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com/watch?v=UF0lrzsnqLw&si=t20A79hUgtEltcNV
카리브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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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오션의 노래가 흐르면
가보지 못한 카리브해가
문득 마음속에서 열린다.
나는 그곳을 잘 모른다.
지도 위의 이름으로만 알았고,
노래 속의 바람으로만 느꼈다.
카리브해.
그 말 하나에는
햇빛에 데워진 바다 냄새가 있고,
젖은 모래 위를 맨발로 걷는
여인의 그림자가 있고,
검스름한 피부 위로 미끄러지는
태양의 빛이 있다.
나는 한때
그런 사랑을 꿈꾸기도 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좋고,
사는 방식이 달라도 좋고,
그저 먼 나라의 바람 속에서
낯선 눈빛 하나와 마주 앉아
세상 걱정 잠시 잊는 꿈.
현실은 늘 가까운 곳에 있었다.
90년대 초의 출장길.
서류 몇 장 든 가방이 아니라
도면,계측기,부품을 눌러 담은 쌕 하나,
기내의 좁은 좌석,
읽다 만 책,
피곤한 잠,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던 고장과 일들.
나는 여행자가 아니었다.
낯선 나라에 도착해도
늘 일을 하러 갔고,
고치러 갔고,
문제를 풀러 갔다.
하지만 노래 속에서만큼은
나는 아무 책임도 없는 사람처럼
그 푸른 바다 앞에 서 있었다.
닿지 못했기에
오래 남은 곳.
삶이 거칠 때마다
노래 한 곡으로 다시 열 수 있는
젊은 날,
꿈의 비밀스러운 해변.
나는 결국
국내 어느 산자락의 비박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가슴 한쪽에서는 아직도
문득 카리브해의 바람이 인다.
그 바람이 스친 듯 느껴질 때면
나는 웃는다.
그래.
한때는 나도
카리브해의 바람 속으로
마음 하나 띄워 보내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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