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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서평

[스크랩] 이도백하에 내리는 눈/임윤—권순진

작성자최재경|작성시간26.06.17|조회수16 목록 댓글 0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

대구일보 기사 입력시간 : 2012-01-05 20:47

 

 

이도백하에 내리는 눈/ 임윤

 

 

 

기차 바퀴는 눈보라 가르며 절룩댔다

먹먹한 가슴 덜컹대며

압록강 혈류 따라

구불구불 닿은 이도백하

어스름에 몇 남은 봉창의 등불에 이끌려

조선족 식당이란 미닫이를 민다

집 나간 한족 며느리 대신

어눌한 모국어 발음의 손녀딸이 음식을 나른다

된장찌개가 반갑고

짜디짠 김치가 달다

노파는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지만

젖먹이 때 만주로 이주해온 뒤

한 번도 가보질 못했단다

서울 어디선가 막노동한다는

아들 소식은 묘연하단다

키보다 한 뼘쯤 짧은 뒷방에 누우니

맨발이 문턱에 걸린다

새우등으로 웅크린 이도백하의 겨울밤

소나무에 소복한 컹컹 개 짖는 소리

우지직 부러지는 가지에 관절이 시리다

눈발에 묻어온 차가운 얼굴들이

밤새도록 봉창으로 날아들었다

             —시집 『레닌 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실천문학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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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 저녁 눈이 귀한 대구에도 눈다운 눈이 내렸다. 펄펄 난분분 휘날리는 눈을 맞아가며 뽀도독 눈길을 걸어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이 시를 읽으며 꼭 10년 전 이맘때 백두산 아래 첫 동네 이도백하에 내리던 눈이 생각났다. 안도현의 이도백하는 백두산 관광기지 역할을 하는 곳으로 백두산을 가려면 무조건 이 마을을 거쳐야 한다.

   어차피 천지까지는 가지 못하는 상황인지라 서둘러 백두산으로 향하는 대신 이도백하에서 몇 시간을 서성거렸다. 당시엔 겨울 비수기여서 종일 퍼붓는 눈과 위로 시원하게 뻗은 미인송 밖에는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1년 중 절반은 눈이 온다는 지역이니 오죽하랴. 한국에서 온 관광객도 간혹 눈에 띄었으나 대개 웅담이나 산삼 같은 보양제를 찾는 사람들이었다.

  나도 ‘이도백하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그 가운데 있었지만 임윤 시인이 들렀던 조선족 식당의 음식도 맛보지 못하였고 그들에게서 아무런 사연도 듣지 않았다. 따라서 동북3성을 보름간이나 여행했으면서도 그 기억으로 시 한 편 건진 게 없다. 여행은 모름지기 현지인의 삶에 밀착되어야 배울 것이 있고 감동할 거리도 생기는 법이다.

   ‘키보다 한 뼘쯤 짧은 뒷방에’ 누워  ‘맨발이 문턱에 걸려’보고, ‘새우등으로 웅크린 이도백하의 겨울밤’을 지새워봐야  ‘눈발에 묻어온 차가운 얼굴들이 밤새도록 봉창으로 날아드’는 걸 느낄 수 있으며 시도 쓸 생각이 나는 것이다. 임윤 시인은 90년대 연어사업으로 러시아 사할린과 쿠릴열도, 중국 등지를 10여 년간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의 첫 시집에는 온통 이런 매력적인 여행기들로 빼곡하다. 권순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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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시에/시에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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