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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이야기

[산촌 작은학교][10'3'4]얘들아, 오늘 하루도 잘 살아서 고마워!

작성자고마리|작성시간10.03.05|조회수88 목록 댓글 2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낮에는 더 퍼 붓는다. 비와 섞여 내리다가 싸라기 눈도 내리고 눈도 변신놀이를 하는 모양이다.

아이들은 학교 다녀와서 낮에 한바탕 눈밭에 뒹굴며 놀았다.

점심 간식으로 뜨끈한 어묵국과 찹쌀 도너츠를 먹고 다시 달려나간다. 먹기 대장인 주영이가 놀고 싶어 어묵을 조금만 달라고 해서 놀랐다. 처음 만났을 때 놀기도 지쳤다고 했는데 자식, 자신을 표현 하는 방식도 여러가지다. 아이들은 그저 먹고 노는 것이 세상에서 최고다.

마침 어머님들이 보내 주신 방수용 옷들이 착착 도착해 완전무장하고 눈과 겨뤄 볼 기세로 온 몸을 던지고 논다. 짱돌은 놀이방이 어두워 밝은 형광등으로 새로 다느라고 몇 시간째 일한다. 아이들 화장실마다 수건 벽장을 달고 방마다 자바라 옷걸이도 달았다. 이제 좀 아이들 방이 정리되나까 깔끔하고 상쾌했다. 그런데 그도 잠시 눈에 뒹군 옷과 양말, 모자, 신발이 널브러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누구누군만 빼고 알아서 정리를 잘 한다. 알아서 빨래통에 걷옷, 속옷도 착착 넣고. 젖은 옷들은 사무실 계단에 나란히 걸고 ㅎㅎ 녀석들 며칠 동안 목 아프게 이해시키고 설명한 보람이 조금이나마 성과가 있는듯하다.

남자아이들이야 4 명이고 옷도 간단하지만 여자들은 6 명에다 어린 아가 둘에 옷도 많고 머리도 길고... 아, 차이가 많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여자 아이들 머리 묶는 것도 어색하지만 열심히 묶는다. 

 

부엌이 시스템이 갖춰져 식당 짐들도 완전히 다 옮겨 식당에서 먹으니까 간편해서 한결 낫다. 식당에 난로를 피워도 약간 찬기가 있지만 햇볕이 나면 괜찮을 거다. 해를 본지가 도대체 며칠인가? 5 일째다. 계속 눈이오니 축축하다. 오늘은 할 수 없이 극세사 이불을 샀다. 남자 아이들은 괜찮은데 아무래도 여자 아가 둘이 걸려 안되겠다 싶어 양양에 나가 눈 딱감고 노랑, 분홍, 빨강색 큰이불 3개를 샀다. 아이들이 자다 이불을 감고 자거나 걷어차서 아예 큰 이불을 사니 속이 시원하다. 지금도 포근히 잘 자는데 준희는 자다 기침을 자주한다. 어제 밤에도 기침이 심해 아침에 감기약을 먹였다. 밖에서 놀 때 옷을 얇게 입고 놀아서 걱정했는데 역시 감기가 든 모양이다. 그런데 오늘 밤에도 기침을 한다. 너무 많이 놀았다 싶기도 하다. 더 지켜봐야겠다. 주말에 버스타고 양양에 목욕가기로 했는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풀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오늘도 하루에 양양에 두번 씩이나 오가도 59번 국도는 여전히 아름답다. 양양 장날이라 일찍 서둘러 나가는데 장리쯤에서 설아맘한테 전화가 왔다. 목소리에 힘이 없다. 그 어여쁜 아가가 없으니 얼마나 허전할까.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많이 그리울거다. 혼자 끊임없이 노는 설아가 그리울 거다. 집안 구석구석 설아 흔적이 얼마나 많겠나.

