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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神話)

[스크랩]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 아도니스

작성자김의천|작성시간06.09.27|조회수530 목록 댓글 0

아탈란테 Atalanta



아르테미스와 쌍벽을 이루는 유명한 사냥꾼으로, 굳게 처녀성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에 대해서는 보이오티아 지방에 전해지는 이야기와 아르카디아 지방에 전해지는 이야기 등 두 가지가 있다. 아르카디아에서는 리쿠르고스 왕의 아들인 이아소스의 딸. 보이오티아에서는 아타마스의 아들인 스코이네우스의 딸이라 말하고 있으나, 어머니가 미니아스의 딸인 클리메네라는 점은 공통되고 있다.

아탈란테가 태어나자, 아들을 바라고 있던 아버지는 실망한 나머지 그녀를 버렸다. 그리하여 암곰이 젖을 먹여 기르다가 사냥꾼에게 발견되어 그의 양육을 받았다. 그러므로 아탈란테는 어른이 된 뒤 사냥을 좋아하고 결혼이나 여성적인 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켄타우로스족인 로이코스와 히라이오스에게 겁탈당할 뻔했으나, 자랑하는 활솜씨로 그들을 쏘아 죽였다. 아르고 선의 원정대원에 응모했지만, 대장인 이아손은 여성이 참가하면 남자들 사이에 질투가 생긴다면서 거절했다. 아르고나우테스들이 무사히 돌아오고 펠리아스가 죽었을 때, 아탈란테는 장례경기에 참가하여 레슬링 시합에서 펠레우스를 눌렀다.

아탈란테의 이름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주로 칼뤼돈의 멧돼지 사냥과 그녀의 구혼자들을 경기를 통해 패배시킨 신화를 통해서였다. 아탈란테는 칼뤼돈의 멧돼지 사냥에 나가는 용사들의 일행에 가담했다. 숙부인 안카이오스, 케페우스 등은 여성이 참가하는 것을 반대했으나, 아탈란테를 사랑하는 멜레아그로스는 오히려 반대자들의 참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멧돼지가 나타났을 때 아탈란테가 맨 먼저 활을 쏘아 명중시키고, 멜레아그로스가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멜레아그로스는 그 가죽을 아탈란테에게 주었다. 그러나 멜레아그로스의 외삼촌들이 이를 반대하며 가죽을 가로챘기 때문에 멜레아그로스는 그들을 죽였다. 그러나 멜레아그로스도 어머니인 알타이아에게 살해됨으로써 사랑하는 아탈란테와의 결혼은 실현되지 못했다.

<변신이야기>에서 칼뤼돈의 멧돼지 사냥

아탈란테에 대한 소문은 앞서 그녀를 버렸던 아버지의 귀에도 들어갔다. 아버지는 딸에게 결혼할 것을 권했으나, 전보다 더 결혼할 마음이 없어진 아탈란테는, 자기와 경주를 하여 이긴 남자와 결혼하겠지만, 경주에 진 사람은 그 자리에서 죽이겠다고 대답했다. 아탈란테의 조건은 매우 엄격한 것이었으나, 그녀의 미모에 반한 많은 청년들이 경기에 도전했다. 많은 청년들이 도전했으나 모두 져서 살해되고 말았다. 그런데 멜라니온(또는 히포메네스)라는 청년이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아탈란테에게 도전하였다. 즉 키플롭스 섬의 타마소스 과수원에서 여신 자신이 황금사과 3개를 따서 그에게 주었다. 그는 경주를 하면서 아탈란테가 쫓아올 만하면 사과를 던지곤 했다. 아탈란테는 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황금사과가 탐이 나서인지, 또는 청년에게 승리를 안겨 주기 위해서인지, 그 사과를 하나씩 줍는 바람에 경주에 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청년은 아프로디테에 대한 맹세를 잊어 버리고, 더구나 청년과 아탈란테 두 사람은 집에 돌아가는 도중에 아프로디테의 신전에서 사랑을 나누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사자로 변신하였다. 고대에는 사자끼리는 맺어질 수 없고 단지 표범과만 맺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 아도니스의 변신

  
Bartholomeus Spranger, Venus & Adonis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다시 이어졌다.

