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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과 영성

이재철 목사 성탄절 인터뷰, '신앙의 본질은 결국 절대자 체험...'

작성자Stephan|작성시간13.12.24|조회수709 목록 댓글 4

 

생과 사의 모자이크 세상 …

절대자 앞에 죽음은 없어

 

합정동 100주년기념교회를 찾았다. 거기서 이재철(60) 담임목사를 만났다.

 

암 투병 중에도 펜을 놓지 않은 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 올바른 기독교 신앙인은 예수의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내용의 『사명자반』을 최근 출간했다. 그는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한계를 벗어나 공공선을 지향할 때 죽음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서울 합정동의 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는 여러 모로 각별하다. 우선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베델, 연세대를 설립한 언더우드 등 신앙과 근대화의 은인(恩人)들을 모신 외국인선교사묘원 안에 있다.

2005년 신도 600명으로 시작한 교회는 지난 8년 만에 1만 명으로 성장했다. 신도의 60% 가량이 40세 미만인 젊은 교회다. 특히 중·장년 남성 신도가 많다고 한다. 한국 개신교에서 이례적인 경우다.

남성 신도 많은 100주년기념교회 담임

교회의 이런 독특한 성장 뒤엔 담임 이재철(64) 목사가 있다. 서울 송파구 주님의교회를 개척하고도 “10년만 담임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던 그는 설교가 담백하고 합리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사도행전 설교집 등 책으로도 신앙의 텃밭을 일구고 있다.

그런 그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난 봄이다. 이후 ‘말의 설교’를 그만두었던 그였지만 ‘글의 설교’는 멈추지 않은 모양이다. 『새신자반』 『성숙자반』 등 전작들에 이어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를 강조한 완결편 『사명자반』(홍성사)을 새로 냈다. 육체의 고통, 죽음의 공포가 그의 신앙을 더욱 키웠던 걸까. 17일 그를 만났다.

-교회 얘기부터 하자. 성장비결이 궁금하다.

“난 학력이 뛰어나지도(그는 외국어대 불어과 67학번이다), 능력이 탁월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한 시간씩 기다려 주일 예배에 참석한다. 주님의 역사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설교가 합리적이어서 남성 신도가 많다는데.

“설교를 잘 해봐야 얼마나 잘 하겠나. 잘한다 한들 몇 달 들으면 감동의 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난 모태신앙이지만 젊어서 신앙의 방황이 컸다. 직장생활·사업을 하다 서른일곱 살에 신학교에 들어갔다. 남성 직장인들이 겪는 신앙 생활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한 게 알게 모르게 나오는 것 같다. 교회라면 반드시 해야 할 게 있고,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가령 교회 재정을 1원 단위까지 투명하게 공개해봐라. 신뢰를 얻을 수밖에 없다.”

직장생활 해봐서 설교에 도움된 듯

-직장인의 신앙 고민이란.

“외국인 회사 다닐 때 외국인 상사가 대한민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라고 하더라. 그런 고민에 대해 어떤 교역자도 신앙에 입각한 답을 주지 못했다. 내겐 실존적이고 중요한 문제인데 무조건 믿으라는 거다. 나중에 목사가 되보니 성경 안에 답이 다 있더라.”

그쯤에서 화제를 바꾸자고 했다. 그의 병은 전립선 암이다. 조짐이 있어 조심했지만 건강검진을 6개월 미루는 사이 3∼4기로 발전했다고 했다. 4월에 진단받고 6월 전립선과 방광 일부를 떼어냈다. 요즘은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책은 그러니까 투병 중 쓴 거다.

-암 진단을 받고 놀라거나 화가 나지 않았나.

“믿기 어렵겠지만 소식을 전해준 장로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열다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죽음을 일찍 받아들였고, 그게 내 믿음에 큰 도움이 됐다. 인생은 모자이크판 아닌가. 오늘도 점 하나 찍고, 내일도 하나 찍지만 어떤 그림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암을 통해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됐다. 인생 종반에 암이라는 길벗을 만났다. 복 받은 것 같다.”

-죽음이 두렵지 않나.

“죽음은 퇴장이지만 동시에 등장이기도 하다. 지극히 짧은 인생, 살아서는 생일로 기억된다. 죽음 이후는 무한대인데 남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 그런 의미의 등장이다. 가령 안중근 의사 같은 분은 죽어서 구국의 영웅으로 등장했다.”

