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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정담

가요의 음악성과 문학성

작성자갑내|작성시간19.12.13|조회수194 목록 댓글 0

안녕하세요.

땅콩 삼아 대중가요의 음악성과 문학성에 대한 박정환의 글(퍼옴)을 올려 봅니다. 

읽을 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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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가요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한국에서 1950년대와 60년대의 트로트, 1970년대의 포크, 1980년대의 디스코와 락 1990년대의 랩, 오늘날의 테크노 등은 각 시대에 주류를 이루던 대표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류 음악들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그 노래가 모두 한국어로 된 노랫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조윤동, 2000.4), 대중가요는 노래라는 측면에서 리듬이나 멜로디 등과 같은 음악적인 측면과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노랫말, 그 가사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제목 등과 같은 언어적인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동일 언어의 사용을 통해 문화를 공유하며, 그러한 공유된 문화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특성을 담고 있다. 따라서 한국어로 기술된 노랫말 속에는 한국인의 공유된 문화 및 특성들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유행가에 자신의 경험이나 정서를 투영한다. 이러한 각 개인들의 투영된 경험의 공유로 인해 특정 노래가 유행하게 된다. , 특정 노래가 유행한다는 것은 특정 노래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며, 이는 곧 사람들의 선호 및 애창의 행위로 나타난다. 또한 대중가요는 노래를 듣고, 부르는 구체적 행위를 통해서 전달되고 공유된다. 따라서 그러한 노래는 개인의 구체적 경험과 결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의 특정행위(activity)는 동기와 목적을 가지며, 그러한 활동을 통해서 특정한 의미나 상징 또는 경험들이 매개되어 표출되기 때문이다(Leontiev, 1981: Ratner, 1997). 따라서 특정 노래가 유행한다는 것은 그 노래 속에 각 개인의 심리적 특성들이 투영되어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공통적인, 공유되어 있는 심리적 특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중음악을 연구한다는 것은 특정 대중음악이 유행했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의 심리적 정서를 연구하는 것으로까지 확장시켜 볼 수 있다. 그런대 한국의 대중음악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다음의 두가지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일차 자료의 열악함이다. 문화적 자원으로서의 음반과 악보의 보존과 분류에 관한 정책적 배려는 단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물며 모든 음반과 악보를 사전 검열해 온 공연윤리 심의위원회조차도 70년대 이후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지 않다. 둘째, 비평 및 연구의 일천함이다. 다른 예술분야와는 달리 영화와 더불어 20세기 대중문화를 주도해 온 대중음악에 관한 비평과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널리즘은 대중음악을 예술의 영역으로 간주한 것이 아니라 오락으로 보았으며, 아카데미즘의 보수성은 음악대학의 커리큘럼에 대중음악 관련 프로그램을 삽입하는 것을 거부했다. 마찬가지로 문화연구의 분야에서도 대중음악은 주목받는 분야가 되지 못했다. 따라서 한국에서 대중음악 문화가 성립되는 1990년대 이래 그것은 실체만 있고 그것의 정체성에 대한 규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눈앞의 유령과도 같은 존재였다.

  대중음악(popular music)예술성을 추구하는 고전과 달리, 통속적인 오락성을 수반한 음악으로 정의되고 있다(파플러음악용어대사전, 1991). 대중음악의 하위 개념인 대중가요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대중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 일반 대중의 흥미를 위주로 한 노래를 의미한다. 이영미(1998)는 대중가요를 근대 이후 대중매체에 의해 전달되면서 나름의 작품적 관행을 지닌 서민들의 노래라고 정의하였다. 대중가요는 근대 이후 전달되었다는 점에서 일제시대 시기부터 등장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이전의 전통적인 판소리, 민요 등과는 달리 그 창작자와 가창자가 분명하다. 일제시대에는 일제의 민족 문화 말살 정책에 대항하며 창작된 대중문화의 성격을 가지고 시작되었으나,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창작과정의 세분화와 더불어 장르와 내용 등에서 광범위하게 창작 발표되고 사람들의 입을 통해 불려지고 있다. 또한 그 수용 계층도 주로 도시의 대중들을 상대로 했던 초창기와는 달리 지역적인 제약도 없을 뿐더러, 그 수용 계층의 연령 폭이 10대 에서부터 60-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영미(1998)는 창작과 수용의 광범위함에도 불구하고 대중가요는 근대 이후에 발생된 서민들의 노래라는 측면에서 다음의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고 말한다. 첫째, 대중가요는 근대사회의 산물이다. 따라서 도시의 대중들을 그 주요 수용층으로 삼는다. 둘째, 음반매체나 방송매체 등 대중매체를 그 전달매체로 삼고 있으며, 그 창작자와 작품의 원류(originality)가 분명하다. 셋째, 대중가요는 주로 남녀간의 사랑을 비롯한 사적 인간관계를 내용으로 주로 다루고,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등 나름대로의 작품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넷째, 대중가요는 상층 귀족이나 엘리트의 예술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향유하는 서민문화(popular culture)에 속하며, 따라서 대다수의 서민들이 향유하는 문화이다.

