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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베니스/베네치아]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응접실 산마르코광장

작성자김의천|작성시간11.08.03|조회수865 목록 댓글 0

물의 도시, 아드리아해의 보석

베네치아에서 곤돌라를 타보고 나서

이 기상천외한 도시의 심장부 산마르코광장을 구경합니다.

지도 오른쪽 아래, 한글로 표기된 곳입니다.

 

 

이번엔 광장(피아자) 약도입니다.

오른쪽 아래에 어제, 그제 포스팅에서 살펴본 두칼레궁이 있고 그 왼쪽 국립도서관과의 사이에

사자상과 산테오도로상이 서 있는 소광장(피아제타)이 있습니다.

그 안쪽으로 삼면이 회랑 건물로 둘러싸인 산마르코광장(1번)이 있지요.

소광장과 산마르코광장 사이에 높이 100m 가까운 전망 종탑이 솟아 있구요.

그 오른쪽 옆, 광장 북쪽 정면에 산마르코 대성당(바실리카)이 자리잡은 구조로 돼 있습니다.

 

광장 서쪽에서 종탑과 산마르코성당 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비좁은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나있는 베네치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툭 트인 공간이지요.

길이 175m, 너비 80m로, 어떤 자료엔 유럽 도시 중에 가장 넓은 광장이라고 돼 있지만

제가 보기로는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이 더 큰 것 같던데...

찾아보니 베드로광장은 좌우 너비가 240m에 이르는 원형으로 30만명까지 수용한다고 돼있네요.

제 짐작이 맞았습니다.^^*

 


 

이건 성당을 등지고 서서 거꾸로 본 서쪽 모습이구요.

광장을 둘러싼 세 개의 흰 대리석 회랑 건물 중에 정면에 보이는 서쪽 건물은

18세기 말 베네치아를 정복한 나폴레옹이 지은 나폴레옹관입니다.

베네치아는 지반이 내려앉고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특히 겨울철이면 건물 1층 부분이 물에 잠기는데

산마르코광장도 물이 찰랑찰랑하게 잠겨 있는 침수 사진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종탑(캄파닐레)은 정면 성당에서 조금 오른쪽으로 비껴 서 있습니다.

종탑이 바라다보이는 오른쪽 회랑 앞에 잔뜩 지친 모습의 소녀들이 쪼그리고 앉아 있습니다.

아마도 단체로 온 여고생들인 것 같은데 문화유적을 둘러보는 데는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높이가 98.2m에 이르는 종탑은 1902년에 무너진 것을 다시 세웠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도시와

그 도시를 에워싼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전망대 위 외벽에도 천칭과 칼을 든 법과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의 부조상이 붙어 있습니다.



앞 포스팅에서 보신 사진이지만^^ 종탑 꼭대기에 황금 천사상이 올라서 있습니다.

베네치아와 베네치아 사람들과 베네치아 관광객들에게 축복을 내리는 듯한 모습입니다.

저는 천사상을 보며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종탑 왼쪽 뒤로 산마르코 대성당이 보입니다.

왼쪽에 가림막과 크레인이 있는 걸로 보아 보수공사 중인 모양이군요.

앞에 서 있는 세 개의 깃대는 베네치아공화국이 지배했던 3대 식민지

사이프러스, 칸디아, 모레아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산마르코성당은 9세기에 베네치아 상인 두 사람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가져온

성 마르코(성 마가)의 유해를 모신 납골당으로 세워졌습니다.

이때부터 산 마르코는 베네치아공화국의 수호성인이 됐구요.

11세기 말 대대적인 재건공사가 진행되면서 틀을 갖췄고

17세기까지 꾸준히 내외부 공사가 이어져

동서양이 만나는 비잔틴 양식에 로마네스크 양식이 더해진

우아하고 화려하면서도 중후한 건축물로 건축-미술사(史)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베네치아에서 무역상의 아들로 태어난 마르코 폴로가

13세기 동방으로 떠나면서 바로 이 성당에서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다섯 개의 파 꽃형(型) 아치 문 위로 다섯 개의 반원형 돔을 받치고 있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파사드(앞부분 구조)는 로마네스크 양식이라고 합니다.



18세기 식민지 경영으로 부자나라가 된 영국에선 귀족집 자제들의 유럽여행이 붐을 이뤘습니다.

그 그랜드 투어(Grand Tour)의 최고 행선지가 베네치아였고

영국 부자들은 화가를 고용하거나 사서 베네치아의 이국적 풍경을 그리게 해 가져갔답니다.

기념 사진 아닌 '기념 그림'이었던 셈이지요.

그래서 유독 18세기 베네치아 풍경을 담은 그림이 많이 남아 있는데요.

