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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이야기

[당구와무협]당구와 무협... 8. 무림의 정파와 사파

작성자서화|작성시간09.08.05|조회수467 목록 댓글 6

8. 무림의 정파와 사파

 

무협 소설에서는 등장 인물들을 정파사파로 나누고 이들 사이의 갈등이 전체 이야기를 구성하는 주된 소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이와 별도의 개념으로 그 후 마도라는 개념도 형성되었다.

물론 당구에서도 이러한 구분을 해 볼 수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질 당구에서 정파와 사파를 논하기 전에 잠시 무림의 정사 구분은 어떻게 되는지 정리를 하고 가기로 하자.

다시 한번 정리가 필요한 것은, 고전적인 정통 무협 소설을 기준으로 할 때 근래의 무협소설에서는 이 정사의 구분이 매우 혼란스러우며 일부 왜곡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이라는 것이 그 특성상 옳고 그름의 구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만, 언제부터인지 무협소설에서는 정파는 곧 정의이고, 사파는 악이라는 등식이 굳어져 있었다.

사실 정(正)과 사(邪)라는 글자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이 틀은 이미 굳어져 있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

물론 1990년경 이후부터 이에 대한 반작용이 생겨 이러한 구분이 희미해지고 마(魔)라는 개념이 위세를 떨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지만, 정파가 곧 정의라는 기본 설정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렇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사파라고하는 무술이 대관절 무엇인데 그것을 익히면 멀쩡한 사람들이 모두다 악인이 된다는 말인가.

그런 일이 가능이나 하겠는가 말이다.

그것은 아닐 것이다.

 

고전적인 무협소설에 의하면 정파는 正이 아니고 定이며, 사파는 邪가 아니고 似이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정파란 정의로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정해진 혹은 틀이 잡힌 문파라는 의미이며, 사파는 사악하다는 뜻이 아니라 기존의 권위있는 문파의 무술과 비슷한  무술을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사회학적으로는 정파란 어떠한 확립된 이론 체계를 가지고 이에 대해 그 사회에서 인정을 받아 권위를 가지고 있는 한 갈래라는 의미로, 다르게 표현하자면 기득권층일 수 있다.

사파는 여러가지 이유로 이 기득권 계층에 아직 끼이지 못한, 그러나 권력이라는 것을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의 세력을 갖춘 것이다.

 

조금 더 비약을 해서 컴퓨터 제조업으로 비교해 설명하면, 정파는 삼성, 삼보, 현대, HP, IBM 같은 기업이고, 사파는 조립품을 위주로하는 용산이나 청계천의 중소기업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이나 IBM 이 꼭 정의로울 이유가 없고, 용산의 조립 컴퓨터가 성능이 떨어질리 없는 것 처럼 정파와 사파도 그 이름으로 정의로움과 실력이 판가름 될 수 없다.

 

자, 정파와 사파의 구분이 이렇다면 무술에 있어서 그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앞서 무술에서 필요한 요소를 내공과 초식, 병기로 서술한 바 있으므로, 정파와 사파의 구분도 이들 요소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일부 오해를 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내공에는 정파든 사파든 유파의 구별이 없다.

말하자면 내공이라는 것은 단일한 것이다.

물론 내공을 연마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이에 반해 초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정파의 초식은 일면 단순하며 쉽게 예를 들자면 목표한 곳을 향하여 곧장 찔러가는 형태로, 정직하다고 표현한다.

이에 반해 사파의 초식은 변화가 많고 교란을 위한 동작이 많으며 예상치 못한 변초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다.

무술이라는 것을 혼자 도를 닦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별개의 문제이겠으나, 두 사람의 결투를 전제로 한다면, 여기에 도대체 정직하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말이다.

원하는 곳을 곧이 곧대로 찔러 가는 것하고 정직이라는 것은 결투에서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닐까.

또 정파의 초식이 단순하다고 하지만, 명문정파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화산파의 검술은 현란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화려한 초식을 자랑한다.

이것과 사파 초식이 차이가 있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해본다면 초식의 차이라는 것도 확립된 이론이 있는가, 혹은 그 이론이 권위를 인정 받고 있는 것인가하는 기득권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이렇게 서로 구분이 어려운 것이지만, 그래도 굳이 이야기하자면 사파의 초식은 실전적이고 극심한 변화를 동반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거나 인체의 조화 같은 이론과 무관하게 아무 때나 아무 자세에서나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는 몸놀림이 있으며 때로는 그 빠르기가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하여간 대충 그런 것이 사파 무공의 특징이다.

