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소리
유현숙
능선을 태우고
잠든 물바닥을 반쯤 베어 무는 소리
깊은숨 몰아쉬며
뒷산 어깨로 해 떨어지는 소리
화약 터지듯 번진 놀빛이 지상에 남기는
애절한 장송곡 한 소리
풀들이 울며
어둠이 짙은 쪽으로 몸 기우는 소리
그림자 남기고 떠난 기적汽笛이
바지랑대 끝에 매달려 흔들리는 소리
일별도 없이 어스름 눈길이
말 삼키는 소리
짧은 처마 아래서 녹슨 별을 닦으며
놋숟갈로 제 속을 긁는 소리
그 소리들에 귀 털며 발돋움하는
내 숨소리.
시집 『내일 뭐 해』 2026.5
유현숙|1958년 경남 거창 출생. 2001년〈동양일보〉, 2003년 《문학. 선》으로 등단. 시집 『서해와 동침하다』『외치의 혀』『몹시』『내일 뭐 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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