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 예술기행 #3] 아를에서 만난 고흐, 서울에서 다시 만나다.

작성자이강렬|작성시간26.06.21|조회수37 목록 댓글 0

<작품 해설>

오베르에서 그려진 이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예술적 단계를 잘 보여주며, 훗날

표현주의를 예고하는 탁월한 회화적 강렬함과 조형적 자유로움이 특징이다. 우아즈 강변의

풍경은 고흐가 오베르에서 제작한 수많은 전원 풍경 중 하나로, 이곳은 그가 남부 프랑스에서의

고단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안식처로 삼았던 공간이다. 이 작품에서 풍경은 단순한 관찰의

기록을 넘어서며, 고흐는 강렬하고 표현력 넘치는 필치를 통해 예술과 삶의 관계를 표현한다.

1890년

캔버스에 유화

73 x 90.8 cm

로버트 H. 태너힐 유증

Inv. 70.159

남프랑스 예술 기행 4일째인 5월 20일, 아를(Arles)에서 내가 좋아하는 빈센트 반 고흐의 발자취를 하루 종일 행복하게 따라 다닐 수 있었다.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아를은 고흐의 예술 인생에서 가장 뜨겁고 찬란했던 '황금기'를 보낸 곳이다. 1888년 2월부터 1889년 5월까지, 고흐는 이곳에 머물며 약 15개월 동안 <해바라기>, <밤의 카페 테라스> 등 무려 200여 점이 넘는 불후의 명작을 쏟아냈다.

<밤의 카페 테라스> 그림의 배경이 된 '밤의 카페 테라스 (Café Van Gogh)'도 봤지만 탈세문제로 몇년전부터 문을 닫아 그 곳에서 차 한잔을 마실 수 없었다. <아를 병원의 정원>은 앞선 글에서 소개했지만 고흐의 발자취를 온전히 볼 수 있는 곳이다. 나는 1시간 이상 정원에 머물며 반 고흐의 삶이 어떠했을 지를 생각해 보았다. 고갱과의 갈등으로 귀를 자르고 입원한 정신병원이다.

지금은 문화 공간으로 개조되어 '에스파스 반 고흐'로 불리고 있다. 고흐가 2층 병실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그렸던 사각형의 아늑한 정원과 꽃들이 당시 모습 그대로 완벽하게 복원되어 있어 방문객에게 감동을 주고 있었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의 배경이 된 론(Rhône)강은 시간이 없어 내려서 보지는 못하고, 차로 지나갔다. 늦은 저녁, 강변을 따라 산책하면 고흐가 느꼈던 고독하면서도 로맨틱한 밤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많이 아쉬웠다.

아를 시절은 고흐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걸작이 탄생한 '예술적 황금기'인 동시에, 정신적으로는 서서히 파멸해 가던 '가장 비극적인 시기'였다. 강렬한 남프랑스의 햇살 아래서 아름다운 그림들을 쏟아냈지만, 그 이면의 삶은 지독한 외로움과 광기, 그리고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아를 생활이 왜 그토록 고통스러웠는지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참 마음이 먹먹해진다.

고흐는 당시 아를에 연고가 전혀 없는 이방인이었다. 불타는 예술혼을 가지고 내려왔지만, 파리에서 온 이 괴짜 화가를 아를의 주민들은 곱게 보지 않았다. 말이 통하는 예술가 친구도 없었고, 온종일 대화 한 마디 나누지 못한 채 독한 술(압생트)과 담배에 의지해 밤낮없이 그림만 그렸다.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아를에서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때 그린 '별이 빛나는 밤에'다. 그의 어지러웠던 정신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위에 오베르에서 그린 그림과 잘 대비 된다>

그는 지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아를의 '노란 집'에 화가들의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 했다. 테오의 재정적 도움으로 평소 동경하던 화가 폴 고갱을 간신히 아를로 초청했다.

"드디어 나에게도 동료가 생겼다!"

고흐는 너무나 기뻐하며 고갱의 방을 해바라기 그림으로 가득 채우고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행복은 두 달을 가지 못했다. 성격도, 예술관도 정반대였던 두 사람은 매일 격렬하게 부딪혔고, 결국 폭발한 고흐는 환각 상태에서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르는 전대미문의 비극적인 사건을 저지르고 만다. 고갱은 공포에 질려 야반도주하듯 아를을 떠났고, 고흐의 예술적 이상향은 산산조각이 났다.

