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onukesnews.kr/m/post/459
전국의 ‘잠수함 속 토끼’ 들이 모이다
전국방사능안전급식운동 활동가 워크샵 후기
김상철(방사능안전급식실현서울연대 사무처장, 노동당서울시당 사무처장)
주민발의한 조례, 구청장과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로 난항
10월 어느 날이었다. 방사능안전급식실현서울연대(이하 서울연대) 회의 자리에서 올해 주민조례발의에 성공한 양천구와 구로구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된 화제는 주민들의 손으로 발의한 조례가 구청장과 관계 공무원들의 직무 유기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구로구의 경우에는 집행부가 주민발의안을 손질하여 전체 외부 기관에 검사 의뢰를 맡기는 내용으로 했는데, 예산 편성액이 저조한 것이 문제였다. 특히 조례 발의과정에서 주도했던 이가 구의원이 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논란이었다.
양천의 경우에는 더 심각했다. 주민발의안 자체를 구의회에서 논의하지 않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공무원 손에 의해 작성된 검토의견서에 전문성이 취약한 구의원들이 휘둘리고 있었다. 구로나 양천의 공무원들이 작성한 검토의견서는 천편일률적이었고 인용되는 수치까지도 같았다.
“공무원들은 이 조례를 막기위해서 저렇게들 서로 자료를 공유하고 협의하는데 우린 왜 그게 안될까요?” 회의 중간에 불쑥 튀어나온 이 한마디가 지난 12월에 있었던 전국 최초의 방사능안전급식운동 활동가 전국워크샵을 있게 했다.
실제로 이래저래 건너서 듣는 전국 상황은 가지각색이었다. 어느 곳은 이제 막 조례제정운동을 시작한 곳도 있었지만, 경기도와 같은 곳은 이미 제정된 조례마저도 나쁜 쪽으로 개정될 위기에 처해있기도 했다. 각 지방정부의 공무원들이 방사능안전급식조례 제정을 막기 위해 서로 논리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지방정부의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할 때 정작 우리는 지역이라는 울타리에 갖혀 속수무책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모이다
우선 서울연대가 워크샵을 제안하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이미 연락망을 가지고 있던 전선경 대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2014년이 끝나기 전에 하자는 시한을 가지고 있던 터라 얼마나 참여가 가능할 지 모호했다. 날짜는 12월 11일로 잡혔고, 장소는 다른 지역에서 오기 편한 용산역 근처를 물색했다.
바람이 쌀쌀했던 초겨울 오후, 철도회관 6층에는 처음봤음에도 전혀 낯설지 않은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서울을 비롯해서, 경기도, 충남, 충북, 대전, 대구경북, 부산, 광주 등 주요 광역시·도의 활동가들과 함께 구로구, 양천구, 동작구, 군포시, 의정부시, 홍성군 등 주요 기초지차체 활동가들까지 20여명이 모여 앉았다.
다소 비좁은 듯 한 공간에 모여 앉아 서로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교육청 조례를 둘러싸고 정보공개 범위 등의 쟁점이 생긴 광주광역시, 방사능안전경기네트워크를 구성해 1년 넘게 노력해 만든 조례를 졸속적으로 개정하려는 경기도, 이런 경기도를 핑계대며 주민발의 조례안에 대해 심의조차 진행하지 않는 의정부시, 학교급식 식재료에 방사능이 검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명무실한 조례제정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대전광역시, 점진적으로 방사능안전체계를 수립하고 있는 대구시, 서울시교육청의 나쁜 사례를 쫒아가기 바쁜 충남도, 진주시 중심으로 다시 방사능안전급식 운동을 준비 중인 경남도, 방사능안전급식을 경유하여 탈핵까지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충북, 지역의 꾸준한 탈핵운동을 바탕으로 새로운 활동을 준비중인 부산시 등.
한 지역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같이 한숨을 쉬고, 같이 화도 내고 서로 격려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공감하는 바가 컸기 때문일 것이고, 이것은 우리나라의 방사능 ‘무감증’이 무서울 정도로 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지역 사례들을 함께 나누는 데만 2시간이 넘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각자의 지역에서 최선을 다하며 방사능안전급식과 탈핵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존중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 : 전선경>
다시, 모인다
그래서였을까? 별도의 중심이 있는 전국조직을 만드는 대신 느슨한 네트워크로 운영하기로 하였지만 분기별로 한 차례씩 전국 워크샵을 하자고 했을 때 너무나 흔쾌히 동의했다.
그래서, 내년 2월에 충북 청주에 모이기로 했다. 그 때까지 우리는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우리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들을 준비할 것이다. 서울연대만 놓고 보더라도 하나마나한 서울시교육청 조례와, 애써서 만들어놨지만 예산반영이 전혀 되지 않은 서울시 조례를 두고 사업을 잡고 있다. 또 전국 소식지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댈 것이다.
어떤 소설을 보면, 심해를 다니는 잠수함에는 토끼가 있다고 한다. 그 토끼는 사람보다 민감해서 금방 산소가 부족해지면 동작이 둔해진다. 사람들은 그 토끼를 보고 잠수함을 수면 위로 올려 산소를 공급한다. 아마도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방사능안전급식 활동가들도 그럴 것이다.
“별다른 방법이 있냐”는 체념에서부터 “기준치 이하는 안전하다”는 근거없는 낙관까지 판치는 지역 현장에서 그래도 방사능에 치명적인 아이들의 건강을, 그것도 단체급식에서 만큼은 지켜주어야 한다는 말을 건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방사능 공포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공동체와 사회를 지키는 토끼를 자임한다.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확신할 수 없다면 최대한 예방하라”고 외칠 것이다.
