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페친인 김정숙선생님(영부인과 동명이인)이 한전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문제에 대해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영국정부는 모든 신규원전에 대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처분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인데요. 영국은 지난 2000년대 중반 (기존 핵재처리대신)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저장후 지하처분하라는 매우 원칙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거의 3년에 가까운 공론화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공론화를 3개월만에 '뚝딱' 해치운 한국의 정서와 많이 다르죠. 한국 원자력계가 영국의 늪에 빠지는 건 걱정되지 않지만, 문재인정부까지 끌려 빠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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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과 한전]
1.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영국 북서부에 2030년경까지 3.8GW의 원전 3기를 짓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사업자 영국 원전회사 뉴젠은 말만 영국회사이지 도시바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도시바가 가진 뉴젠의 지분 중 60%를 매각하려고 내놓은 것이다. 이 매매에 한전이 인수협상 대상자로 참여한 것은 지난 정부에서의 일이다. 잘되는 사업에 자기 지분 매각하는 대주주 있나? 도시바는 원전사업을 접으려는 것이다.
2. 일본 도시바는 전기가전, PC, 휴대전화, 반도체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원전회사이기도 하다. 원전사업에서 가장 크게 휘청거렸고, 이미 PC, 휴대전화사업은 매각, 철수한 상태다. 지난 6월 초에 적자 압박에 못 견디던 도시바는 가장 잘 나가던 반도체 메모리부문을 한미일연합컨소시엄 법인에 매각했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전환사채 투자 금액을 대출해 주는 간접 투자형태로 4조 2000억을 투자했다.
3. 한때 잘 나가던 도시바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웨스팅하우스 인수가 자살골이었던 셈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최고의 원전기술을 가진 미국 원전기업이었다. 고리1호기를 턴키로 건설한 곳이 웨스팅하우스다. 이렇게 잘 나가던 기업이 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로 미국에서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자 휘청거리게 된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사업부문만 1998년 영국 BNFL (British Nuclear Fuels Limited-영국 원전연료공사)에 매각했다. 그걸 도시바가 2006년에 인수했다. 도시바는 54억 달러를 들여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지만 이게 자살도구였던 셈이다. 도시바가 원전사업 부진으로 입은 손실은 무려 7조원에 육박한다.
4. 도시바는 영국 원전 운영사 뉴제너레이션(뉴젠) 지분 60%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40%를 보유하고 있던 프랑스 기업 엔지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경영파탄으로 도시바에 뉴젠 주식 매수 인수권을 청구해 그것까지 떠안았다. 결국 뉴젠은 도시바 100% 출자 기업이 되었다.
5. 뉴젠의 무어사이드 원전 3기 건설비용은 애초 예상보다 계속 상승해서 원전 3기 건설에 22조가 든다고 한다. 도시바는 이제 더 이상 못하겠다고 손을 들었고, 뉴젠 지분을 인수해줄 대상을 물색하고 있었는데, 그게 한전이라는 것이다.
6. 그런데 영국은 무어사이드에 건설될 원전 3기의 사용후핵연료까지 싹 다 가져가든가, 재처리해서 부피를 줄여서 가져가서 묻든가 해결책이 없으면 사업권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7. 한전은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에 쌓이고 있는 것도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표류한지가 벌써 20년이 넘지 않았나. 우리 것도 처리 못하고 있는데 영국 쓰레기 가져와서 우리 머리에 이고 있어야 하나? 전세계적으로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나라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단연, 사용후핵연료이다. 그러니 이제 해외 원전 수출은 사용후핵연료 처리까지 패키지 형태로 나오고 있다.
8. 그런데 이걸 두고 조선, 중앙은 문정부의 탈원전 때문이라고 하면서, 인수하지 못하면 우리 원전 산업은 죽는다고 한다. 인수 못하면 죽는지, 인수하면 죽는지. 자살골을 넣어도 좋다는 것인지 참 알 수가 없다.(석광훈님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