밭을 일굴 생각을 하다니···. 

대단한 사람이다.

 

누가 그랬을까?

도회지에서 나고 자란 ‘뺀질이’가 그랬을 리 없다.

십중팔구, 나처럼 고향을 농촌에 둔 사람일 터이다.

산골 동네인 내 고향에도 저런 밭이 있었다.

그때 어른들은 한 치의 땅도

그냥 놀리지 않았다.

 

구석구석 자투리땅을 쫏아서 곡식을 심을 수 있는

전답으로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산비탈에 있는 논에 모를 심는 날.

해 질 녘에 일 다 했다고 손·발에 묻은 흙을 씻고

집에 가려고 벗어놓은 삿갓을 드니, 아 글쎄!

그 삿갓 밑에 모를 심어야 될 논이

한 '도가리' 더 숨어 있더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으니···.

 

또 이게 무슨 일인가.

어쭙잖은 일로 잠시 고향 생각을 했네.

'향수'도 병(病)이라더니,

그것 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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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한인규 | 작성시간 26.06.07 쎄가 빠지게 일군 천수답...이젠 잡초만 무성해져 옛적으로 돌아 가고,
    하기사 멀쩡한 밭뙈기도 쑥밭이 되었는데 뭐.
    세월이 좋아졌기는 하다마는 그래도 한켠은 짜안허네요.
  • 작성자이형옥 | 작성시간 26.06.08 국경일에 태극기 다는 것도 혼자서 하려니 부끄러워집니다. 세상이 그런 걸 누굴 탓하고 원망하리오.ㅎ
    보리농사 밀농사는 없어진지 오래 됐습니다.
    농촌에 살아도 보리타작 밀 타작하는 걸 못 본 지가 수년이 됐네요.
    너무 옛 생각에 젖질 말아요.
    그래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한인규 | 작성시간 26.06.08 현충일에 태극기 게양한 집은 우리 동네에서 우리집 밖에 없어 씁쓸하데요.
    요즘 세태가 태극기하면 보수정당 상기된다고 서로가 눈치 본다나 뭐라나.
    나라의 근본을 망각하다니,그 국기 지키느라 얼마나 많은 순국선열이 계셨는데...
  • 작성자박수안 | 작성시간 26.06.17 나도 그 무심한 사람중에 속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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