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주기가 되었네요.밀양과 청도의 아픔을 생생히 목격했습니다. 잊지말아주세요.이치우어르신에게 진 빚입니다.
<故 이치우 어르신 5주기를 맞아 영전에 올리는 글>
어르신, 그곳에서도 평안하셨습니까. 저희들을 기억하시지요? 밀양에서 함께 송전탑을 막기 위해 싸워온 주민과 연대자들입니다. 어르신께서 저 세상으로 떠나신지 이제 만 5년이 흘렀습니다.
이미 송전탑은 다 들어섰고, 신고리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도 그 송전선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30개 마을 반대 주민들은 이제 200여 세대 남짓 남은 합의 거부 주민들로 줄어들어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오늘도 223번째 촛불을 밝히며 언제나처럼 이 추운 날 영남루 앞에 모여 있습니다.
“오늘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
우리는 지난 5년간 힘들 때마다 어르신의 마지막 말씀을 떠올리곤 하였습니다. 일생 일구어온 삼형제의 농토를 하루아침에 끔찍한 송전탑과 송전선로로 빼앗아 가버린 한국전력과 그들이 고용한 용역 깡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수모를 겪은 뒤, 노인들의 참담한 얼굴들을 바라보며 어르신께서 남기신 그 한마디는 온 나라의 양심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동안, 핵발전소 건설과 마구잡이 송전선로 건설은 큰 제동이 걸렸습니다. 한전이 매년 2천억원이나 되는 돈을 송전선로 보상비로 쓰게 되었고, 200km에 이르는 신울진-신경기 765사업이 변경되었고, 송전선로 건설을 하지 못해서 초대형 핵발전소 건설이 유보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끔찍한 행정대집행도 당했고, 법원과 검찰청, 경찰서를 수도 없이 들락거렸습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 밀양은 마을공동체가 갈가리 찢기고, 수많은 상처들로 뒤척이고 있습니다.
이치우 어르신! 우리는 그저 ‘진인사 대천명’, 사람의 일을 다 하고 그 나머지는 하늘의 뜻을 기다리며, 남은 시간, 지금껏 해 왔듯이 최선을 다해 싸우겠습니다. 밀양의 진실과 정의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살아가며, 싸워가며, 언제나 그러했듯이, 버텨가며, 손 잡고, 굴복하지 않고, 수많은 모순과 폭력을 바로잡으며, 이치우 어르신의 증인이 되어 살아가겠습니다.
어르신, 그곳에서도 내내 평안하시길 비옵니다. 우리를 굽어 살펴봐 주세요.
2017년 1월 16일
이치우 어르신 5주기를 맞아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과 연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