내 죽음, 한 명에게라도 생명 된다면 …

-등장이 그런 의미라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역시 일시적일 것 같다.

“몇 사람이 얼마나 오래 기억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죽어서 단 한 사람에게라도 생명으로 등장한다면 그 생의 의미는 절대자 앞에서 절대적인 거다.”

-종교는 죽음의 극복을 위해 발명됐나.

“죽음이 두려운 사람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 역도 성립한다.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만나면 결국 죽음을 뛰어넘게 된다.”

-믿음, 신앙의 본질은 결국 뭔가.

“이성적 깨달음에만 의지해서는 삶의 확고한 변화가 어렵다. 절대자가 나를 불러내는 체험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 목사는 자신은 물론 그런 체험을 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하나님 사랑의 실재를 확인한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이다. 그런 그에게 암 투병은 신앙이 오히려 깊어진 계기에 불과한 듯했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에게 예수 탄생의 의미를 물었다. “신앙인이면서도 생명의 삶이 아닌 죽음의 삶을 사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시기”라고 대답했다. 그는 내년 3월 다시 설교에 나설 예정이다.

 


-신준봉 기자, 중앙일보 2013년 12월 20일자 기사 

 

 


[성탄절 기획]

 

버릴수록 채워지는 길,

예수가 우리에게 보여주셨죠 

‘신학생들이 만나고 싶은 인물’

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

궁금했다. ‘신학생이 가장 만나고 싶은 인물’을 꼽을 때면 늘 그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소문도 꽤 들었다. 그래서 성탄을 앞두고 2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100주년기념교회를 찾았다. 거기서 이재철(60) 담임목사를 만났다.

 

그가 걸어온 길은 이채롭다. 1971년 2월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학과를 졸업한 그는 유대인 종합상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독립해 항공운송 사업을 했다. 돈도 많이 벌었다. 중동행 근로자를 실은 파키스탄 비행기가 한 번 뜰 때마다 1200만 원씩 떨어졌다. 그런 비행기가 1주일에 두세 번 떴다. 서울 반포의 40평 아파트가 800만원 하던 시절이었다. 큰돈을 벌었고, 막 살았고, 부도위기도 겪고, 재기를 하던 끝에 그는 서른 일곱 늦은 나이로 신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목사가 됐다.

서울에서 교회(주님의교회)를 개척했다. 출석 교인 수가 3000명을 훌쩍 넘었지만 10년 만에 사임했다. “나처럼 순결치 못한 사람이 이 땅에 새로운 교회를 세울 자격이 있을까. 5년은 짧고 15년은 길다. 10년만 하겠다”는 처음 약속을 스스로 지킨 것이다. 이후 스위스로 떠났다. 거기서 한인교회를 섬기다가 다시 돌아왔다.

100주년기념교회의 설교에는 ‘영성의 울림’이 있다. 그걸 듣고자 전주에서 서울로 매주 올라오는 교인도 있다. 설교 때는 교회의 예배당과 지하실, 교육관이 5000여 명으로 가득 찬다. 그리스도교 영성에 목마른 이들이다. 이 목사에게 ‘성탄’과 ‘예수 오심’에 대해 물었다.

-성탄절이다. ‘예수 오심’의 의미는.

“요한복음 1장 1절에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고 했다. 그 말씀이 육신을 입고 오신 분이 예수님이다. ‘말씀’이라고 하면 좀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 초기 한글성경에는 ‘태초에 도(道)가 유(有)하니라’고 돼있다. 그 말이 딱 맞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길(道)을 주신 거다.”

-어떤 길인가.

“땅에서 하늘로, 찰나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자아의 감옥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이다. 어둠에서 빛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다른 종교에도 도(道)가 있다. 길이 있다.

“차이가 있다. 다른 종교는 사람이 그 길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기독교에선 신이 직접 인간의 역사 속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그래서 성탄절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길이 없다면, 우리는 모두 자기라는 감옥에 갇혀 살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길은.

“예수님께선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마태복음 16장 24절)고 하셨다. 기독교인은 누구나 예수님을 따르려고 한다. 그 길을 가려고 한다. 그런데 대전제가 있다. 바로 ‘자기부인’이다. 자기부인 없이 우리는 예수님을 따를 수 없다.”

