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정모에 갑자기 미카엘님이 책을 선물해준다고 하십니다.
20년을 훌쩍 넘긴 기억 저편에, 도서 대여점에서 1권만 대여해 읽었던
판타지 소설이 생각 났고, 두툼한 4권짜리 양장본 한 세트를 사달라고
조심스럽지 않은 요구를 했습니다.
10월 후반에 택배로 받았는데 각 권마다 700페이지 가까이 되어서
퇴근 후 조금씩 읽다보니 이제야 두 차례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모 회원에게 음반을 선물 받은 적이 몇 번 있는데,
'선물 받은 놈들이 감상 한 번을 올리지 않는다'고 투덜거린 게 기억나서
이번에는 소감문 하나 써야지 싶어서 작가의 전작과 짧게 비교해 보는 독후감을 써봅니다.
이 소설은 이상적인 권력자의 모습을 제안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으로써,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이야기 입니다.
작중 케이건 드라카가 동료들에게 말해주는 키탈저 사냥꾼들의 고사중
4마리 형제 새 이야기는 그의 군주론을 대변하는 주요 소재입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독을 마시는 새, 물을 마시는 새 중에서
피를 마시는 새가 가장 오래 살지만, 독한 피 냄새로 인해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으려 하고,
눈물은 몸에서 내보내려 할 정도로 해롭기 때문에
눈물을 마시는 새가 가장 빨리 죽는 대신,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케이건은 이를 왕의 자질이라 정의 합니다.
전작인 드래곤 라자의 '자신의 등을 보여주는 자'와
본 작의 '눈물을 마시는 새'는
작가가 제안하는 윤리적인 군주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이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제안하는 현실적인 군주의 모습에 비하여
지나치게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 윤리적인 모습조차 현실적 입니다.
대중은 필요에 의해 눈물을 마셔줄 왕을 세우고,
왕은 그 댓가로 아름다운 노래로 비유되는 권력을 얻습니다.
하지만 눈물을 제대로 받아 마시지 못하는 왕은 결국,
대중의 희생양으로써 일찍 종말을 맞이할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나가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했던 케이건은 나가들에게 눈물을 마시는 새였습니다.
하지만 피를 마시는 새인 나가에 의해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평생을 나가들을 사냥하며 자기파멸적인 삶을 살았기에
나가들에게는 '피를 마시는 새'가 되었습니다.
이는 다른 세 선민종족에게는 피를 마시는 새인 나가들이
가장 아름다운 은빛 눈물을 흘린다는 설정과 같은 묘한 모순을 느끼게 합니다.
전작의 등장인물인 핸드레이크는 세계의 모든 종족을 사랑했기에
모두에게 동일한 완전성을 추구했고, 이는 처절한 실패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는 타 종족과의 다름은 사랑했지만,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자연스러운 변화 보다는
각자의 장점을 공유하는 변화만을 긍정했기 때문입니다.
후치 네드발은 인간과 교류한 타 종족이
자신들의 고유성을 지키지 못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이를 씁쓸하게 관조하는 것으로 전작의 이야기가 마무리 됩니다.
후치의 유명한 대사인 '나는 단수가 아니다' 는
후반부에 보여지는 그의 언행과 모순 되는 점이 있지만,
본 작에서는 '삶의 변화를 긍정하고 타인과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써
동의반복적으로 등장하여 주제의식의 계승을 넘은 진보를 보였습니다.
본작에서는 각 종족과 개체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끝없이 변화하는 것이 완전성에 이르는 단초가 될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결국, 작가는 자신이 영향 받은 니체의 위버멘쉬를
자신이 구축한 세계에서 구현한 것 이지요.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
삶이란 변화하기 마련이고 그것을 긍정하는 것.
남을 사랑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
작가는 그것을 고결하고 아름다운 완전성이라고 정의내립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가장 사랑 합니다. 훗훗훗. 끗 -ㅅ-)/
스토리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유튜브 시청。
아래는 2023년에 발표한 게임화 트레일러인데...대체 언제 나옴;;;
https://youtu.be/tXCO6wSrZRw?si=jL-slbW3_VDuTDH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