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봄 울 막둥이 세살적에 그놈 옆에 달고
동네 미술학원에서 도자기를 배웠습니다.
다른전문 도예원에서 배우는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배웠지만
없는 살림에 부담이 컸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참 즐거운 외도였습니다.
예전부터 관심만 있어온터라 설레기도 하고
핀칭, 코일링... 물레... 핸드페인팅...
한번씩 어울려 점심도 먹고..
암튼 쌩뚱맞은 또 다른 경험이였습니다.
지금도 그 그릇들을 볼때마다 지난해 이맘때쯤의 추억들이 떠 오릅니다.
내가 전시회를 열것도 아닌데 내가 쓸 그릇만 내가 만들어도 그게 어딥니까?
가마에서 나온 크기가 아기 밥그릇하면 딱 맞은 사이즈입니다.
만들때는 크게 만들었는데...ㅋㅋㅋ..
밥그릇안에다 꽃도장 콕 찍어 울 막둥이 밥그릇으로 잘 쓰고 있습니다.

깍두기 접시.. 나물 접시로 맹근건데 인물이 좀 거시기 함돠.
샘 왈 나름 멋있다네요.
유약처리가 잘못 되었다하는데
또 다른 이들의 말을 빌면 소성시 가마 온도가 맞질 않아서 그렇다네요.
암튼 울 선생님이 초보였나봅니다.
그렇잖아도 허접한 실력으로 만든그릇을
유약바르고 소성시키고나면 요렇듯 엉망구진창으로 만들어 놓더이다. ㅋㅋㅋ...
그래도 세상에 하나뿐인 내 그릇이라 요렇듯 한 판끼워줍니다.

그나마 제대로 만들어 울 신랑용으로 한벌 쓰던 것인데
그만 대접을 깨먹고 말았네요.
아까워라.

굽이 좀 투박하면서 멋스러운 깍두기를 즐겨담는 보시기.
어떤땐 물을 반 담아 트리안 한줄기 꺽어다 꽂아두어도 멋스럽습니다.

ㅋㅋ... 허접이 보이네요.
굽높이가 전혀 안맞는게 다 보입니다.
그래도 잘 쓰고 있습니다.
그릇도 하나하나 깨먹고 이제 몇남지 않았습니다.
허접한 실력이나마 다시 좀 만들어야 겠습니다.
이젠 단돈 1000원짜리 그릇도 시중에건 못 사겠습니다.
내가 만들수 있는데 라고 생각하니깐요...
근사하게 한 셋트 만들어야 겠습니다.
살아가면서 나와는 거리가 먼듯한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살땐
또 다른 쾌감과 삶의 보람이라 할까요?
암튼 그런걸 느끼게 되네요.
요즘은 도자공예도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편이지만
늘 빠듯한 저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였습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더 접해볼 것이라고 맘 먹고 있지요.
꿈 같은 이야기지만 울 랑이랑 저는 근교에 전원주택을 갖는 게 꿈입니다.
울 손으로 황토 벽돌을 찍어 안채를 짓고 남푠공부하는 동굴형 움막 비슷한 공부방 한채 짓고
그리고 손님맞이용 사랑채도 한채 짓고 정원에는 정자도 한채 지어야 겠네요.
그리고 뒤안으로 돌아가 황토가마를 앉힐겁니다. 그리고 그 옆에 제 도자 작업실도...
그래서 무료할 때 마다 물레를 돌리면서 GOST영화도 한판 박고...
다 늙어서 볼만하겠습니다.
우리가 그 꿈을 이룰 때 쯤이면 아마도 환갑은 지나야 할 걸요.
그래도 그러면 어떻습니까?
늙으막에 황토집짓고 에로영화도 아니고 불륜도 아닌 내 늙은 반쪽과 영화 한편 찍는다는데...
이렇게 또 하루가 흘러갑니다. '
그래도 오늘은 행복한 하루입니다.
아름다운 황토집과 황토가마와 물레를 돌리면서 주책 떠는 두 늙은이가
오늘 하루를 미소띄게 합니다.
오늘 일기 끝....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숙연낭자 작성시간 07.08.29 솜씨가 있으신거 맞죠? 그런데요..어느동네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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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금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7.08.29 숙연낭자님 지는 진주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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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숙연낭자 작성시간 07.08.31 아하.. 좋은곳에 사시네요. 도자기 맹그는거 배우고 싶은 서울사람 이라예. 블로그로 놀러 갈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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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금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7.09.01 자주 댕기러 오셔요. 인사도 나누고 같은 취미 이야그도 하고... 혹여 나비님 아니신지? 블로그가 비공개로 되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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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별꽃2 작성시간 08.02.04 솜씨가 좋으신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