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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과 영성

재미없고 밋밋한 교회 VS 재미있는 교회 이야기

작성자Stephan|작성시간12.12.11|조회수360 목록 댓글 4

 

 

 

"재미없고 밋밋한 교회보다는 재미있는 교회가 좋다.

믿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교회인데 재미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재미도 있고 열정도 넘치고 교인 사이에 정도 돈독하고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니 힘을 합쳐 좋은 일도 많이 해서

보람도 있으면 좋겠다."

 

이런 것이 상식입니다.

상식에 따르면 흥하고 상식에 반하면 망합니다.

그래서 재미있고 보람있는 교회 만들기 아이디어가 속출합니다.

 

구역을 나누어 모이니 서로 잘 알게 되고

각각 우리 구역이 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힘도 냅니다.

모이면 점점 이웃이 되니 자연히 재미있어집니다.

 

성가대와 봉사 모임들을 만드니 뜻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함께 힘을 합해 일을 하는 뿌듯함과 오고가는 전우애가 생깁니다.

성가대 해본 사람은 압니다.

 

전도도 조직적으로 하고 계절마다 행사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교양강좌도 열리고 부흥회와 사경회, 각종 교육과정도 열립니다.

물론 주일예배 2번, 수요예배, 새벽예배는 기본적으로 계속됩니다.

결국은 모두가 바빠집니다.

좀 힘들기는 하지만, 재미없다고 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어보니

배운 것도 없고 변한 것도 없습니다.

경력만 쌓였고 그럴 듯하게 행동하는 법만 익었습니다.

 

무협소설에도 10년 공부하면 경신술도 하고 장풍도 나온다는데

30년 믿음 생활에 장풍은 고사하고 믿음이 무엇인지 잘 모르게 되었습니다.

고수라는 분들을 쳐다보니 행실이 일반인보다 낫질 않습니다.

도무지 교회 생활 세월과 내면의 성숙도가 비례하지를 않습니다.

 

그 때에야 겨우 압니다.

교회 생활은 했어도 신앙 생활은 한 게 없구나.

이 통한하는 맘이 깊어지면 하나님의 질투가 이해됩니다.

교회를 재미있게 만든 그 모든 것이

하나님께 향하던 내 마음을 납치해서 팔아먹은 범인들이라는 것을.

 

그 모든 모임과 행사와 미션과 봉사들이 차라리 없었더라면

차라리 교회가 하도 밋밋하고 심심했었다면

재미 찾아 온 사람은 다 떠나 버리고

남은 사람끼리 멀뚱멀뚱 서로 쳐다보다가

"근데 어떻게 믿어야 하는 거요?"

"믿는다는 게 뭐요?"

"난 왜 믿는데 이 모양이요?"

"우린 세상 사람과 뭐가 정말 속부터 다른 거요?"

"예수를 믿긴 하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요?"

하고 묻고 답하기라도 시작하지 않았었겠는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많은 모임과 행사와 미션과 봉사와

교회를 흥미롭고 힘차게 이끌려던 그 모든 방법들이

다 좋은 뜻으로 만들어지고 행하여졌다지만

결국 우리의 마음을 가운데 두고

하나님의 경쟁자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말씀이 역사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재미없는 교회를 만들어야 하겠다고 하면

이 세상에선 불가능한 역주행일까요?

 

 

재미없는 교회가 존립이 가능할까?

오색현란한 싸구려 옷 시장판에서

오히려 수수해보이는 명품이 이름표 떼고 팔릴 수 있을까?

 

교회 아니라도 소그룹 친교 모임은 잘만 운영하면

개인에게 도움도 되고 집단의 친교도 강화한다.

그거 빼고,

 

교회 아니라도 행사나 목표를 만들어놓고 공동의 작업을 하면

보람도 느끼고 동지애도 생기면서

그 일 자체가 중요한 일이라는 인식도 절로 생긴다.

그거 빼고,

 

교회 아니라도 말 잘하는 사람이 온갖 유익한 이야기를 모아서 해 주면

가서 듣는 데 부담이 없고 강사에 대한 칭찬과 애착도 생긴다.

그거 빼고,

 

다같이 모여서 한 시간씩 스테이지 공연 보고 듣고 함께 노래도 부르고 하면

교회 아니라도 열기가 돋고 흥도 나고 하나가 된다.