[아프로디테 여신이 아도니스에게 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아무리 발이 빠른 남자들과 달음박질을 해도 지지 않을 만큼 뜀박질을 잘하는 여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너도 들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사실이다. 아무리 빠른 남자라도 이 여자에게는 당하지 못했다. 그래, 이 여자의 이름이 아탈란테다. 아탈란테는, 발만 빠른 것이 아니고 용모 역시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이 아탈란테가 어느 날 아폴론 신에게 결혼 문제를 두고 신탁을 받아보았는데 이때 신이 내린 신탁은 이러했다.

<아탈란테여, 너에게는 지아비가 소용없구나. 너는 남자 겪는 일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이 일을 어쩔꼬, 너는 결혼을 피할 팔자가 아니다. 결혼한 뒤에는, 산 채로 너 자신을 잃겠구나>

아탈란테는 아폴론 신의 신탁에 겁을 집어먹고 독신으로 숲 속에 살았다. 그런데도 이 아탈란테에게 구혼하는 청년들은 계속해서 몰려들었어, 아탈란테는 이 청년들을 물리치기 위해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붙였다는구나.

<먼저 나와 달음박질 겨루기에서 나를 이기지 못하면 절대로 내 지아비가 될 수 없습니다. 나와 겨룹시다. 겨루어 나를 이기면 그 상으로 나를 신부로 맞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지면 그때는 목숨을 받겠습니다. 자신 있는 분이 있거든 이 조건 아래서 겨루어봅시다>

이 얼마나 까다로운 조건이냐? 그러나 아탈란테가 빼어나게 아름다웠기 때문에, 이런 조건이 걸려 있는데도 구혼자들이 벌떼같이 몰려들었어. 이 뜀박질 경기장을 내려다보는 구경꾼 가운데 히포메네스라고 하는 청년이 있었어. 히포메네스는, 여자에 반해 목숨을 거는 다른 청년들을 아주 한심하게 생각했지

<얼빠진 놈들. 계집 하나를 얻는 데 목숨을 걸어?>

이러면서…… 그러나 아탈란테의 모습을 보는 순간, 겨루기에 앞서 옷을 벗어부친 아탈란데의 몸을 보는 순간 히포메네스의 마음도 달라졌어, 왜? 아탈란테의 몸은 내 몸, 아니면 아도니스 너의 몸 (만일에 네가 여자였더라면 말이다) 같았기 때문이지. 깜짝 놀란 히포메네스는 하늘을 향해 손을 내밀고,

<사랑의 신이시여 조금 전에 감히 신을 비난한 저를 용서하소서. 저는 겨루기에 이긴 자가 받을 상품을 못 보고 그런 말을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외쳤다지. 일단 아탈란테를 보고 그 미모에 반해 버린 히포메네스는, 이번에는 아탈란테와 뜀박질을 겨루려는 젊은이들을 질투하기 시작해. 즉, 다른 젊은이들이 아탈란테를 이기는 일이 없었으면 했던 것이지.

<나라고 이 겨루기에다 내 행운을 걸지 못하라는 법은 없지. 신들께서는 용기있는 자들 편에 서신다니까>

히포메네스의 심정은 그가 한 이 말 한마디에 잘 나타나 있지?