 

정파와 사파의 무공의 차이는 오히려 병장기에서 두드러지며 쉽게 확인이 된다.

정파의 무공에서는 사용하는 병장기가 도나 검, 창 등의 일반적인 무기가 보통이며, 기껏해야 특이하다고 해 봐야 도끼 정도이다.

이에 반해 사파의 무기는 실로 다양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파의 초식은 변화와 속도, 그리고 예측 불가능이라는 것이 장점이기 때문에 그것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병장기가 아닌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말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 하자면 이런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사실 사파와 정파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술을 연마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파의 무공은 원칙을 바탕으로 하고 거기에서 부터 응용을 해 나가는 연역적인 접근법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이상적으로 모든 상황에 적용가능할 것을 바라는 기본 자세에 대해 철저히 연마를 하는 것이 정파 무공의 수련이다.

따라서 아무 재미가 없고, 실전에서 도무지 써먹을 수 없는, 일견 한심해보이는 자세나 동작을 수도 없이 반복하도록 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어떤 깨달음을 얻기를 기다린다.

이런 과정을 거치도록 하므로 기초를 닦는데 매우 어렵고 힘이 든다.

그러나 일단 기초를 마스터 하고 나면 개인의 오성에 따라 진보가 매우 빠를 수 있다.

실제로 정파의 초식들은 일단 기초만 다져지면 얕은 내공으로도 시전할 수 있는 것들이 매우 많다.

 

이에 비해 사파의 무공은 실전적이며, 구체적인 상황에서 그에 맞게 대처하는 요령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것들이 많이 체득하면서 거기에서 공통적인 원칙을 찾아서 진리에 이르는, 귀납적인 접근법을 사용한다.

사파의 무공은 처음부터 어떤 특정 환경을 가정하고 거기에서 최선의 방법을 배우는 것이므로, 단 한 가지만 배워도 당장에 실전에 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그에 맞는 환경이 되어야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지만, 그 환경이 자주 나타나는 것이라면 간단한 배움으로 매우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흔히 사파은 무공은 빠른 시간 내에 대성을 이룰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것 때문에 생긴 오해이다.
사파의 무공이 간단한 학습으로 실전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몇 개의 초식을 익혔다고 무술의 일가를 이룬 것은 아니므로 속성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옳은 표현이 아니다.

사파의 무공으로 어느 정도 대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무수히 많이 배우고, 그것을 익히고, 또 다 기억했다가 거기에서 어떤 진리를 만들어 내야 하므로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실제로 사파의 고수들은 오랜 기간의 수련실전 경험, 그리고 아주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들이다.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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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서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8.06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응을 얻으니 힘이 납니다..^^
  • 작성자gianthead | 작성시간 09.08.06 당구에 5대천왕(세이그너도 낀다고 개인적의로 생각함)을 구분해보면 정은 싼체스 야스퍼스 사는 브롬달 세이그너 정사중은 쿠드롱 그리고 뉴턴 대두도 사파가 아닐런지요?
  • 답댓글 작성자서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8.06 ㅎㅎ 제 생각과 얼추 비슷하시네요.. 다음편 쯤에는 그 이야기가 나갈 겁니다.^^
  • 작성자주마간산 | 작성시간 09.08.06 무협의 정사 구분을 나름 독창적으로 재해석하신 견해가 흥미롭습니다. 하긴 요즘 신무협에서 보면 정파가 오히려 잔머리와 음모의 대가들이고, 마도가 화끈하게 정공법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지요. 좋게 말해 상대적 가치관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ㅎㅎ~~ 아무튼 당구에서의 순수 아마추어 관전자로서는 세이기너 같은 사파 고수가 훨씬 더 맘에 든다는 ...
  • 작성자새벽처럼 | 작성시간 09.08.06 무협의 세계에 대해서는 아는게 하나도 없지만 대충은 알아듣겠고 당구와 비교하는게 잘 맞다라고 생각되네요...재미나게 잘 보고 있습니다...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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