-자기부인이란 뭔가.

“신앙과 미신의 차이가 뭔가. 미신은 내가 가진 재물과 재능으로 신을 어르고 달래서 내 뜻을 이루는 거다. 자기강화를 위한 거다. 신앙은 다르다. 신이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대신 내가 신에 의해 다루어지는 거다. 그걸 위해선 받아들임과 자기부인이 필요한 거다.”

-예를 들어보자. 입시생이 있다고 치자. 그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대학합격을 위해 하나님께 매일 기도도 했다. 그런데 입시에 실패했다. 실망이 컸다. 그런 사람에게 ‘받아들임’과 ‘자기부인’은 어떤 건가.

“그 사람은 하나님을 믿은 게 아니다. 하나님이란 허상을 믿은 거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니 이렇게 되리라’하는 건 자기 자신을 믿는 거다. 하나님을 믿는 게 아니다. 출애굽기 20장에는 ‘너를 위해서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라’고 했다. 요즘 사람은 손으로는 우상을 빚지 않지만, 마음으로는 우상을 빚는다. ‘내가 하는 일은 반드시 성공해야 돼.’ 그게 바로 우상이다. 우리는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다. 오히려 어떤 상황과 결과가 오더라도 그걸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받아들임이 왜 중요한가.

“나의 기대와 전혀 다른 상황과 결과가 올 수도 있다. 그걸 수용할 때 ‘내가 세운 우상’이 깨져나간다. 그게 자기부인이다. 자기부인은 하나님에 대해서 세워놓은 우상을 끊임없이 깨는 과정이다. 애벌레가 고치를 붙들고 있으면 나비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버려야 한다. 받아들임은 버려야 할 때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받아들임을 두려워한다. 자기부인을 무서워한다. 모든 걸 잃을까 겁을 낸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영적인 삶에선 버릴수록 얻는 거다. 받아들임과 자기부인은 다시 채워짐을 위한 과정이다. 마치 우리 몸의 세포가 신진대사를 통해서 끊임없이 버려지는 것과 같다. 버려져야 새 세포가 생기는 거다.”

-예수님이 보이신 받아들임과 자기부인은 어떤 건가.

“(성전 경비병들에게 체포되기 전)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은 ‘가능하면 이 잔이 물러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도 그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끌려가 십자가에 못박혔다. 예수님은 그렇게 자신의 육신을 부인했다. 그게 예수님의 자기부인이다. 그런 삶을 우리에게 직접 보여주신 거다. 그걸 통해 영원한 생명의 길을 우리에게 열어주신 거다.”

-‘말로 하는 기독교인’도 있고, ‘생명을 체험한 기독교인’도 있다.

“말이 먼저 올 수도, 체험이 올 수도 있다. 그런데 생명에 대한 체험도 일회성에 그치면 곤란하다. 신앙은 점이 아니라 선이어야 한다. 점을 아무리 많이 찍어도 연결이 안 되면 선이 되지 못한다. 주일날 아무리 예배를 많이 드려도 우리의 삶 속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점이 되고 만다. 예배당 안의 그리스도교로 끝나고 만다.”

-마지막으로 어떤 마음으로 성탄을 맞아야 하나.

“태초에 하나님께서 대통령을 짓지 않고, 목사를 짓지 않고, 사장이나 교수를 짓지 않으셨다. 사람을 지으셨다. 그런데 죄성에 빠진 사람이 자기 감옥에 갇혀서 길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예수님이 오셔서 우리에게 길을 일러주셨다. 그 길을 가는 건 우리의 몫이다. 그래서 받아들임과 자기부인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백성호 기자, 중앙일보 2009년 12월 24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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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Stephan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12.24 2013년과 2009년 성탄절을 앞두고 중앙일보에서 이재철 목사님을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신앙의 본질, 죽음의 의미, 종교다원주의 등에 대한 이 목사님의 견해를 들을 수 있습니다.
  • 작성자기독네티즌 | 작성시간 13.12.24 그렇습니다.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
  • 작성자씨익웃기 | 작성시간 13.12.24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본질에 대한 울림이 느껴집니다.
  • 작성자자리끼 | 작성시간 13.12.27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곰곰히 곱씹으면서 자신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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