히포메네스가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즈음 아탈란테는 날개가 달린 듯한 발로 힘차게 대지를 박차며 내달았지. 보이오티아 청년 히포메네스는 흡사 스퀴티아 사람이 쏜 화살같이 달리는 이 처녀를 보고는 침을 삼켰어. 서 있는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달리는 모습은 더 아름다워 보였던 거지. 아닌게 아니라 달리는 아탈란테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어, 발치에 걸기적거린다고 아탈란테가 모아쥔 긴 옷자락은 바람에 흩날렸고, 머리카락은 상아색 어깨 위를 출렁거렸으며 가장자리에다 자수를 한 허벅지 댕기는 바람에 옷자락이 흩날릴 때마다 이따금씩 드러나고는 했어. 게다가 처녀의 흰 살결에는 홍조가 어리기 시작했어. 새벽빛을 받으면 하얀 대리석 벽이 불그레해지지? 대리석 벽에, 대리석의 색깔이 아닌, 다른 색깔이 어리어 보이지? 그와 같았어. 히포메네스의 눈앞에서 아탈란테는 먼저 마지막 한 바퀴를 돌아 승리의 관을 썼어. 아탈란테에게 진 청년들은 거친 숨결을 가다듬다가, 약속에 따라 목숨을 바쳐 이 겨루기에 진 빛을 같았지.

이 청년들이 이렇듯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히포메네스는 겁을 먹지 않았어. 히포메네스는 겨루기 마당 한복판으로 걸어나가 이 처녀를 보면서 이런 말을 했어

<처녀여, 왜 쉽게 이길 수 있는 청년들만 상대하시오? 왜 발도 빠르지 못하고 연습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자들을 이기고 뽐내시오? 나와 여룹시다. 나와 겨루면 설사 내가 이기고 그대가 진대도 그대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오. 그대가 내게 진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좋은 것은, 내 아버지는 메가라 사람 온케스티오스요, 내 증조부는 포세이돈 신이기 때문이오. 그러니까 나는 저 위대하신 대양의 왕이신 포세이돈의 증손이오. 내 문벌은 이렇듯 찬란하오만 내 용기는 내 문벌에 못지않소. 만일에 나를 이긴다면 그대의 이름은 히포메네스를 누르고 승리한 자의 이름으로 길이 빛나고 길이 남을 것이오>

히포메네스가 이렇게 말하자 스코이네오스의 딸 아탈란테는 다정한 눈길로 이 청년을 바라보았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 아탈란테는 혼잣말을 이렇게 했지.

<귀중한 목숨을 걸되 그 목숨을 내 앞에 던져 청춘을 바치려 하다니, 참으로 인물이 아깝구나. 저 인물 앞에 서니 오히려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구나. 그러나, 저 인물이 내 마음을 흔들기는 한다만 정작 내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것은 외모가 아니라 저 젊음이다 저 청년은, 청년이라기보다 아직 소년이 아닌가? 그렇다.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저 청년의 외모가 아니라 저 청년의 젊음이다. 게다가 저 청년에게는 용기도 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도 있다. 과연 해신의 자손답구나.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저 청년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저 청년은 나와의 혼인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쳐도 아까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운이 없어 나를 이기지 못한다면 저 청년은 목숨으로 그 값을 치러야 한다. 안 된다 가거라, 길손이여. 구혼자들의 피가 묻은 나를 버려두고 갈 수 있을 때, 너무 늦기 전에 가거라. 나와 혼인하기 위해 그대가 치러야 할 값은 너무 비싸다. 상대가 그대 같으면 어떤 여자도 지아비로 맞는 것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지각있는 처녀라면 그대 같은 지아비를 맞게 해달라고 하늘의 신들께 기도까지 할 것이다…… 그러나, 가만 있자, 반드시 이렇게 생각할 일인 것만은 아니다. 내가 왜 저 청년으로 인하여 상심해야 한다지? 이미 내 앞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죽었는데? 저 청년의 걱정은 저 청년이 해야지 왜 내가 한다지? 죽고 싶으면 죽으라지. 수많은 구혼자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서도 이렇게 나서는 것을 보면 사는 데 싫증이 난 모양이지.

