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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편의 시소개

작성자여수상희|작성시간10.11.18|조회수28 목록 댓글 0

 

송파도서관에서

마광수 교수의 수필집인 줄 알았는데

이 시대 서정 시인으로 유명한 마종기님의 시집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을

당신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지금 참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그중에 시 한편이 나에게 지금 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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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1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량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 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 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 내다 보면,

 

결국에는 욕심을

다 벗는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의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 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황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서 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연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될 것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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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가 긴 여운을 남기네요.

오늘 나에게 말입니다.

 

 

2010. 11. 18. 如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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