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역사용어

[스크랩] 배코 치다

작성자러브선|작성시간16.09.24|조회수343 목록 댓글 2

 

머리를 면도하듯이 빡빡 깎는 배코 친 사람들을 가끔 본다.

기계로 머리를 깎은 것이 아니다.

잘 드는 칼로 머리를 파랗게 밀은 것이다.

현대 기술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울 텐데 요즘도 그런 머리를 깎아주는 전문 이발사가 있는 것 같다.

머리를 깎는 의미는 배코 치는 것과 같겠지만 모양새는 좀 다른 것으로 결연한 의지를 표명할 때 단식과 함께 하는 삭발(削髮)도 있다.

전에는 걸핏하면 머리를 깎는 모습이 보이더니 이제는 씨알이 잘 안 먹히는지 보기가 뜸하다.

대신에 1인 피켓 시위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우리도 어렸을 적에 배코를 쳤다.

배코 치는 칼은 부엌에서 요리할 때 쓰는 칼보다는 좀 작고 무뚝했다.

이발소에서 가죽에 쓱쓱 문질러 쓰는 면도칼도 아니었다.

배코칼은 잔등 부분은 시커먼 하고 보기에 오죽치 않았으나 날 부분은 하얀 것을 넘어 말 그대로 시퍼레서 대기만 하면 머리가 쓱쓱 깎여나갔다.

우리는 배코 치는 것을 싫어했다.

어른들께서는 자주 깎아주기 귀찮으니까 스님 머리 일듯이 반들반들하게 깎아주셨지만 배코 칠 때 아픈 것은 물론이고 배코치고 난 며칠간은 머리통이 따가워서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서 머리를 깎자고 하면 안 깎는다면서 도망 다녔는데 얼마 못 가서 잡혀와 울다 졸다 하면서 배코 치기를 당했다.

어느 머리 모양을 보니 삼손 머리털처럼 몇 가락만 길게 장발로 남기고 나머지는 푸른색이 돌 정도로 싹 배코를 쳐서 재미나게 눈여겨 본적이 있는데 콧구멍에 바람들어간 유행 감각인지 아니면 필요해서 그런 다목적용 머리 스타일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오늘은 배코 치는 것을 보고, 배코가 쳐졌으면 하고 바라는 날이다.

 

안방 서재에서 밖을 보면 거의 안 보일 정도였다.

앞 베란다에 있는 관음죽, 부기수, 겨울 남천, 천리향, 재스민, 종려죽 등등 큰 화분들이 숲을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봄도 도고 했으니 가지치기를 해 줘야 할 거 같아서 잘라 내다보니 어떤 것은 할아버지 머리 배코 치듯이 되어 앙상하고 나이 들어 보이는 굵은 가지만 남았다.

자생력이 강하여 그 추운 겨울에도 푸른빛의 잎사귀를 피우던 나무들이었는데 한 참 물오를 시점에서 잘라주는 것이 나무들한테 여간 미안한 것이 아니었지만 늙은 가지들에 치어서 자라지 못 하는 어린 가지들을 보니 적당한 시기에 적당하게 전지 작업을 해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 베란다 화분들을 배코 치고 나니 훤했다.

진작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치기 한 것을 박스에 담으니 큰 박스로 두 박스가 됐다.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리자니 봉투와 퇴비로 써도 되는 가지와 잎사귀가 아깝고, 그대로 둔다 해도 언제 어디에 쓰게 될 지도 몰라 시외로 나가 큰 나무 밑에 걸음으로 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데보라가 3년 전에 콜베 농장을 다녀오다가 삼승 지역 산비탈에서 탐스런 쑥 뜯던 얘기를 하여 그럼 겸사겸사해서 한 번 가보고 쑥이 좋으면 며칠 후에 향촌 엄마들과 함께 소풍가자고 했다.

사전답사이지만 혹시 모르니 쑥 뜯을 연장과 그릇도 챙기라고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다 가방에 넣었다고 했다.

 

쑥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기대를 하고 갔으니 하당이었다.

대청호를 따라 하던 도로공사가 3년처럼 드문드문 진행 중이었고, 인근 산이란 산은 대부분 개간하려고 그러는지 벌이 된 상태였다.

쑥이 있을만한 지형이서 보면 작물과 산나물을 심어 관리중이니 주인 허락 없이 절대 입산 불가라는 팻말이 군데군데 있는가 하며, 으슥한 곳에는 무단 쓰레기를 버리면 엄벌에 처한다는 옥천 군수와 보은 군수 명의의 경고 입간판이 서 있었다.

 

3년 사이에 그렇게 변하다니 기분이 팍 상했다.

커다란 나무 밑에 갖고 간 나무 가지와 잎사귀를 가지런하게 정리하여 펼쳐 놓고는 갔던 길을 되돌아서 왔다.

데보라가 가방에서 사과를 꺼내 몇 점 떼어 주면서 쑥 뜯는다고 왔다가 연장은 꺼내보도 못 했다고 하면서 웃었고, 동네 산이 아니면 이제 시골 산도 맘대로 들어가지 못 하는 세상이 됐다면서 씁쓸해 했다.

 

장내가 또다시 시끄러운 모양이다.

다 잘 해 보자는 것이고, 잘 살아보자고 하는 몸짓일 것이다.

하나 지켜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좋은 것도 한두 번이라고 했듯이 식상하고 짜증스럽다.

구습에 익숙하지만 나도 구시대적인 것들은 싫다.

사람이고 뭐고 구시대는 후방으로 물려서고 미래지향적이었으면 좋겠다.

걸핏하면 편 가르기를 하는 극우와 극좌 세력들은 자중을 해 주고, 그게 불가능하면 국가와 민족을 팔면서 나서지나 말았으면 좋겠다.

새 가지가 잘 자라도록 근간을 지켜오며 역할이 다 끝낸 묵은 가지를 잘라내듯이, 새로운 개간을 하여 소득증대사업을 하기 위하여 산 전체를 발매하듯이, 시퍼런 칼로 머리털 하나 안 남기고 싹 밀어 배코 치듯이 정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다음검색
스크랩 원문 : 김종연의 수필 서재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러브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9.24 조선인이 되는 것이 두렵습니다. 배코을 쳐야 하나..요..
  • 작성자관웅 | 작성시간 16.11.21 맞아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