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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시

[스크랩] [詩1] 꿈 이야기 / 조지훈(趙芝薰, 본명 東卓. 1920~1968)

작성자최재경|작성시간26.06.17|조회수7 목록 댓글 0



[1]

꿈 이야기

조지훈(趙芝薰, 본명 東卓. 1920~1968)

 

 

을 열고

들어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마을이 온통

해바라기 꽃밭이었다.

그 훤출한 줄기마다

맷방석만한 꽃숭어리가 돌고

해바라기 숲 속에선 갑자기

수천 마리의 낮닭이

깃을 치며 울었다.

파아란 바다가 보이는

산 모롱잇길로

꽃 상여가 하나

조용히 흔들리며 가고 있었다.

바다 위엔 작은 배가 한 척 떠 있었다.

오색五色 비단으로 돛폭을 달고

뱃머리에는 큰 북이 달려 있었다.

수염 흰 노인이 한 분

그 뱃전에 기대어

피리를 불었다.

꽃상여는 작은 배에 실렸다.

그 배가 떠나자

바다 위에는 갑자기 어둠이 오고

별빛만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문을 닫고 나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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