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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리와 상식

[가톨릭상식]주일의 기원과 의미

작성자조철호(블라시오)|작성시간12.01.02|조회수569 목록 댓글 0

 

 

주일의 기원과 의미

오늘날 가톨릭 전례 안에서 주일에 다른 경축 행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중세 이후에는 많은 성인들의 축일에 의해 그리스도 부활의 기념일인 주일이 차츰 가리워져 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교황 비오 10세는 1911년 사도좌 헌장에서 주일의 우위성에 대해 최초의 쇄신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 전례 쇄신 운동에 의해 점차로 주일의 우위성이 강조되었다.

그렇다면 전례헌장(106조)과 기타문헌(전례력과 축일표에 관한 일반지침, 4-6항; 교회법 1246조 1항)들에서 어떤 이유로 주일을 근원적 축일로 정의하였고, 주일의 우위성을 강조하였는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1. 주일의 기원과 의미


성령 강림 이후,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신비를 경축하기 위해 모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들이 성찬례 거행을 위해 모인 날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 곧 안식일 다음날인 여덟째날(첫째날)이었다. 이 여덟째날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여덟째날은 유다인의 주간 계산법으로는 주간 첫째날로 그날은 곧 하느님께서 창조를 시작하신 날이며, 또한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날은 창조가 완성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러한 여덟째날(첫째날)은 풍부한 의미를 전해주는데,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써 새로운 창조가 시작된 날이고 인류 구원의 날이라는 점이다. 이로써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안식일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었던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주일의 풍부한 의미들에도 불구하고 초기 예루살렘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유다인의 안식일을 지키면서 또 다른 날에 성찬례 모임을 가졌다. 그러나 1세기 말에 이르러 유다교의 안식일과 단절하였다. 이제부터 신자들은 안식일이 아닌 주일마다 모여서 빵을 나누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으며, 성찬례와 아가페가 함께 행해지던 것이 점차로 분리되어갔다.


오늘날 우리가 부르고 있는 호칭 즉 ‘주일’(主日; 주님의 날, 묵시 1,10)은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잘 반영해 준다. 1세기 말경 로마에서는 황제 숭배를 행했고 황제 스스로가 주인이라고 자칭해 그 절대적인 지배권을 과시했다. 이와 같은 시대에 그리스도교 신자가 그리스도를 주님이라고 부른 것은 거대한 로마 사회에 대한 신앙 선언이었고, 바로 박해와 죽음을 각오한 행위였다. 그러므로 ‘주님의 날’을 지켜 이날에 모이고 주님의 구원사업을 찬양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자가 가장 소중히 여긴 신앙의 실천이었다.

또한 로마제국은 태양신을 숭배하고 있었는데, 태양신의 날(Sunday)을 ‘주님의 날’로 부르는 것 자체가 박해 시대에는 신앙을 증거하는 행위였다. 즉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은 로마가 주인으로 섬기던 황제와 태양을 대신해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였으며, 태양신과 황제를 공경하던 자리를 부활하신 주님을 공경하는 ‘주님의 날’로 대체시켰던 것이다. 고대 교부 떼르뚤리아누스(Tertullianus)와 치쁘리아누스(Cyprianus)는 바로 이런 의미에서 ‘주일’(Dominica)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다.


‘주일’에서 의미하는 주님은 창조주 하느님이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이다. 여기서 상기해야 할 것은, 부활하신 날은 그리스도께서 제자들 가운데 나타나시어 그들과 하늘 나라의 새 포도주를 마셨던(루가 22,18) 날이며, 부활하신 지 8일째 되는 날 예수께서 모여있는 사도들에게 나타나신 것은 제자들이 그분이 오시기를 기다리며 모여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주일’이란 이름은 우리에게 세 가지 측면을 상기시킨다. 첫째, 부활의 기념이다. 둘째, 주님 재림의 기다림이다. 셋째,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며 성찬례를 거행하는 가운데 주께서 당신 제자들 가운데 현존하심이다.


여기서 하나 살피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그리스도교의 주일과 유다교의 안식일과의 관계이다. 사도들은 주께서 승천하신 다음 유다인의 전통에 따라 안식일(토요일)을 지켰다. 그러나 사도들은 그후에 안식일 대신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주님의 날’(주일)을 지키도록 하였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구원 역사의 극치이며, 우리 신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유다인의 안식일과 주일은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물론 에우세비오는 “복된 안식일”이란 표현을 사용하였지만, 어떤 교부도 유다교의 안식일을 그리스도교의 주일과 연결시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안식일은 본질적으로 쉬는 것과 관계되며 계약의 의미 외에는 어떤 종교적 가치도 지니지 않고 있는 반면에 주일은 본질적으로 제자들의 모임을 통해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고 그분의 재림을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의 주일은 결코 유다인의 안식일의 연장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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