귀를 자른 사건 이후, 고흐의 정신 발작은 더욱 심해졌다. 이 모습을 지켜본 아를의 주민들은 고흐를 무서워하고 혐오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주민 30여 명이 "저 미치광이 화가를 마을에서 쫓아내 달라"며 시청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고흐는 자신이 사랑했던 '노란 집'을 강제로 폐쇄당하고 병원에 격리되었다. 평생을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했던 고흐에게 마을 사람들의 이러한 배척은 사형 선고와도 같은 정신적 형벌이었다.

그가 아를에서 그린 <밤의 카페 테라스>의 따뜻한 노란빛이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의 아름다운 푸른빛은 어쩌면 그 지독한 정신적 고통과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고흐가 캔버스 위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구원의 빛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림이 찬란하면 찬란할수록, 그의 실제 삶은 더 슬프게 다가온다. 그의 그림을 보면 아를에서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느지 보인다.

고흐가 비극적인 삶을 마감하고 마침내 영원한 휴식을 얻은 곳은 프랑스 북부의 작은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다. 고흐는 귀를 자른 사건 이후 정신 발작이 심해지고 아를 주민들의 배척을 받자, 1889년 5월 8일 아를을 떠난다. 하지만 곧바로 프랑스 북부로 간 것은 아니었다. 아를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생레미(Saint-Rémy-de-Provence)의 요양원에 제발로 걸어 들어가 약 1년간 격리 생활을 하며 치료와 그림 그리기를 병행했다. (우리가 잘 아는 명작 <별이 빛나는 밤>이 바로 이 생레미 요양원 시절에 그려진 것이다.)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 그림은 크게 두 가지 시리즈로 나뉘며, 연작을 모두 합치면 총 11점이다. 이 그림은 아를 시리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네 번째 버전(4th Version, 15송이 해바라기)으로, 현재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London)에 소장되어 있다.>

생레미 요양원에서도 발작이 가라앉지 않자, 고흐는 1890년 5월, 동생 테오가 있는 파리와 가까운 프랑스 북부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예술가 마을인 '오베르 쉬르 우아즈'로 거처를 옮긴다.

이곳이 바로 고흐가 생의 마지막 70일을 보내고 숨을 거둔, 마지막 휴식처다.

고흐는 이곳에서 의사이자 화가였던 '가셰 박사'의 돌봄을 받으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꼈다. 그리고 마법에 걸린 듯 미친 듯이 붓을 휘둘러, 하루에 한 점 이상씩 총 80여 점의 그림을 단 70일 만에 쏟아냈다.

1890년 7월 27일, 고흐는 오베르의 밀밭으로 걸어가 자신의 가슴에 권총을 쏘았다. 치명상을 입고 비틀거리며 자신이 묵던 '라부 여인숙'의 작은 다락방으로 돌아온 고흐는, 연락을 받고 달려온 동생 테오의 품에 안겨 이틀 뒤인 7월 29일, 37세의 나이로 쓸쓸히 세상 하직했다. 그는 평소 자신이 사랑하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공동묘지에 묻혔다. 평생 형의 정신적, 재정적 지주였던 동생 테오 역시 형이 죽은 지 6개월 만에 상심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오베르의 공동묘지에 형 빈센트와 동생 테오가 담쟁이 덩굴에 둘러싸인 채 나란히 곁에 묻혀 영원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작품 해설

이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의 초기와 후기 화풍을 잇는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1886년 2월

파리에 도착한 고흐는 인상주의와 신인상주의 화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초기 네덜란드 시절의

어둡고 무거운 색조에서 벗어나, 그의 성숙기 작품을 상징하는 밝고 생동감 넘치는 강렬한

색조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변화를 맞이하였다. 그는 파리에서의 첫 번째 여름 동안 수많은 꽃

정물화를 제작하며 새로운 빛과 색채의 조화를 탐구하였고 이 작품은 이러한 집중적인

탐구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1886년

캔버스에 유화

46.3 x 38.4 cm

캐서린 크레스지 듀이 유증

Inv. 2019.20

고흐가 죽기 전 머물렀던 오베르에서 그린 그의 그림을 최근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시회에서 만났다. 이 그림들은 아를에서의 작품과 사뭇 다르다. 이게 고흐의 그림이 맞아? 라고 할 정도로 차분하고 서정적이다. 나는 6월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인상주의를 넘어'를 주제로한 디트로이트 미술관 소장 작품속에서 만났다. 화가인 나의 아내와 고흐의 그 그림앞에 오래 머물렀다. 나는 그 그림속에서 오베르에 머물며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았던 고흐의 숨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26.6 20 현담 이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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