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간다 / 김 억(金億) [1893.11.30~?] 시 해설 및 감상 / 시인의 발자취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닲은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흔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슯히운다. 검은 내 떠돈다. 죵소리 빗긴다. 말도 업는 밤의 셜음 소리 업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 [태서문예신보] (9호, 1918.11) ※ 일부 표기를 현대화하였음. ------------------------------------------------------------------------------- 이 시는 암담한 시대 상황을 인식한 데서 비롯된 작품으로 독백체의 표현과 간결한 구조를 통하여 주관적 정서를 절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정서적으로는 우리의 전통시에서 보인 애상과 비애를 바탕으로 상실과 체념의 미학을 계승하고 있다. 치열한 현실 인식에서 오는 어떤 적극적인 행동의 미학이 표출되지 못하고, 수동적 자세로 탄식하는 데에 머물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우리 시의 전통성과 시인의 내적 번민이 만나 시로 잘 승화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전통적 가락과 정서를 계승하고자 한 시인의 시적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제1연 : 시 전체의 배경이 제시되어 있다. '밤'은 어둠을 표상하며 당시의 암담한 현실을 상징하고, '봄'은 덧없이 흘러가 버리는 상실의 존재이다. 따라서, '봄밤'은 낭만적 이미지가 아닌, 모든 것을 상실한 암담한 고뇌의 현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제2연 : 봄밤에 느끼는 화자의 애상과, 소생(蘇生)의 의미를 상실해 버린 상실감이 나타나 있다. 제3연 :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통하여 아쉬움과 상실감을 노래했다. 제4연 : 화자의 슬픔과 수심(愁心)이 새에 이입되어 있다. '슬피 우는' 새는 시대 상황이 주는 절망감을 대변하고 있다. 제5연 : '검은 내'는 제1연의 '밤'과 같은 이미지로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종 소리'와는 상반된 이미지다. 이 종 소리가 비껴가는 것은 절망적임을 암시한다. 제6연 :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인식에서 오는 답답함과 비애가 나타나 있다. 제7연 : 가는 봄에 대한 탄식이 나타나 있다. 꽃의 떨어짐을 통해 봄의 상실과 더 나아가서 모든 것의 상실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최초의 자유시로 평가받는 주요한의 <불놀이>보다도 두 달 앞서 발표된 김억의 첫작품이다. '태서문예신보'에 발표된 시의 일반적 수준은 육당의 신시나 창가의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나, 이 시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있다. 개인의 정감의 소리가 나타나고 시적 대상에 대한 시인 의식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기존의 신체시에서 지적되는 계몽성을 탈피하여 개인의 주관적 정서를 상징적 수법을 통해 보여 주는 이 작품은 어느 늦은 봄날 밤에, 떨어지는 꽃을 바라보며 느낀 상실의 슬픔을 여성적 어조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므로 정서적으로는 우리의 전통시에 흐르는 애상과 비애를 바탕으로 한 상실과 체념의 미학을 계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애달픈데'·'생각인데'·'아득이는데'·'슬피 운다'·'탄식한다' 등의 주관적 하강의 감정어와 '간다'·'떠돈다'·'빗긴다'·'떨어진다' 등의 객관적 하강의 상태어의 결합을 통해 나타나는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는 이 작품이 암울한 시대 상황을 인식한데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해 준다.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된 '밤'은 당시의 현실을 상징하고 있으며, 계절적 배경인 '봄'은 '오는 봄'이 아닌, '가는 봄'으로서 덧없이 흘러가 버리는 상실의 존재이다. 그러므로 '봄밤'은 모든 것을 상실한 고뇌의 현실을 표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 상황을 치열하게 인식하지 못한 결과, 적극적 행동의 미학이 표출되지 못하고, 수동적인 자세로 탄식하는 데에 머물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시행 배열의 규칙성, 대구법의 남발, 의도적인 각운법, 불필요한 이미지의 반복, 감정의 무절제한 표출 등으로 작품의 전체 구조가 약화되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에다 시인의 감정을 의탁한 감정 이입의 수법과 '종소리 빗긴다'에 나타난 공감각적 이미지는 동시대 시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 감상의 초점 근대시는 교훈적, 계몽적, 민족적인 사상을 담은 신체시와는 달리 종래의 한문투의 문장을 벗어나 순수한 우리말을 찾아 쓰고자 노력했으며, 순수한 서정시를 지향하고자 했다. 