그렇다면 저 청년은 죽을 것이다. 나와 함께 살고 싶어했다는 죄밖에 없는데도 죽을 것이다. 저 청년은 자기가 죽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고통스러워할까? 사랑의 대가로 받는 이 부당한 죽음을? 드런 일이 생긴다면…… 나도 내 승리를 역겨워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게 내 잘못인가? 그러나 죽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겨루기를 포기하면 된다. 포기하거나 나보다 더 빨리 달리면 된다. 그대는 이 겨루기에 목숨을 걸고 있으니까 어쩌면 나를 이길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저러나, 참 잘난 청년이 아닌가? 꼭 여자같이 잘 생긴 청년이 아닌가? 아, 히포메네스여, 차라리 나 같은 계집의 꼴을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대 같은 사람은 오래오래 살아야 하는 것을. 내 팔자가 기박하지 않았더라면, 운명이 내게 지아비 맞는 것을 허락했더라면, 나와 잠자리를 나눌 수 있는 남성은 그대뿐 이었을 것을……>

아탈란테는, 사랑에는 경험이 없는 처녀였어. 하지만 아탈란테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사랑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지. 물론 자기에게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어. 알지 못하면서도 아탈란테는 이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야.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과, 아탈란테의 아버지가 겨루기를 독촉하자 포세이돈의 자손인 히포메네스는 나를 부르면서 이렇게 기도하더구나.

<오, 퀴테라의 여신이시여 바라오니, 오시어서 무모하게 이 일에 뛰어든 저를 거들어주소서. 여신께서 불을 붙이셨으니, 이 불이 더욱 힘차게 타오르게 하소서>

이 청년의 기도가 바람결에 실려오더라. 이 청년을 기특하게 여겼던 나는 곧 이 청년을 도와주기로 했다. 퀴프로스 땅, 경치 좋은 곳에 이 섬 사람들이 타마소스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오래 전에 이 섬 사람들이 내게 신진을 지어 바치면서 함께 바친 곳이다. 이 벌판 한가운데에는, 그 황금빛 잎이 장하고, 그 황금빛 가지가 장하기 그지없는, 빛나는 나무가 한 그루 있다. 내게는, 마침 이곳을 지나다가 따서 간직해 둔 황금 사과가 세 개 있었다. 살며시 이 히포메네스에게 내려간 나는 이 사과를 주면서 이렇게저렇게 하라고 일러주었다. 물론 내 모습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이 히포메네스의 눈에만 보였지.

이윽고 출발점에 서 있던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는 나팔소리를 신호로 땅을 박차고 내닫기 시작했다. 어찌나 빠르게 어찌나 가볍게 내닫는지 바다 위를 달려도 발에 물이 묻지 않을 것 같았고 잘 익은 곡식 위를 달려도 이삭 하나 부러뜨리지 않을 것 같더라. 구경꾼들은 소리를 질러 이 청년을 응원하더구나.

<이번에는 눌러버려라! 달려라, 히포메네스! 있는 힘을 다해 달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이길 수 있다!>

Jacob Jordaens, [Hippomenes and Atalanta]ca. 1630, 히포메네스는 아탈란테의 앞에 황금 사과를 던져 그녀를 유혹했다
이 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글쎄, 이런 함성을 듣고 메가라에서 온 청년이 더 좋아했는지, 스코이네오스의 딸이 더 좋아했는지 그것은 나도 모르겠구나. 그러나 나는 보았다. 히포메네스를 앞지른 아탈란테가 짐짓 속도를 줄이고 이따금씩 뒤를 돌아다보는 것을. 아탈란테는 달리기는 달리는데 억지로 달리는 것 같았어.

드디어 히포메네스가 마른 입술 사이로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승점까지는 멀고도 멀었어. 일이 이렇게 되자 히포메네스는 세 개의 사과 중 하나를 꺼내어 땅바닥에다 굴렸어. 아탈란테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 황금빛 사과를 보더니만 옆으로 비어져나와 이 사과를 줍더구나. 이 틈에 히포메네스는 아탈란테를 앞질렀어. 구경꾼들이 함성을 지른 것은 물론이야. 그러나 아탈란테는 곧 속력을 내어 처졌던 거리를 만회하고 다시 히포메네스를 앞지르더구나.