발행일 : 2015.1.5
전국의 ‘잠수함 속 토끼’ 들이 모이다
전국방사능안전급식운동 활동가 워크샵 후기
김상철(방사능안전급식실현서울연대 사무처장, 노동당서울시당 사무처장)
주민발의한 조례, 구청장과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로 난항
10월 어느 날이었다. 방사능안전급식실현서울연대(이하 서울연대) 회의 자리에서 올해 주민조례발의에 성공한 양천구와 구로구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된 화제는 주민들의 손으로 발의한 조례가 구청장과 관계 공무원들의 직무 유기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구로구의 경우에는 집행부가 주민발의안을 손질하여 전체 외부 기관에 검사 의뢰를 맡기는 내용으로 했는데, 예산 편성액이 저조한 것이 문제였다. 특히 조례 발의과정에서 주도했던 이가 구의원이 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논란이었다.
양천의 경우에는 더 심각했다. 주민발의안 자체를 구의회에서 논의하지 않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공무원 손에 의해 작성된 검토의견서에 전문성이 취약한 구의원들이 휘둘리고 있었다. 구로나 양천의 공무원들이 작성한 검토의견서는 천편일률적이었고 인용되는 수치까지도 같았다.
“공무원들은 이 조례를 막기위해서 저렇게들 서로 자료를 공유하고 협의하는데 우린 왜 그게 안될까요?” 회의 중간에 불쑥 튀어나온 이 한마디가 지난 12월에 있었던 전국 최초의 방사능안전급식운동 활동가 전국워크샵을 있게 했다.
실제로 이래저래 건너서 듣는 전국 상황은 가지각색이었다. 어느 곳은 이제 막 조례제정운동을 시작한 곳도 있었지만, 경기도와 같은 곳은 이미 제정된 조례마저도 나쁜 쪽으로 개정될 위기에 처해있기도 했다. 각 지방정부의 공무원들이 방사능안전급식조례 제정을 막기 위해 서로 논리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지방정부의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할 때 정작 우리는 지역이라는 울타리에 갖혀 속수무책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모이다
우선 서울연대가 워크샵을 제안하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이미 연락망을 가지고 있던 전선경 대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2014년이 끝나기 전에 하자는 시한을 가지고 있던 터라 얼마나 참여가 가능할 지 모호했다. 날짜는 12월 11일로 잡혔고, 장소는 다른 지역에서 오기 편한 용산역 근처를 물색했다.
바람이 쌀쌀했던 초겨울 오후, 철도회관 6층에는 처음봤음에도 전혀 낯설지 않은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서울을 비롯해서, 경기도, 충남, 충북, 대전, 대구경북, 부산, 광주 등 주요 광역시·도의 활동가들과 함께 구로구, 양천구, 동작구, 군포시, 의정부시, 홍성군 등 주요 기초지차체 활동가들까지 20여명이 모여 앉았다.
다소 비좁은 듯 한 공간에 모여 앉아 서로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교육청 조례를 둘러싸고 정보공개 범위 등의 쟁점이 생긴 광주광역시, 방사능안전경기네트워크를 구성해 1년 넘게 노력해 만든 조례를 졸속적으로 개정하려는 경기도, 이런 경기도를 핑계대며 주민발의 조례안에 대해 심의조차 진행하지 않는 의정부시, 학교급식 식재료에 방사능이 검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명무실한 조례제정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대전광역시, 점진적으로 방사능안전체계를 수립하고 있는 대구시, 서울시교육청의 나쁜 사례를 쫒아가기 바쁜 충남도, 진주시 중심으로 다시 방사능안전급식 운동을 준비 중인 경남도, 방사능안전급식을 경유하여 탈핵까지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충북, 지역의 꾸준한 탈핵운동을 바탕으로 새로운 활동을 준비중인 부산시 등.
한 지역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같이 한숨을 쉬고, 같이 화도 내고 서로 격려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공감하는 바가 컸기 때문일 것이고, 이것은 우리나라의 방사능 ‘무감증’이 무서울 정도로 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지역 사례들을 함께 나누는 데만 2시간이 넘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각자의 지역에서 최선을 다하며 방사능안전급식과 탈핵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존중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 : 전선경>
다시, 모인다
그래서였을까? 별도의 중심이 있는 전국조직을 만드는 대신 느슨한 네트워크로 운영하기로 하였지만 분기별로 한 차례씩 전국 워크샵을 하자고 했을 때 너무나 흔쾌히 동의했다.
그래서, 내년 2월에 충북 청주에 모이기로 했다. 그 때까지 우리는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우리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들을 준비할 것이다. 서울연대만 놓고 보더라도 하나마나한 서울시교육청 조례와, 애써서 만들어놨지만 예산반영이 전혀 되지 않은 서울시 조례를 두고 사업을 잡고 있다. 또 전국 소식지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댈 것이다.
어떤 소설을 보면, 심해를 다니는 잠수함에는 토끼가 있다고 한다. 그 토끼는 사람보다 민감해서 금방 산소가 부족해지면 동작이 둔해진다. 사람들은 그 토끼를 보고 잠수함을 수면 위로 올려 산소를 공급한다. 아마도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방사능안전급식 활동가들도 그럴 것이다.
“별다른 방법이 있냐”는 체념에서부터 “기준치 이하는 안전하다”는 근거없는 낙관까지 판치는 지역 현장에서 그래도 방사능에 치명적인 아이들의 건강을, 그것도 단체급식에서 만큼은 지켜주어야 한다는 말을 건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방사능 공포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공동체와 사회를 지키는 토끼를 자임한다.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확신할 수 없다면 최대한 예방하라”고 외칠 것이다.
발행일 : 20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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