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송세희 씨가 전각 도장을 선물해 주셨다.
당신의 시 호접란을 측면에 새겨서,
중국 여행을 마치고 선물도 없이 찾아 간 나라씨 연구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지나치던 이근배 선생님이 들어 오셨다.
함께 환담을 나누며 차를 대접 하다가 나라씨가 말 없이 벼루 한점을 선생님 앞에 꺼내 놓는다.
이근배 선생님은 시인으로서도 유명 하시지만 서예가이며 벼루 수집가로서 천 여개의 벼루를 소장하고 계신다는데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좀 작은 듯한 키에 복스러운 호박코가 인상적인 선생님은 아예 한지를 펴 놓으시고 붓 글씨로 감정 내역을 적어 나간다.
붓으로 그린 우리나라 지도위에 압록강 근처 위연에 점을 찍고 벼루를 뉘어 홍색과 초록색의 두결을 가리켜 홍색은 꽃이요 초록색은 풀잎이라 화초석이라고 하시며 벼루 뒷면에 새겨진 위연 단개석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단개란 중국 **성 근처에서 나는 귀한 돌로서 돌 사이에 면도 칼 보다 더 날카로운 결이 있어 먹을 갈면 사~악~사~악 갈아지는 것이라고..
중국 명나라 당시 선비들 중 아무리 명필일지라도 단개석 벼루는 한 개 이상 가지지 않는 것이 분문률이였다고 한다.
나라씨는 이 벼루가 해공 신익희 선생님이 쓰시던 거라고 전해 들었다는데 그 사실이 공인 된 것은 아니고 연대는 얼마나 될 것인가 여쭈어 본다.
위연석 역시 남북 교류가 끊어진지가 50년이 넘으니 일제시대 이전으로 올라 가 적어도 6,70 년은 족히 되는 물건이라고 하신다. 또 한 벼루 머리에 장식 조각이 용이란 것은 너무도 흔하고 흔한 것이니 중품 정도로 보신다. 아울러 선생님이 소장 하시는 벼루 구경을 약속 하셨다.
복숭아조각. 난초조각. 모란조각 등 벽옥. 청옥. 비취로 만든 벼루까지 있다는 말씀에 우리 세 사람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난 주에도 미술품 경매에서 벼루가 나왔는데 700만원에 경락을 받아 놓았고. 두 달 전에는 8번이나 홋가가 바뀌는 바람에 포기를 했다고 하시니 선생님의 벼루 사랑은 연인보다 더 한 것이 것이 아닐까 싶었다. 말 없이 오고가는 얘기만 듣고 있으려니 문인들의 문방사우에 대한 애착과 고담들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
시. 서. 화. 가. 무. 에 통달하고 뱃놀이로 연회를 베풀던 사대부가의 선비 놀이를 재현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갖가지 다른 색의 돌에 새긴 송선생의 전각시를 보니 겨자씨 같은 글씨들이 누워 마주 보고 있었다. 선생의 고운 모습과 섬섬옥수 끝에서 시와 전각이 격을 이루고 나라씨의 여진한 태도와 목소리가 선녀들의 자태로 고웁다.
나는 무슨 복으로 이렇게 귀한 인연들과 함께 시간을 누리는가? 참외를 드시는 이근배 선생님은 다음에 오면 수박도 줄텐가 웃으신다.
자주자주 인사동에 나오시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을 꺼라는 나라씨의 인사와 송 선생의 배웅을 받으며 행복한 마음을 안고 돌아 왔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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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형림 서옥영 작성시간 08.12.15 참~재미있네요.며칠전 원주갔다오면서 송세희 선생님하고 얘기많이 하면서, " 내가 아는 사람도 양평에서 고미술 공부하러 다닌다" 는 이야기 나누면서 왔는데 그 분이 바로 신혜숙 선생님이셨네요~ 아주 ~많이~ 반갑습니다. (저는 지하철 함께 타고온 형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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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신혜숙 (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8.12.15 저도 반갑습니다.. 형림씨도 송선생님과 가까운 분이시군요 그렇다면 형림씨도 글 쓰시는분이신가요? 그날 충무로에서 커피..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자주자주 뵈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