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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소개]한애규전

작성자최재일|작성시간03.06.04|조회수46 목록 댓글 0

한애규전

기간: 2003.6. 4 - 17
장소: 관훈동 가람화랑
문의: ☎ 732-6170



테라코타 작가 한애규씨는 전시장(가람화랑)에 ‘나’를 스무명 만들어 놓았다. 온화한 갈색 살결에 키가 1m 조금 넘는 이 중년 여인상들을 작가는 ‘자소상’이라고 소개한다. 둥그런 뺨과 두툼한 입술, 기다란 눈매가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인상의 여인들은 모두 땅에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서 있다. 양손은 큼지막하고 다리도 튼실하다. “받침 없이 작품이 두발로 홀로 서게 하기 위해 다리를 굵게 했고, 그 다리와 어울리게 목과 팔을 또 굵게 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흙으로 빚은 뒤 구워낸 여인들은 똑같은 머리형에 똑같이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지만 표정과 포즈가 모두 다르다. “미세한 동작의 차이를 생생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같은 옷을 입혔습니다.” 여인들은 모두 여행 중이고 세상을 구경 중이다. 작품 마다 한씨가 그리스·터키·이탈리아·프랑스 등을 여행하면서 느낀 감상들을 하나씩 담고 있다. 여행지 풍경을 관찰하는 여인, 발끝만 바라보며 외롭게 걷는 여인, ‘어서 돌아가야지’라고 스스로를 재촉하는 여인, ‘사는 건 어디나 같아, 왜 떠나왔을까’라는 상념에 사로잡힌 여인, 낯선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여인…. “전체 작품을 덮는 분위기는 쓸쓸함입니다. 절제와 침묵을 앞세우고 말은 가급적 많이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붓으로 그리는 대신 한씨는 흙으로 형상을 빚어 가마에 굽는 방법으로 예술 세계를 펼치고 있다. “흙이라는 재료가 다른 어떤 것 보다 손에 맞아요. 아이디어가 반짝 떠오를 때 후다닥 작품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종일 흙을 만지고 있어야 하는 번거롭고 더딘 제작 과정도 마음에 들고요.” 한 구석에 흙 포대가 쌓여있고 대형 가마 2개가 들어선 ‘공장’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다. 작품을 보통 1180도 고온에 사흘 정도 굽는데 가스 불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면 색이 틀리게 나오거나 표면이 쩍쩍 갈라져 버린다고 한다. 도예가로 출발, 그동안 ‘거울 앞에 선 여인’, ‘김장하는 날’ 등 여성들이 먼저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를 작품 속에 펼쳐 보였던 작가는 최근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질박하고 부드러운 테라코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17일까지. (02)732-6170
(정재연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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