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1]
풍경
양주동(무애无涯, 梁柱東. 1903∼1977)
잿빛 위에 가로 세로 붉은 무늬가 돋친
대리석으로 만든 둥그런 테이블이,
서재 한 모퉁이에서 낡은 벽을 의지하여
권태의 다리를 쉬이고 있다.
눈빛같이 하얀 테이블 크로우즈 위에
조그마한 청자색 꽃병이 하나
그 앞에는 커다란 책 한 권이
삼분의 일이나 펴진 채로 가만히 누워 있다
바람이 반 열린 창문으로 자취 없이 들어와
부드럽고 향기로운 손으로 꽃송이를 만지며
소리 없이 책장을 한두 페이지 뒤질 때,
차디찬 달빛이 꿈과도 같이
테이블을 향하여 스스로 눈감고 있는
젊은이의 얼굴을 그윽이 비추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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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방 [蒜艾齋 산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