그거도 빼고.

 

그리고서 오늘의 교회가 존립할까?

복음에 의존하지 않고도 알콩달콩 그런대로 살아갈 수 있는

온갖 수단을 장착하여 안전을 도모하는 교회 말고

그런 꼼수를 다 무장해제 해놓고

오직 복음에 존망을 거는

위험하게 사는 그런 교회가 생존할 수 있을까?

 

사도들의 교회에는 그런 것이 없었으리라.

그런 것으로라도 모임을 알차게 해야 할 만큼

'알빠진' 일이 처음부터 없었을 테니.

사도나 어떤 원로 제자가 방문하면

사람들은 어느새 소식 듣고 전하고 하여서 모여들어 자리 깔고

예수님 생전에 어떠하셨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그 말의 뜻이 대체 무엇인지,

침을 삼키며 묻고 또 물었을 것이고,

작년에 다 들은 이야기를 또 다시 다 들으려 했을 것이다.

듣는 말 끝마다 한숨을 내 쉬어가며.

 

동네에 말씀 많이 깨닫고 뜻을 잘 풀어 가르치는 노인이 있어

그 분의 얼굴과 언행만 보아도 예수님을 조금은 닮았겠다 싶은 분이 있으면

시간 정하고 모여서 등잔불 돋우고 조르고 졸라

말씀에 대한 강의를 듣고, 삶의 근본 문제를 물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얼굴과 기쁜 얼굴이 교차해가며.

 

함께 이 길을 가는 제자들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면

누가 그룹을 만들어주지 않아도 그리워하며 자주 자주 만나

시간 가는 것을 아까워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삶을 나누었을 것이다.

 

아니, 그냥 같이 밥 먹고 놀며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삶이 서로 행복해졌으리라.

3명이 모여서 이야기하다보면 그 자리에 4명이 있다고 느꼈으리라.

 

교회가 말씀과 믿음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말씀과 믿음이 교회를 만들었으리라.

아니, 늘 매 순간 교회를 만들어내고 있었으리라.

 

재미있게 만들어진 오늘의 교회에 정신줄을 놓고 파묻히는 것은

꿈에라도 그리운 그 교회를 잊는 배반인 듯하여

사람들과 어울려 뭔가 신나게 하다가도

번뜩 번뜩 자꾸 마음이 깨어난다.

 

 

-무명의 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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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에스더 | 작성시간 12.12.12 "그 모든 모임과 행사와 미션과 봉사들이 차라리 없었더라면 차라리 교회가 하도 밋밋하고 심심했었다면 재미 찾아 온 사람은 다 떠나 버리고 남은 사람끼리 멀뚱멀뚱 서로 쳐다보다가 '근데 어떻게 믿어야 하는 거요?''믿는다는 게 뭐요?'" 이 부분에서 빵하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대형교회든 소형교회든, 교회는 먼저 가장 기본되는 것에 대해 확고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이 글에서처럼, 모여라하지 않아도 모이고 싶어, 지체들이 그리워 모이는 모임이 되려면, '같은' 믿음 안에서 서로가 성장하도록 자극하고, 함께 울고 기뻐해주는 지체들간의 모임이 되려면, 신앙의 근본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에스더 | 작성시간 12.12.12 저도 재미있는 교회, 재미없는 교회 다 섬겨보았지만^^ 재미없는 교회가 좋더라구요 사실 그 재미라는 게 '진짜 재미'의 맛을 알면 재미없는 교회가 실은 재미있는 교회인 경우도 있는데 말이지요^^ 어쨌든 신앙의 근본만 올바르고 견고하게 세워져 있다면, 이 글에서 말하는 교회의 그 재미의 요소가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 작성자Ktion | 작성시간 13.06.07 깊이 공감합니다. 이왕이면 재미있게 다양하게..사람을 즐겁게하는것이 마치 본연의 목적인것처럼 그렇게 변질되고 있습니다. 교회의 화려함과 요란함이 세속화의 한단면이라는 생각을합니다. 애초에 시작은 그렇지 않았을지라도 이미 변질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제자리로 돌아가는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형식이야 어떻든 정신만 바르면 되지가 아니라 잘못된 형식이 정신마저 흐트러뜨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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