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의 생산지 - 여수와 곤륜산
한정주 천자문
金生麗水하고 玉出崑岡이라.
(금생여수하고 옥출곤강이라.)
금은 여수라는 지방에서 나오고, 옥은 곤륜산에서 나온다.
金(쇠 금) 生(날 생) 麗(고울 려) 水(물 수)
玉(구슬 옥) 出(날 출) 崑(뫼 곤) 岡(뫼 강)
고대 중국인들은 금(金)과 옥(玉)을 보물 가운데에서도 으뜸으로 여겼습니다. 중국 고전(古典)의 기록을 보면, 형남(荊南)과 함께 사금(沙金)의 명산지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 여수(麗水)입니다. 여수(麗水)는 현재 중국 남서부 운남성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여강납서족(麗江納西族)의 자치현으로 흐르는 북쪽 금사강(金沙江)을 말합니다. 우리 속담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망아지는 나면 제주도로 보내라'고 했듯이, '金生麗水(금생여수 : 금은 여수에서 나온다)'가 여기에 실린 이유는 중국 대륙의 여러 금산지(金産地) 중에서도 이곳을 으뜸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금(金)의 명산지가 여수라면 옥(玉)의 명산지는 단연 곤륜산(崑崙山)입니다. 현재 중국 강소성 강도현 서북쪽에 있는 곤륜산은 예로부터 황하(黃河)의 발원지라고 하여 성스러운 산으로 숭배되었습니다. 고대 중국인들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신들은 올림푸스 산에서 산다고 생각한 것처럼, 곤륜산을 신들이 머무는 곳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야기보다 곤륜산이 사람들을 끈 이유는, 이곳이 값비싼 보옥(寶玉)의 명산지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곤륜산의 보옥(寶玉)과 관련해서는 '완벽(完璧)'의 어원을 낳게 한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는 재미있는 고사가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중국 대륙 남쪽의 초(楚)나라에 변화(卞和)라는 사람이 곤륜산에서 옥(玉 : 원석)을 캐어 초나라 여왕(?王)에게 바쳤습니다. 그런데 이 옥을 감정한 궁중의 옥공(玉工)들이 모두 "단지 평범한 돌에 불과하다"고 하여, 변화는 임금을 속였다는 죄로 왼쪽 발목을 자르는 형벌을 당했습니다. 여왕이 죽고 무왕이 즉위하자, 변화는 다시 옥을 바쳤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궁중의 옥공들이 돌이라고 감정을 했습니다. 이로 인해 변화는 남은 오른쪽 발목까지 잘리게 되었습니다. 무왕 또한 죽고 문왕이 즉위하자, 변화는 우연한 기회를 얻어 다시 옥을 바쳤습니다. 문왕은 옥공들에게 옥을 감정하게 하는 대신 다듬게 했는데, 이렇게 하자 값비싸고 보배로운 구슬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이 구슬은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 구슬은 그 보배로운 값어치 때문에 훗날 조(趙)나라와 진(秦)나라 간에 전쟁 위기를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화씨지벽(和氏之璧)은 어떤일를 성사될때까지 끝까지 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지만,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의견을 귀담아 듣지않는 현상을 비꼬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종요의 대서사시 천자문
이윤숙 천자문역해
제2절 坤厚載物(곤후재물) / 地道(지도)와 五行(오행)의 이치
4개 문장 32자로 구성되어있다. 땅에서 오행작용에 의해 만물의 생장수장(生長收藏)이라는 자연현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표현한다. 서경 홍범구주에 나오는 오행(五行의 이치를 통해 지도(地道)를 나타낸다.
6.金生麗水하고 玉出崑岡이라
금은 여수에서 나고, 옥은 곤륜산에서 나니라.
(쇠금,날생,고울려,물수,구술옥,날출,메곤,메강)
7.劍號巨闕이요 珠稱夜光이라
검은 거궐이 이름나고, 구슬은 야광주를 일컫느리라.
(칼검,이름호,클거,집궐,구슬주,일컬을칭,밤야,빛광)
8.果珍李柰하고 菜重芥薑이라
과일은 오얏과 벚이 보배롭고,채소는 겨자와 생강이 중하니라.
