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白羊寺)에서
송희철
만암 대종사 기일에
운문암에서 백양사로 내려오신
서옹 큰스님 뵈오러
너른 절방으로 공손히 들어가
큰절 세 번 올리고
주춤 물러나 무릎 꿇고 좌정했더니
가느다란 눈가으로 흐르는 잔잔한
미소 건네며
"편히 앉으시오" 하신다
처음 뵈었어도
백암산 청청한 솔빛 그 바람
그 향기 전신에 둘러
이미 부처이신 당신의 자비 앞에서
아, 어쩌랴
편히 앉을 수 없음을,
이 뭣고,
평생 나 오늘까지
쌓이고 고인 번뇌와 탐욕의 물주머니
행여 당신의 법력으로 터져
아래로 흐르지 않도록
*송희철(宋熙徹, 1933~ ) 전북 부안출생의 시인. 전북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1984년《월간문학》에 시「광차(鑛車)1」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했는데, '전라도 시인'이라는 지역적 정체성을
강하게 유지한 작가로 알려졌으며,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회원 및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함
시인은 내장산 국립공원소장을 비롯해서 지리산 국립공원 소장등을 역임했는데, 「지리산(智異山)에 간다」,
「지리산에서」 등 지리산과 관련한 시를 다수 남겼음
시인은 자연 친화적인 소재와 일상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순수한 생명력과 가족간의 사랑을 노래했으며, 특히
손녀와의 교감을 통해서 얻는 삶의 활력과 천진만만한 세계에 대한 관심을 시적으로 형상화했음
시집에 <지푸라기의 노래>(1988), <지리산(智異山)에 무릎꿇고 머리 수그리고>(1997), <하부지의 노래>(2010)
등이 있는데, 윤동주문학상(1977) 등을 수상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