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기독교 신앙과 영성

김요한 목사, '한국 기독교가 필립 얀시 같은 재능 있는 작가를 길러내려면...'

작성자Stephan|작성시간14.10.13|조회수378 목록 댓글 2

 

 

 

나는 한때나마 필립 얀시의 애독자였다.
그의 글과 책을 빠짐없이 읽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늘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해서, 이제는 별 다른 공명이나 감흥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필립 얀시가 매우 재능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범상한 바위 틈바구니에 스며들어 가는 빛에 노출된 이끼를 포착해내는 사진사처럼, 

그는 그렇게 일상다반사에 계시된 하나님의 은혜의 흔적들을 그 자신 특유의 고민과 냉소를 적절히 섞어 표현해낸다.
그리고 그만의 흡인력으로 독자들을 자신의 고민과 그것에 대한 해결책 안으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나는 그가 무슨 위대한 기독교 지도자나 영성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한 사람의 재능 있는 글쟁이일 뿐이다.

나는, 우리 한국 사람들도 두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얼마든지 얀시 정도의 작가가 될 수 있는 소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조건은, 우리 아이들이 초중고 대학의 교과 과정에서, 미국 학생들처럼 폭넓은 독서와 사유와 경험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고,
둘째 조건은, 영어권 작가들처럼, 책 한 권 잘 쓰기만 하면, 그걸로 몇년은 충분히 잘 버티면서 

또 다른 글 소재를 찾아서 많은 독서와 여행을 할 수 있는, 출판 시장이 보장되는 것이다. 얀시처럼 말이다.


기실, 영어권 출판 시장이 얼마나 큰가. 

그에 비해서 한국 개신교 시장은 얼마나 협소한가.

더욱이 책 안 읽기로 유명한 한국 개신교 신자들이 아니던가.

아니 원초적으로 초중고등학교 과정에서 모든 작가적 재능과 상상력이 

다 말살되고 학살되는 교육에 길들여지는 우리들이 아니던가.
그래서 우리는 얀시 같은 작가가 좀처럼 못 나오는 것이고, 

바꿔 말하면 얀시가 부러운 것이다.

나는 얀시가 매우 재능 있는 좋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무슨 위대한 기독교 지도자나 뛰어난 영성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필립 얀시가 한국에 머물고 있다.
기독교 언론이라고 하는 단체들이, 필립 얀시 동정 보도를 내면서 

그를 가리켜 '위대한 영성가' 운운하는 것을 보면, 조금 실망스럽다.
그의 시선을 통해서, 한국 개신교의 문제와 돌파구를 찾으려는 듯한 시도도, 

내 눈에는 그저 사대주의 혹은 뭔가 자극적인 것을 찾아 헤매이는 

언론의 대중적 촉수의 철학 없는 흔들림, 그 이상으로는 안 보인다.

내 생각을 말한다면, 사실 나는 진짜 위대한 영성가들은, 글을 잘 쓰기가 어렵다고 본다.
왜냐하면, 깊은 영성의 세계는, 논리적인 세계가 아니라 직관적인 세계여서,

그런 세계를 깊이 경험하는 사람들일수록 장황한 글이나 말이 아닌 

선문답 비슷한 단발성 외침,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수도에 용맹정진한 사람일수록, 

산문이 아닌 (선)시로서 자신의 영성적 경험을 묘사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 세계는 원래 그렇다.
한 계단씩 차례대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에 훌쩍 초월하거나, 아니면 그냥 휙 빨려들어간다.


그걸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에 비해 얀시는 너무 말이 많다.
우리도 마찬가지고.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얀시는 얀시고, 우리는 우리다.
서구 기독교는 그것이고, 우리는 동양 기독교인이다.
얀시가 자신의 우물에서 생수를 길었듯이,
우리도 우리의 우물에서 생수를 찾아보자.

 

 

-김요한 목사(새물결플러스 대표) 페이스북에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Stephan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10.13 필립 얀시를 매우 재능 있는 작가지만 위대한 기독교 지도자나 뛰어난 영성가라고는 여기지 않는다는 김요한 목사님이 그래도 그만한 작가마저도 배출해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교육현실과 개신교의 출판시장 상황을 적실하게 꼬집어낸 글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미래 세대의 가능성에 새로운 기대를 걸어보고 싶게 해주네요.
  • 작성자소망을 | 작성시간 14.10.26 "우리도 우리의 우물에서 생수를 찾아보자." -그렇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