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해
김익중 경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동국의대 교수 kimikjung@gmail.com
작년 3월 11일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핵 사고는 인류사에 남을 커다란 사고였다. 이 사고로 인해 엄청난 인명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의하면 일본 국토의 약 70퍼센트가 방사성 세슘으로 오염되었으며, 도쿄를 포함하는 약 20퍼센트는 고농도로 오염되었다.
이는 일본 땅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축산물의 약 70퍼센트가 세슘으로 오염되었음을 의미한다. 토양에서 세슘이 나온다는 것은 세슘만 나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트론튬, 아메리슘, 우라늄, 플루토늄 등의 다른 방사성 물질로도 오염되었음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세슘만 검사하기 때문에 세슘이 나오면 다른 방사성물질도 있다고 봐야하고 반대로 세슘이 안 나오면 다른 방사성물질도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방사능에 의한 오염은 최소 300년 동안의 토양오염을 의미한다. 방사성물질마다 그 반감기가 달라서 요오드는 수개월 만에 거의 모두 사라지기도 하지만 어떤 물질은 반감기가 만 년이 넘는 것도 있기 때문에 방사능이 모두 사라지는 시점을 적시할 수는 없다. 통상적으로 그 양이 많은 세슘으로 오염 지속 시간을 추정하는데, 세슘137의 경우 반감기가 30년이므로 적어도 10번의 반감기가 지나야 방사능이 대개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일본 땅은 앞으로 300년이 지나야 방사능이 거의 사라진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일본인들은 앞으로도 300년 동안 방사능에 오염된 농축산물을 섭취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학적인 안전기준치는 0베크렐
일본 앞바다의 경우는 어떨까? 엄청난 양의 물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부어졌고, 그중 대부분은 일본 앞바다로 흘러들어갔다.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를 정화하여 재사용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오염수 중에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후 다시 사용함으로써 바다의 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노력의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정화해야 할 물의 양은 많고, 정화시설의 용량은 적었다. 또한 이 정화시설의 고장이 자주 일어나서 실제로 몇 퍼센트나 정화 및 재사용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거의 대부분의 오염수가 그대로 바다로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러한 오염수의 태평양으로의 유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처음에는 후쿠시마 앞바다만 방사능에 오염되었겠지만 이 오염은 바닷물의 흐름을 타고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태평양 해류의 방향을 따라서 시계 방향으로 오염이 확산되고 있다. 필자가 짐작하는 바로는 아직 우리나라 해안에는 후쿠시마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도달하지 않은 것 같다. 해류의 방향이 그렇고, 지금까지 측정해본 연안 해산물에서 방사능 오염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로써 이를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해산물이다. 농수산식품부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월 1일부터 6월 31일까지 6개월 동안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 수산물 2500톤이 우리나라에 수입되었다. 냉장 명태, 냉동 고등어, 활방어, 냉장 대구 등 다양한 어종이 수입되었으며, 이들의 오염도는 1킬로그램당 0.5베크렐부터 25베크렐까지 분포한다. 이 엄청난 양의 오염된 생선들이 우리나라에서 소비된 것이다. 후쿠시마와 가까운 바다에서 잡힌 어류는 방사능 오염도가 높고,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잡힌 어류는 오염도가 낮을 것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수입된 일본산 생선 중 가장 높은 농도로 오염된 것이 1킬로그램당 25베크렐이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치가 100베크렐이므로 모두 기준치 이하라서 그대로 통관되었고, 국내에서 소비되었다.
정부와 공무원들은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기준치는 ‘안전기준치’가 아니라 ‘관리기준치’이다. 100베크렐 이하가 안전하다는 의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또한 이 기준치는 나라마다 다르고 같은 나라라고 해도 상황마다 다르다. 일본은 처음에는 기준치가 370베크렐이었다가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500베크렐로 올렸고, 1년 후 이를 100베크렐로 낮추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준치가 두 가지인데, 일본산 식품은 일본의 기준을 따라서 1킬로그램당 100베크렐이고 국산 및 다른 국가 수입품은 1킬로그램당 370베크렐이다. 이렇게 같은 나라에서도 들쭉날쭉한 것이 소위 기준치인 것이다. 참고로 의학적인 안전기준치는 0베크렐, 혹은 불검출이다.
일본산 수산물 반드시 배제해야
왜 한국 정부는 이렇게 높은 기준치를 유지해 국민들을 피폭으로부터 보호하지 않는 것일까? 높은 기준치는 국민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세계의 핵산업계를 위한 것일까? 적어도 역사상 최악의 핵 사고로 인해서 오염된 수산물의 유통을 전혀 막을 수 없는 현재의 기준치가 국민의 피폭을 막는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오히려 피해자인 우리 국민보다는 가해자인 도쿄전력의 입장을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국민의 건강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정부가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마냥 피폭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국민 모두가 일본산 수산물을 먹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어린이, 임산부, 결혼을 앞둔 청춘남녀나 출산을 계획하는 젊은 부부들은 많은 신경을 써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방사능 피폭의 영향은 어린이와 태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입장에 있는 집단도 있다. 음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급식을 실시하는 사람들, 즉, 학교급식을 먹는 학생들과 군인들이다. 모두 젊고 방사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연령대의 사람들이다. 이것이 큰 문제다.
교육청이나 학교, 그리고 군대 등 급식을 실시하는 기관과 관계자들은 적어도 급식에서 일본산 수산물을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 다행히 많은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이미 일본산 수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원산지도 확인하고, 가능하면 급식에 사용되는 모든 식재료에서 방사능 측정을 해주길 당부한다. 사실 아직도 대부분의 교육당국과 학교는 이런 방사능 오염식품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 교육당국과 국방부는 모든 식품의 원산지를 철저히 확인하고 예산이 허락하는 한 방사능측정기를 구입해 직접 식품들을 모니터해야 한다. 또한 이것이 가능하도록 학부모나 교육 관계자들은 당국이 이런 노력을 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체르노빌의 교훈
지난 2006년 우크라이나 정부는 체르노빌 핵사고 20주년을 맞아 자국민의 피폭경로들 가운데 음식을 통한 피폭이 전체 피폭의 약 90퍼센트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오염되지 않은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일본에 살고 있어도 다른 사람의 10퍼센트 정도만 피폭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한국에 살아도 오염된 일본산 음식만 먹는다면 일본에 사는 사람들의 90퍼센트 정도 피폭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염된 음식을 통한 피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방사능에 피폭된다고 당장 암이나 불임, 기형아 등 유전병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암의 경우에는 피폭 후 적어도 10년 정도 지나야 발병한다. 다른 병들 역시 상당 기간이 지난 후 발병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장 어떤 질병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방사능에 의한 피폭은 무조건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학교와 군대의 급식은 정말로 잘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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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우려가 높아진 일본산수산물을
학교급식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제작년월:
2012년 10월호
http://www.ecoview.or.kr/%EC%97%90%EB%84%88%EC%A7%80%EA%B8%B0%ED%9B%84%EB%B3%80%ED%99%94/%EB%B0%A9%EC%82%AC%EB%8A%A5%EC%9C%BC%EB%A1%9C%EB%B6%80%ED%84%B0-%EC%95%88%EC%A0%84%ED%95%9C-%ED%95%99%EA%B5%90%EA%B8%89%EC%8B%9D%EC%9D%84-%EC%9C%84%ED%95%B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