특히 김억은 애조를 띤 가락에 우리 민족 고유의 민족적 정조를 담은 민요적 서정시를 쓰고자 노력했는데, 이 작품에 보이는 3·4조, 4·4조의 형식이 이것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애조를 띠고 있다. 애조를 띤 가락은 식민지 치하에 있던 청년 안서와 내적 번민이 여성 편향이란 우리 옛시의 전통성과 만나 승화되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시는 개인적인 절망감과 그것을 야기한 암담한 현실적 분위기가 상징적으로 노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시는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한 화자가 등장하여 애상적 정조를 바탕으로 당시의 어두운 시대 상황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신체시가 지녔던 계몽성을 탈피하여 개인적 서정을 노래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시대의 어려운 상황을 의식하고 있는 점, 순수한 우리말의 미감을 잘 살려 쓴 점, 공감각적인 이미지 속에 정서를 함축시킨 점, 2행을 1연으로 묶어 나간 연에 대한 배려와 '-다, -데, -ㅁ'의 각운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는 점, 정형적 리듬을 벗어난 자유시인 점 등에서 한국 근대 詩史상 특별한 의의를 지니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감상해야 하겠다. 그리고 최초의 자유시로 평가되는 주요한 불놀이보다 몇 달 앞서 발표된 이 시는 민요조의 서정시를 많이 썼던 김억의 첫 작품이다 → 봄은 간다([태서문예신보] 1918.11) / 불놀이([창조] 창간호 1919.2 ) ▶ 성격 : 상징적, 감상적, 독백적 ▶ 운율 : 각운 ▶ 표현상의 특징 1) 우리말의 구조를 잘 살려 쓰면서, 정형성이 주는 미감을 독특한 각도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현대 시사상 높이 평가되고 있다. - 두운 : 양성 ㅏ와 ㅗ의 불규칙적 배치 - 각운 : -다, -ㄴ데, -음/움 : 각 연 마지막 - 각 연 2행 대구를 취함 - 정형적인 리듬에서 벗어나 자유시의 형태를 지녔음 2) 이 시는 감정이입의 수법을 통하여 봄의 애상적인 정조를 표현. - 감정이입 : 시적 자아의 슬픔을 새에게 투영, 당시의 암담한 시대 상황의 인식에서 오는 비애와 절망감을 간결한 어조로 절박하게 표현하고 있다. ▶ 구성 : ① 가는 봄의 아쉬움과 상실감(1∼3연) - 1연 : 전체 분위기(배경) 제시. - 2연 : 애상감 - 3연 : 덧없는 세월(무상감) * 봄밤 : 낭만적 심상(×), 암담한 고뇌의 현실(○) * 가는 봄(○), 오는 봄 (×)』 ② 시대 상황이 주는 절망감(4,5연) * 아득이는데 : '아득하다'의 변형(시적허용) * 새 = 시적 자아(感情移入,empathy) * 검은 내 : 밤 ③ 침묵할 수밖에 없는 답답함(6연) * 말도 없는 : 말할 수 없는 ④ 가버린 봄에 대한 탄식(7연) - 체념 ▶ 제재 : 봄밤의 슬픈 감정 ▶ 주제 : 상실한 자가 느끼는 봄밤의 애상적 정서 [김억, 황석우의 상징주의에 대한 인식] 상징주의의 표면적 양상인 <퇴폐적 정조>에 지나치게 이끌린 나머지 <감각의 혼융, 언어의 음악적 정련(精鍊)> 등과 같은 미학적 원리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못했다. 그것은 [오뇌의 무도]에 말라르메, 랭보의 시가 단 한 편도 실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이점에서는 황석우도 마찬가지다. 황석우는 <상징주의 시 = 구상성의 시 = 은유시>라는 식의 피상적 관점에서 이해했다. -- 이형기 <신문학> (개요) *최초의 번역 시집 《오뇌의 무도》를 낸 시인. *호 : 안서(岸曙) *본명 : 희권(熙權) *활동분야 : 문학 *출생지 : 평북 정주(定州) *주요저서 : 《오뇌의 무도》 《해파리의 노래》 《꽃다발》 《망우초》 (내용) 호 안서(岸曙). 본명 희권(熙權). 평북 정주(定州) 출생. 오산중학(五山中學)을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의숙[慶應義塾] 문과를 중퇴하였다. 모교인 오산중학과 평양 숭덕학교(崇德學校)에서 교편을 잡고 《동아일보》와 경성방송국에서도 근무하였다. 1941년 국민총력조선연맹 문화부 문화위원, 조선문인협회 간사, 조선문인보국회 평의원 등을 지내면서 친일활동을 하였다. 8 ·15광복 후에는 출판사에 몸담고 있다가 6 ·25전쟁 때 납북되었다. 20세 때인 1912년부터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특히 투르게네프 ·베를렌 ·구르몽 등의 시를 번역 ·소개하여 한국 시단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최초의 번역 시집 《오뇌의 무도》는 베를렌 ·보들레르 등의 시를 번역한 것으로서 한국 시단에 상징적 ·퇴폐적 경향을 낳게 하는 촉매적 역할을 하였다. 또한 타고르의 《기탄잘리》 《원정(園丁)》 《신월(新月)》 등을 번역하였고, 그 밖에 A.시몬즈 시집 《잃어버린 진주》와 한시의 번역 시집인 《꽃다발》 《망우초》 《중국 여류시선》 등이 있다. 1923년에 간행된 그의 시집 《해파리의 노래》는 근대 최초의 개인 시집으로서 인생과 자연을 7 ·4조, 4 ·4조 등의 민요조(民謠調) 형식으로 담담하게 노래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에스페란토의 선구적 연구가로서 1920년 에스페란토 보급을 위한 상설 강습소를 만들었는데, 한성도서에서 간행한 《에스페란토 단기 강좌》(1932)는 한국어로 된 최초의 에스페란토 입문서이다. 그는 특히 오산학교에서 김소월(金素月)을 가르쳐 그를 시단에 소개한 공적을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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