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境의 아침>
부처
-오규원
남산의 한중턱에 돌부처가 서 있다
나무들은 모두 부처와 거리를 두고 서 있고
햇빛은 거리 없이 부처의 몸에 붙어 있다
코는 누가 떼어갔어도 코 대신 빛을 담고
빛이 담기지 않는 자리에는 빛 대신 그늘을 담고
언제나 웃고 있다
곁에는 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고
지나가던 새 한 마리 부처의 머리에 와 앉는다
깃을 다듬으며 쉬다가 돌아앉아
부처의 한쪽 눈에 똥을 눠놓고 간다
새는 사라지고 부처는
웃는 눈에 붙은 똥을 말리고 있다
-오규원 시집『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문학과지성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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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많이 올라가본 산이 경주 남산(南山)이다. 산이 그리 높거나 험하지 않아서 오르기가
쉬워 좋고,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신라의 문화 유적이 곳곳에 산재(散在)해
있어 등산하는 게 아니라 문화유적 속으로 걸어가는 듯하여 더욱 좋다. 경주 남산에는
유독 돌부처가 많다. 목이 없는 부처, 목만 덜렁 남아 있는 부처, 돌 속에 들어가 있는 감실부처,
돌의 표면에 서 있는 선각부처 등 그 모양도 가지가지다. 강화도 전등사 아래 수목장의
적멸로 돌아가신 오규원 시인의 시「부처」는 경주 남산의 코가 떨어져나간 돌부처
한 분을 모셔다놓고 있다. 어떤 관념 속의 부처가 아니라 말 그대로 날(生)이미지의
그냥 돌부처다. 새가 얼굴에 똥을 누고 가건, 누가 영험을 얻으려 코를 떼어가건 상관하지
않고 언제나 웃고 있는 돌부처. 그런데 그 부처의 모습이 우리가 통상의 관념 속에 자리하고
있는 부처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것 아닌가. 어찌된 것인가. 의미를 배제한다는
‘날이미지’가 더 큰 의미를 낳고 있으니. 그렇거나 말거나 나는
“나무들은 모두 부처와 거리를 두고 서 있고/햇빛은 거리 없이 부처의 몸에 붙어 있다”라는
구절이 너무 좋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다시 경주 남산으로 발걸음을 옮겨야겠다.
-이종암(시인)
<대경일보> 2016년 11월 27일(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