대중가요는 노래라는 측면에서 리듬이나 멜로디 등과 같은 음악적인 측면, 그리고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노랫말, 그 가사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제목 등과 같은 언어적인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영미(2001)는 대중가요는 노래이며, 노래는 음악과 문학이 결합한 형태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는 종종 무시된다. 대중가요의 연주자와 가수만이 아니라 가사를 짓는 창작자까지 뮤지션이라고 부른다거나, 대중가요 평론가를 별 고민 없이 음악평론가라고 부르는 현상은 그러한 것이다. 더 나아가 대중가요에서 음악을 논하는 것만이 본질에 접근하는 것이라는 생각, 즉 대중가요의 문학적 측면에 대한 연구에 대해 마치 기악곡의 표제 설명 정도의 비전문적고 가벼운 설명으로 취급하는 경향도, 모두 대중가요가 문학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가요가 음악이라는 생각에는 쉽게 동의하면서, 문학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잘 생각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초 중등교육에서 노래를 음악시간에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어와 문학 시간에도 향가, 고려가요, 시조 등의 노래를 시가문학이라는 명칭으로 가르치기는 하나, 음악을 제거한 채 기록된 문학의 형태로만 가르침으로써 그것이 원래 향유될 때에는 음악이 결합된 노래라는 점을 거의 생각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반면에 교육재정과 시설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음악 교육은 지나칠 정도로 노래 부르기 교육에만 치중하고 있다. 이렇게 교육받은 학생들이 노래는 곧 음악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대중가요의 음악적 측면과 문학적 측면 사이에서의 균형 잡기는, 한 연구자가 양자를 동등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느 한쪽을 연구할 때에도, 그것이 문학과 음악이 결합된 노래의 형태였다는 것을 잊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즉 문학적 측면만 따로 떼어내거나 음악적 측면만 떼어내어 분석함으로써 얻어지는 또 다른 성과는 분명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양자가 결합한 형태로서만 발생하는 의미와 정보가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한다. 문학과 결합함으로써 음악은 음악 자체로 존재할 때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인식적 내용이 생겨나거나 정서적 내용이나 질감에 구체성이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나며, 가사 역시 음악과 결합함으로써 정서적 내용이나 질감, 형식적 아름다움이 새로 발생하거나 강화된다. 따라서 대중가요 연구에서 노래를 노래로 듣거나 불러보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들어 대중가요에서 가사의 중요성이 날로 줄어들기 때문에 대중가요의 문학적 분석의 중요성이 적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일면적인 타당성이 있으나, 그렇다고 대중가요의 문학적 분석의 무용함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가요에서 가사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현상은 하드록 등 특정 종류의 대중가요에서만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류의 대중가요에서는 아직 가사가 지니는 비중이 매우 크다. 쇼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의 노래가 흘러 나올 때에 가사를 자막 처리하여 함께 제공하는 것은 이를 증명한다. 문학과 음악 간의 균형 잡기는 대중가요 연구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그런데 대중가요의 가사는, 대중가요가 유행하는 특정 시대의 정서를 담고 있는 것처럼, 특정한 시대의 정서를 담고 있다. 어떤 시대적 상황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대중가수가 있다면, 그것은 그가 그 시대의 정서를 잘 대변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논문에서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시대 정서를 조용필과 서태지라고 하는 그 시대 대표가수의 노래가사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연구문제1: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사회정서의 차이는 어떠한가?
연구문제2: 조용필과 서태지의 노랫말에 나타난 정서상의 차이는 무엇인가?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대표적인 가수로 조용필과 서태지를 선정한 이유를 다음의 인용문에서 찾고자 한다.

오히려 서태지의 작품이 한국 대중가요의 혁명적인 작품인 동시에 뛰어난 매니지먼트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지적해야만, 서태지를 80년대 조용필을 잇는 90년대 한국 가요사의 새로운 수퍼스타로 위치지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태지는 언더그라운드의 작품 성과를 매니지먼트 능력으로 TV 가요계로 끌어올림으로써, 10대로부터 30대 초반에 이르는 넓은 대중층을 자신의 팬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언더그라운드의 성과를 그냥 베껴먹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식으로 소화하고 오히려 그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과감함과 높은 예술성을 보인다. 그는 아류가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90년대의 수퍼스타일 수 있다. 후세에 한국 대중가요 연구자들은, 트로트부터 60년대풍 이지리스닝을 거쳐 록에 이르는 당시 대중 가요 전 장르를 완벽하고 수준 높게 소화하고, 때와 장소에 따라 정확하게 이미지 변신을 해낼 정도로 고도의 매니지먼트를 구사했던 조용필이야말로, 80년대에 1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전 계층을 팬으로 삼았던 수퍼스타였음을 짚어내면서, 그 뒤를 잇는 90년대 수퍼스타가 서태지였음을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이영미, 1995).

위의 연구문제 1,2에 답하기 위해 이 논문에서는 1980년대, 1990년대의 한국 대중가요계를 대표할 수 있는 조용필과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두 가수의 노래가사를 수집하여 그 지배적인 의미를 찾아내고자 했다. 이 논문에서는 조용필의 정규음반 1(198031)부터 12(19901)까지 총 12장의 음반(128)과 서태지와 아이들 1,2,3,4집과 서태지의 솔로음반 1집과 2집까지의 총5장의 음반(55)의 가사들을 수집하여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사회정서와의 상관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가사들을 주제별로 정리하고 정리된 가사들의 내용분석을 통해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사회정서의 지배적인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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