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별빛들을 쓰다

바다의 아코디언 - 김명인

작성자성은|작성시간11.06.23|조회수63 목록 댓글 3








        바다의 아코디언 - 김명인
          노래라면 내가 부를 차례라도 너조차 순서를 기다리지 않는다. 다리 절며 혼자 부안 격포로 돌 때 갈매기 울음으로 친다면 수수억 톤 파도 소릴 긁어대던 아코디언이 갯벌 위에 떨어져 있다. 파도는 몇 겁쯤 건반에 얹히더라도 지치거나 병들거나 늙는 법이 없어서 소리로 파이는 시간의 헛된 주름만 수시로 저의 생멸을 거듭할 뿐, 접혔다 펼쳐지는 한순간이라면 이미 한생애의 내력일 것이니, 추억과 고집 중 어느 것으로 저 영원을 다 켜댈 수 있겠느냐. 채석에 스몄다 빠져나가는 썰물이 오늘도 석양에 반짝거린다. 고요해지거라, 고요해지거라 쓰려고 작정하면 어느새 바닥 드러내는 삶과 같아서 뻘 밭 위 무수한 겹주름들, 저물더라도 나머지의 음자리까지 천천히, 천천히 파도소리가 씻어 내리니, 지워진 자취가 비로소 아득해지는 어스름 속으로 누군가 끝없이 아코디언을 펼치고 있다. ( 시집 : ' 바다의 아코디언' , 문학과지성사 , 2002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푸른하늘저편 | 작성시간 11.06.23 시원한 여름바다의 파도소리를 듣고 싶은 계절입니다.
    바닷가에 서면 거대한 아코디언이 시간의 주름을 연주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요.
    지금 우리는 생의 어디만큼의 거리에서 무엇을 연주를 하고 있는지......
  • 작성자꽃별 | 작성시간 11.06.23 오늘 거의 종일 이 테이블에 머물러 있었으면서도 한자도 적지 못했네요..
    너무 좋으면 할말이 없는겁니다...................고맙습니다...^^*
  • 작성자성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6.26 꽃별님의 모항으로 가는 길을 읽으면서.. 바다의시를 생각하다가.. 올리게 되었습니다
    .. 늘 고마운 답글에서 제가 많이 배웁니다...편안한 휴일 하루 되세요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