그런데 설아는 거의 혼이 나간 듯이 생활한다. 언니들과 투닥거리도 하고, 또래인 지윤이하고도 목소리를 높인다. 결코 지는 법이 없는 악동이다. 한참 그렇게 자랄 때다. 다들 아이들 과정이 있지 않은가. 아직 어리다 하지만 어린 사람으로 자신의 자리가 있는 법. 설아맘이 걱정하는 부분은 지나칠 정도다. 지금쯤 서랍에 양말이 거의 없다. 안젤라 밥샘이 다 빨아서 개켜 놨는데 찾으려 하지도 않는다. 양말이 서랍에 없을 때가 궁금해진다. 그 모습이 어떨까? 분명 "고마리 나 양말 없어" 할텐데 어떻게 대화를 풀어갈지 상상만 해도 재미있다.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언니나 친구한테 빌리던지, 신었던 양말을 다시 신던지, 짝짝이를 신던지 나한테 달라고 하던지 아님 맨발로 가야한다. 여유분으로 양말은 따로 많이 준비했지만 내가 필요할 때 써야 할 소중한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대가도 치뤄야 한다. 그 정도는 알아 갈 수 있는 아홉살이다. 스스로 배우는 삶의 기초다.

 

설아맘이 설아가

보고싶고,

그립고,

안타깝고

아픔도

슬픔도

아름다운 모습이고 아이와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먼 훗날 아이에게 그리웠던 이야기를 두고두고 할 것 아닌가. 아이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때도 행복할 것이다. 행복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연결성을 갖고 날마다 하루하루 행복을 쌓아야 한다. 산촌유학이 필요한 까닭중 하나는 부부가 직장을 다니거나,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이 부담스러운 어른들의 아이들이 와야한다고 권장한다. 부모가 모든 것을 해 준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인격체로 대하며 인정할 때가 올곧게 성장 할 것이다.

 

오늘 저녁에는 10시가 다 되어도 놀이방에서 떠날 생각을 않는다. 글쓰기가 끝나고 작은 다툼도 없이 책들을 어찌 열심히 보는지. 허리를 다 내놓고 주영이도 책을 본다. 허옇게 드러나는 허리살을 쓰다듬으며 "와아, 주영이 책 보는 모습 모니까 참 좋네. 예쁘다" 했더니 가만 있는다. 다른 때 같으면 소리 지르던지 "남잔데 뭐가 이뻐" 하고 뻗댔을텐데 순간 주영이도 엄마가 부벼주는 느낌이었을까? 이런 부드러움이 주영이 몸안에 자주 스며들면 좋겠다.

내가 바라던 광경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다. 어디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단 말인가. 저녁밥을 7시 쯤에 먹고 난 뒤부터 거의 3 시간 동안 컴컴하고 작은 산골 마을에서 우리들 세상이다. 이때 산개구리 소리가 들리면 시도 써 볼 수 있겠지. 명상 음악을 들으며잠자리에 들기 시작했다. 누군가 "고마리, 스노우맨 말고 일본 노래 틀어 줘" 한다. 녀석들 벌써 음악도 귀에 들어갔나 보다. 일본 노래는 <<센과 치이로>> 나오는 오카리나 연주곡을 말하는 거다. 늘 음악을 틀었더니 놀면서도 다 귀에 들렸나보다.

음악을 듣다 잠이 들었다.

얘들아! 오늘 하루도 잘 살아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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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루피나 | 작성시간 10.03.05 얼마나 바쁘고 즐거운 하루 일까요~?
    양말 찾는 분주한 모습이 그려지는걸 보니... 아마도^^
    각 학교 입학식으로 조금 어수선 합니다.
    날씨도 꾸리꾸리~~ 한것이.. 까닥 잘못하면 우울모드 돌입되겠어요..

    행복한 분위기가 모니터 밖으로 전해집니다..
  • 작성자고마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3.09 우울하고 답답한 말은 이 곳을 들리셔요. 조금 있으면 덜 바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들 모두 글쓰기를 모르는 아이들이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둘레 볼 것들이 많으니 재미있는 생활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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