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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과 영성

제임스 K. A. 스미스, '쇼핑몰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작성자Stephan|작성시간18.06.02|조회수39 목록 댓글 0


쇼핑몰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내가 부모로서 내심 뿌듯함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 당시 십대 초반이던 큰아들이 어느 날 아빠, 신전으로 태워다 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아들의 말을 바로 알아차렸다. 아들과 최근에 대화를 하면서, 동네 쇼핑몰이 사실 마을에서 가장 종교적인 장소라는 점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거기서 메시지를 설교하거나 교리를 선전하기 때문은 아니다. 쇼핑몰 문 앞에서 당신에게 인사하며 이 쇼핑몰이 믿는 열여섯 가지 가르침을 담은 신앙고백 진술서를 나눠 주는 사람은 없다. 쇼핑몰은 아무것도 믿지않으며 사람들의 지성을 사로잡는 일에 관심이 없다(쇼핑몰의 표적은 그보다 수준이 낮다).

 

그렇다고 쇼핑몰이 중립적 공간이라는 뜻은 아니다. 쇼핑몰이 종교적이지 않다는 뜻도 아니다. 쇼핑몰은 신학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예전적이기 때문에 종교적 장소다. 쇼핑몰의 영적 의미(와 위협)는 그 사상이나 메시지가 아니라 의례에 있다. 쇼핑몰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지만 사랑하는 것에는 대단히 관심이 많다. 빅토리아의 비밀(Victoria’s secret: 여성 속옷 브랜드)은 그녀가 사실 당신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익숙한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예전이라는 렌즈로 동네 쇼핑몰을 다시 바라보라. 그곳의 공간과 실천, 의례를 읽어 내라. 당신 눈에는 무엇이 보일까? 먼저 건물 자체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양식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우리가 어떤 도시에 있든 고향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대형 유리로 둘러싸인 입구는 현수막과 깃발로 장식되어 있다. 외벽의 익숙한 글자와 상징 덕분에 외부에서 온 신자도 무엇이 있는지 금세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옆으로 뻗어나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건물의 한가운데는 중세 성당의 전실(前室)을 닮은 대형 누각 혹은 성소가 있다.

 

-제임스 K. A. 스미스, <습관이 영성이다>(비아토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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