이번엔 카날레토라는 젊은 화가가 그린 '산마르코성당과 두칼레궁 풍경'과

지금 풍경을 비교해 보시지요.^^

위 사진보다는 더 뒤로 물러나온 시각이어서 3대 식민지를 상징하는 깃대 3개가

더 보이는 것 말고는 300년 전이나 21세기 풍경이나 거의 똑같습니다.

 

 

산마르코 성당이 오랜 세월 재건, 증축되면서 베네치아의 식민영토를 다스린 총독과

동방을 침공했던 장군들은 수시로 좋은 조각상과 부조 작품들을 수도 없이 가져와

성당 안팎을 장식했답니다.

요즘 말을 쓰면 약탈 문화재이지요.^^;;

정면 아치 위에 보이는 네 필의 청동 말만 해도 고대 그리스 시대 작품인데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비잔티움(콘스탄티노플)에 옮겨놓은 것을

1204년에 가져와 올려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성당은 해양강국 베네치아의 힘과 영화를 보여주는 종합 선물세트 비슷하지요.^^




청동말은 베네치아를 정복한 나폴레옹이 떼어가 파리 개선문 위에 장식해놓았다가

나폴레옹 몰락 이후 성당의 원래 위치로 되돌아왔다고 합니다.

힘과 권력에 따라 말들이 세상을 떠돈 궤적 그 자체가 역사이군요.^^;;

근데 바깥에 보이는 청동말은 모조품이고

금박을 입힌 진짜는 박물관에 따로 보관돼 있다고 합니다.

하이델베르크성벽의 조각상들처럼 말이지요.^^

돔 지붕에 동방 기독교 문화와 아라비아풍이 뚜렷합니다.



성당에도 등급이 있어서 가장 권위있는 성당을 바실리카(basilica)라고 부릅니다.

성당 중에 성당,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이 대표적이지요.

그 아래 급으로 주교가 집전하는 성당을 카테드랄(cathedral)이라고 하고,

작은 성당이나 예배당을 카펠라(cappella)라고 합니다.

산마르코 성당은 이 중에 바실리카급 대성당입니다.

다섯 개 돔 중에 가장 가운데 있는 돔은 13세기에 만든 것으로 예수의 승천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마가복음을 쓴 성 마르코(마가)는 초대(初代) 교회 시대 베드로를 모신 하나님의 일꾼으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교회를 꾸리다 순교했다고 합니다.

성 마르코의 어머니 집은 초대 교회 집회장소로 자주 쓰여

예수가 열두 제자와 함께 최후의 만찬을 든 곳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마가가 예수와 직접 만났는지는 암시적인 글만 있을 뿐 분명치 않다고 합니다.

그의 유해를 이집트 모슬렘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9세기에 두 명의 베네치아 상인이 기지를 발휘해 배로 실어옵니다.

정면 아치 꼭대기에 마가복음을 들고 있는 마가상이 올라서 있습니다.



두 명의 상인은 이슬람교도가 많은 북프리카아에서

성 마르코의 유해를 돼지고기 아래 숨겨 왔다고 합니다.

이슬람은 돼지고기를 금기로 여겼기에 들키지 않고 들여올 수 있었다고 하지요.^^

금방 만들어놓은 것처럼 찬란한 황금 천사상들도 15세기 초 작품, 600년 전 것이랍니다.

황금 사자도 마가복음을 펼쳐보이고 있군요.

 

 

성당건물 전면 곳곳에 작은 지붕을 씌워 세운 성자-영웅들의 조각상도 생동감이 넘칩니다.

 

 

산마르코성당은 성당 안팎을 황금빛 모자이크로 장식해 '황금 교회'로 불립니다.



 

정문 아치 안쪽에는 거장 티치아노가 밑그림을 그려 성 마르코의 업적을 기린

모자이크 벽화가 여러 개 붙어 있습니다.



성 마르코의 유해를 성당으로 옮겨오는 모습입니다.

돼지고기 아래 숨겨 들여오는 모습을 담은 모자이크도 있는데 사진이 없군요. +_+

성당 안 벽화도 엄청 화려하고 귀한 보물도 많다는데

입장하는 줄이 너무 길어 들어가 볼 엄두를 못냈습니다.



 

성당 왼쪽엔 15세기 건축가 콘두치가 로지아 양식으로 세운 산마르코 시계탑이 솟아 있습니다.

저 꼭대기 위에 망치를 든 두 청동 무어인상이 매일 정오가 되면 번갈아 종을 친답니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동양 문물을 전해주는 아랍의 무어인들을 동경했다고 합니다.

시침이 24시간에 한바퀴 도는 아래쪽 시계는 계절과 달의 변화도 알려주는

십이궁도(Zodiac)이구요.