히포메네스는 다시 사과 한 알을 꺼내어 땅바닥에 굴렸고, 아탈란테는 다시 이 사과를 주우러 옆으로 비어져나오더구나. 물론 아탈란테는 이러느라고 조금 처졌지. 하지만 아탈란테가 앞서가는 히포메네스를 따라잡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어. 겨루기는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참이었지. 히포메네스가 또 내게 기도를 하더구나,

<저에게 사과를 주신 여신이시여. 오셔서 저를 도와주소서>

이렇게 기도한 히포메네스는 있는 힘을 다해 마지막 하나 남은 사과를 던지더구나. 멀리 던졌지. 그러니까 아탈란테가 이 사과를 주우러 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질 것이 아니겠어? 하지만 아탈란테는, 사과를 주우러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것 같더구나. 나 아프로디테가 또 손을 쓰지 않을 수 없는 판이 아니냐. 나는, 아탈란테가 사과를 주우러 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다음, 이 사과를 아주 무겁게 만들어버렸다. 주운 뒤에도 들고 뛰려면 힘이 들게 말이다. 이야기 길게 할 것 없어. 아탈란테는 이 겨루기에서 지고 말았어. 이긴 히포메네스가 이 아탈란테를 색시 삼은 것은 물론이고.

아도니스, 너도 생각해 보아라, 이 히포메네스가 나에게 감사 표시로 제물을 바쳤어야 마땅하지 않겠느냐. 그런데도 이 지각없는 것은 나에게 제물을 바치기는커녕 그 명예를 내게 돌리는 데도 인색했다.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무시당한 데 대해 몹시 화가 났던 나는 이것들에게 본때를 보여 장차 나를 대하는 인간들에게 교훈을 남기고자 했다. 그래서 나는 이 둘을 치기로 했던 것이다.

그 땅의 깊은 숲 속에는, 저 유명한 에키온이 소원 이루어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로 신들의 어머니께 지어 바친 신전이 한 기 있었다.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는 이곳을 지나다, 먼 길에 지쳤던지 잠깐 쉬고자 했다. 나는 이곳에서 쉬는 이 둘을 보고는 신력을 풀어 히포메네스의 가슴에다 아내 아탈란테에 대한 음욕을 일으켰다. 그러니 어찌 되었겠느냐? 이 신전 가까이에는 키 큰 나무로 둘러싸인데다 바위가 하늘을 가리고 있어서 흡사 동굴 같은 곳이 한 군데 있었는데 사람들은 이곳을 신성한 곳으로 여기고 범접하기를 두려워했다. 옛날의 사제들이 이곳에다 옛날에 만들어진 신들의 목상을 많이 모셨으니 그렇기도 했을 테지. 히포메네스는 제 아내를 이곳으로 데리고 들어가 금단의 욕망을 채운 것은 좋지만, 이자는 이로써 이 성소를 유린한 것이 아니냐? 신들의 목상이 일제히 이 한 쌍의 남녀에게서 고개를 돌렸으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냐? 머리에 탑관을 쓰신 신들의 어머니께서는 이것들을 스틱스 강물에다 밀어넣으려 하시다 말고 손을 멈추셨다. 이들에게 그것은 너무 가벼운 벌이라고 여기신 것이지. 그래서 신들의 어머니께서는 이들의 부드러운 목덜미에서 꺼칠꺼칠한 털이 돋아나게 하셨다. 신들의 어머니께서 이렇게 손을 쓰시니, 이들의 손가락은 휘어져 발톱이 되었고 어깨는 구부러져 영락없는 짐승의 어깨가 되었다. 어디 그뿐이냐? 힘살이라는 힘살은 다 가슴으로 모였고 엉덩이에서는 꼬리가 돋아나 땅바닥에 끌렸다. 표정도 갑자기 험악해졌지 입에서는 말소리 대신 산을 울리는 포효가 터져나왔고…… 산을 집 삼아 숲을 누비며, 뭇 산 것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사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레아 여신께서는 이 두 마리의 사자를 길들여 당신께서 타시는 수레를 끌게 하셨다. 혹시 이런 놈을 만나거든, 내 너에게 당부하거니와, 몸을 피하도록 하여라. 이런 놈뿐만이 아니다. 엉덩이를 돌려 달아나기는커녕 너를 상대하려는 놈이 있거든 반드시 달아나도록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네 무용이 비록 장하다고 하나 그 무용이 너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는 것은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니 유념하도록 하여라>