(열매과,보배진,오얏리,벗내,나물채,무거울중,겨자개,생강강)
9.海鹹河淡하고 鱗潛羽翔이라
바닷물은 짜며 강물은 싱겁고,비늘이있는 잠겨있고 깃달린것은 나니
(바다해,짤함,물하,싱거울담,비늘린,잠길잠,깃우,날개상)
흔히 완전무결(完全無缺)하다는 뜻으로 사용(使用)되는 말이지만, 원래(原來)는 고리 모양(模樣)의 보옥을 끝까지 무사(無事)히 지킨다는 뜻
趙(조)의 혜문왕(惠文王)은 세상(世上)에도 드문「화씨의 벽(和氏之璧)」이라는 고귀한 구슬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신하(臣下) 목현(木賢)의 애장품이었는데 강제로 빼앗은 것이다. 그런데, 강대국 진(秦)의 소양왕(昭襄王)이 이 소문을 듣고 욕심(欲心ㆍ慾心)이 생겼다. 그래서 조에 사신을 보내어 15성(城)과 화씨지벽과 바꾸자고 청했다. 혜문왕은 걱정이 생겼다. 내주자니 소양왕이 받고도 15성의 약속을 모르는 척 할지도 모르고, 거절하자니 이를 구실 삼아 진이 쳐들어올지도 모르고...... 왕은 중신 회의를 열었다. 이 때, 목현이 나와서 식객 중 인상여라는 자가 지모와 용기가 있으니 그를 사자로 보내면 능히 난국을 타개할 수 있으리라 하고 천거(薦擧)했다. 인상여(印相如)는 즉시 진으로 가 지니고 갔던 화씨지벽을 일단 소왕에게 바쳤다. 구슬을 받아 쥔 왕은 "과연 훌륭하구나!" 하면서 감탄(感歎ㆍ感嘆)하면서 좋아할 뿐 15성 이야기는 조금도 비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예기했던 인상여는, "그 구슬에 한 군데 조그만 흠집이 있어 가르쳐 드리겠습니다."고 속여 말하니 무심코 내주었다. 인상여는 즉시, "우리는 신의를 지키느라 구슬을 지참했으나 왕은 15성의 약속을 지킬 듯 싶지 않으니 이 구슬은 일단 소생이 지니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생의 머리와 더불어 이 구슬을 부숴 버리겠습니다." 하고는 구슬을 빼내어 조국에 돌려보냈다. 호담한 소양왕은 할 수 없이 인상여를 정중하게 놓아 보냈다. [사기(史記)의 상여전(相如傳)]
6. 금과 옥의 생성
金生麗水 玉出崑岡
金生麗水
쇠 금, 날 생, 고울 려, 물 수
金(금)을 성으로 말할 때는 김이라 읽습니다. 원래 중국 발음으로는 둘 다 '진'으로 읽으니까 '금'도 가능하고 '김'도 상관없지만 특히 성을 말할 때 김으로 발음한 것은 이런 전설이 있지요. 이성계가 왕조를 열자 대 유학자 정도전은 金(김)이란 성을 경계했지요. 나무인 李(이)를 이기는 것이 바로 金(금)이니까 앞으로는 '금'이라고 발음하지 말고 '김'이라고 하자는 것이었지요. 중국 발음으로는 어쩌면 '김'이 더 가깝습니다. 그 후에도 김씨는 조선왕조 내내 푸대접을 받았잖아요. 그냥 전설이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중국의 무협소설가 가운데 金庸이란 사람이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습관대로 '김용'이라 읽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금용'이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生(생)은 象形文字(상형문자)인데 이 글자 역시 하나의 부수입니다.
麗(려)는 鹿(사슴 록)에 ?(려)가 합쳐진 형성문자(形聲文字)입니다. ?(려)는 둘이 나란하다는 의미입니다. 사슴 두 마리가 나란히 있는 모습이 참 곱다고 느꼈나 봅니다. 요즘은 ?(려)가 麗의 간체자가 되었지요.
金生麗水는 金이 주어, 生은 술어로 동사 역할을 하며, 麗水는 목적어입니다. 그러니까 金은 麗水에서 生하다. 즉, 황금은 麗水에서 나오다. 이때 麗水는 사실 중국 운남성에 있는 麗水를 말합니다. 그 곳에는 옛부터 사금(沙金)의 생산지였지요. 그러나 저는 지금 좀 재미있는 상상을 합니다. 제 생각에 우리 조선을 지칭하는 글자가 바로 '麗'입니다. 과거 중국에서는 조선을 신비로운 땅이라고 봤기 때문에 진시황도 조선(朝鮮)에 사신을 보내 불로초를 가져오라 명했지요. 조선朝鮮)이 바로 구려(句麗)가 아니겠습니까. 황금처럼 좋은 금속은 句麗(구려) 같은 존귀한 땅의 맑은 물(水)에서 나온다고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는 그냥 제 생각인데 고려는 동쪽 끝에 있는 신비의 땅이고 곤륜산(쿤룬산맥)은 서쪽 끝에 있는 신비의 산이니 어쩌면 천자문을 지은 주흥사라는 분도 그런 생각을 했을 법하고, 그렇게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줄 압니다. 한문에는 이런 종류의 대비효과가 많습니다. 맹자도 순임금은 동쪽 동이인이고 문왕은 서쪽 서이인이라는 등...... 말입죠..
그래도 雲南(운남)의 麗水(여수)를 말한 것은 틀림 없는 것 같네요.ㅎㅎㅎㅎ
玉出崑岡
구슬 옥, 날 출, 메 곤, 메 강
出(출)은 ?(위 터진 입구) 변이지만 원래는 상형문자(象形文字)입니다. ?(날 출, 단락 척)이 원래의 글자였는데 간체자로 줄인 글자입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進也(나아가다)로 되어 있습니다.
崑(곤)은 山(산) 변에 昆(맏 곤)이 합쳐진 형성문자(形聲文字)로 중국의 곤륜산(崑崙山)을 뜻합니다. ?(곤)으로 쓰기도 합니다. 요즘 나온 지도책에는 '쿤룬산맥'이라고 되어 있지요. 그러니까 곤륜산은 태산(泰山)이나 황산(黃山), 화산(華山)처럼 어떤 일정한 하나의 산을 말한 것이 아니라 일대의 산들을 모두 합쳐서 곤륜산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 안에는 峰(봉)도 있고 岡(강)도 있고 崖(애)도 있겠지요.
岡(강) 역시 山(산) 변에 ?(그물 망)이 합쳐진 형성문자(形聲文字). 堈(강), 崗(강) 모두 같은 글자입니다. 그런데 山, 崑, 岡 모두 옥편에는 메 산, 메 곤, 메 강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메'라는 말은 산이라는 뜻인데, 다 같은 산은 아닙니다. 山은 산의 일반적인 표현이고 岡은 산의 등성이로 쓰일 경우가 많습니다. 崑은 특히 곤륜산을 말할 때 외에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고유명사지요.
玉出崑岡도 앞의 문구와 같은 용법입니다. 玉은 崑岡에서 나오다. 그러니까 玉은 곤륜산 언덕에서 나온다는 말입니다.
金生麗水 玉出崑岡
황금은 여수에서 나오고, 옥은 곤륜산 등성이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