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도서관에서
마광수 교수의 수필집인 줄 알았는데
이 시대 서정 시인으로 유명한 마종기님의 시집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을
당신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지금 참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그중에 시 한편이 나에게 지금 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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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1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량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 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 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 내다 보면,
결국에는 욕심을
다 벗는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의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 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황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서 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연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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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가 긴 여운을 남기네요.
오늘 나에게 말입니다.
2010. 11. 18. 如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