아프로디테 여신은 아도니스에게 이런 당부를 하고는, 백조가 끄는 수레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프로디테 여신이 이런 당부를 했지만 아도니스는 원래 용감한 청년이라 아프로디테 여신이 시키는 대로 할 수가 없었다. 아도니스의 사냥개들이 냄새를 맡으며 짐승의 흔적을 쫓다가 보금짜리에서 쉬던 멧돼지 한 마리를 튀겨내었다. 혈기방장한 아도니스는, 이 짐승이 보금자리에서 나오자마자 창을 그 옆구리에다 꽂았다. 졸지에 창을 맞은 이 멧돼지는 꼬부라진 엄니로 그 창을 뽑아버리고는 미친 듯이 날뛰면서, 죽어라고 도망치는 사냥꾼을 뒤쫓았다. 아도니스는 멀리 도망치지 못했다. 날랜 걸음으로 이 아도니스를 따라잡은 멧돼지가 그 엄니로 청년의 사타구니를 찍어 누런 모래 밭에다 굴려 버린 것이다.

 Guido RENI, [Atalanta and Hippomenes]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백조가 끄는 수레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고 있던 아프로디테 여신은 퀴프로스에 이르기도 전에, 아도니스가 죽어가면서 치르는 비명소리를 듣고는 백조 머리를 돌려, 떠났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아프로디테 여신이 하늘에서 내려다본 아도니스는 이미 사지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 수레에서 뛰어내린 아프로디테 여신은 옷깃과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그 아름다운 가슴을 사랑의 여신에게는 어울리지 않게 두드리며 운명의 여신들을 비난했다. 아프로디테 여신은 울부짖으며 이런 푸념을 했다.

<운명의 여신들이여, 그대들은 이렇듯이 이 가엾은 것을 죽게 하였다만 그대들 뜻대로만은 안 될 것이다. 아도니스여, 내 슬픔의 징표를 너에게 남기고야 말 터이니, 해가 바필 때마다 사람들은 내 슬픔을 흉내내어 너의 죽음을 슬퍼할 것이다. 너는 피는 꽃으로 변할 것이니 죽되 영영 죽는 것이 아니다. 페르세포네가 한 여인의 몸을 멘테로 바꾸었을 때도 시비하는 자가 없었는데, 내가 이 용감한 키니라스의 외손에게 다른 몸을 준다고 장차 누가 시비하랴!>

이 말 끝에 아프로디테 여신은 아도니스의 피에다 향기로운 넥타르를 뿌렸다. 신주가 뿌려지자 아도니스의 피에 젖었던 노란 모래에서 거품이 일었고 잠시 후에는 여기에서 핏빛 꽃이 피어났다. 꽃 모양은, 외피가 종자를 싸고 있는 석류꽃과 흡사했다. 그러나 이 꽃은 피기가 무섭게 곧 지고 말았다. 워낙 대가 연약한데다 꽃잎이 얇은지라, 꽃은 산들바람만 불어도 그 대에서 떨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람을 연상하여 이 꽃의 이름을 아네모네라고 부른다]

오르페우스의 기나긴 이야기는 이로써 끝났다.

Granada - Placido Domi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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