 

푸른 에나멜과 금빛 잎 장식이 참 화려함니다.

시계탑 건물과 별도로 15세기 지암파올로와 라니에리라는 두 사람이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중앙부분 성모자상 왼쪽 로마숫자는 시간을 가리키고

오른쪽 아라비아숫자는 5분 단위로 바뀌며 분을 가리킵니다.

아라비아숫자가 나오니까 상당히 현대적인 느낌이 드는군요.^^

 




광장 한쪽에서 같은 티셔츠를 입은 남자들이 시끌벅적 요란하게 단체사진을 찍습니다.

시끄럽고 유쾌한 이탈리아 사람들다운 풍경입니다.



 

산마르코성당을 바라보며 오른쪽 회랑에 있는 카페로 갑니다.

1683년 처음 문을 열었으니 무려 330년이 돼가는 플로리안 카페입니다.

모차르트가 머무르며 곡을 썼고 술과 커피도 마셨던 곳이어서

 '모차르트 카페'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바그너, 디킨스, 러스킨, 브라우닝, 프루스트, 아나톨 프랑스, 모네, 마네, 하이네, 니체,

괴테, 릴케, 스탕달, 토마스 만...

당대의 지식인, 예술가들이 이 카페에 앉아 담론을 나눴고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작업을 걸던' 곳이었답니다.^^

 


 

서양사학자 이광주 교수님은 '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으로 가자'라는 책에서

이 카페의 탄생부터 지나온 역사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플로리안은 프랑스혁명, 오스트리아와 나폴레옹의 베네치아 점령 같은 파란 많은 역사적

대사건의 증인이요 무대였다.

1789년 프랑스혁명은 플로리안 카페를 최신 뉴스 센터로 만들었고

1797년 나폴레옹이 베네치아를 정복하자

애국적 지식인과 청년들이 플로리안에서 저항그룹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궐기를 호소했다."



 

근데 악단 무대에 걸린 플로리안 깃발에는 무슨 이유인지 연대가 30여년이나 늦은

 1720년으로 쓰여 있군요.

이 카페는 노천 좌석에 앉아 커피나 맥주를 마시면 건물 안에 들어가 마시는 것보다

 네댓배나 비쌉니다.

상당히 비싼 연주료도 따로 받구요.

산마르코광장 노천카페에 앉아 베네치아의 숨결과 낭만을 호흡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는 값이라고 쳐야겠지요.^^::



 

그래서 카페 주변 광장엔 자리에 앉지 않고 근처에 서서

음악과 분위기를 즐기는 관광객이 많습니다.

'베사메무초'가 연주되자 한 여성 관광객이 볼레로를 춥니다.^^



 

근데 플로리안 노천 좌석에 따가운 오후 햇빛이 여지없이 쏟아지고 있어서

우리는 반대편 그늘 진 카페로 갑니다.



 

라베나라는 카페인데 여기도 1750년이라고 쓰여 있는 걸 보니 매우 오래된 곳입니다.

바그너가 각별히 사랑했던 카페라는군요.



 

비싼 맥주 마셔보자고 각오하고서 자리를 잡습니다. ^^;;

나중에 보니 평생에 가장 비싼 맥주였던 것 같습니다. +_+



 

땅콩 한 톨 안 주던 스위스-오스트리아-독일 바, 카페들과는 달리

감자칩 한 바구니를 '기본안주'로 내주는 게 일단 맘에 듭니다.^^

맥주 두 병을 시켰는데, 대략 한 병에 9유로씩이고

라이브 연주를 듣는 값이 한 사람에 5유로쯤이어서

팁까지 합쳐 30유로, 5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갑니다. ㅠ_ㅠ



그래도 산마르코광장 유서깊은 노천카페에서 연주를 들으며

 맥주 한잔 마셨다는 기억의 한 장면을 만듭니다.^^;;



이 포스팅 맨 앞, 카페 음악에 맞춰 춤추는 커플.

이번 유럽여행에서 제 가슴에 가장 진하게 남은 장면입니다.

 


 

그리고 여행에 지친 부녀. 엄마는 어디 갔을까요?



가슴에 안은 아기까지 아이를 다섯이나 거느린 가족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줍니다.



즐거워하는 아이들 모습이 기분 좋습니다.



이 아이는 겁도 나고 호기심도 솟고, 멈칫멈칫...^^;;



좋아서 비명을 지르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제 산마르코성당 옆 두칼레궁 앞을 거쳐 다시 선착장으로 나갑니다.

베네치아 여행의 정점, 수상택시를 타러 갑니다.

베네치아 시가지를 S 자로 관통하는 운하를 쾌속정으로 시원하게 누빈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으로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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